[북유럽 통신] "나쁜 옷은 있어도 나쁜 날씨는 없다" 자연과 함께하는 '북유럽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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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통신] "나쁜 옷은 있어도 나쁜 날씨는 없다" 자연과 함께하는 '북유럽 교육' 
  • 노르웨이=오피니언뉴스 이철규 통신원
  • 승인 2023.03.0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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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청소년들에게 나쁜 날씨란 없다
모든 어린이는 학교 갈 권리가 있고 안전을 느껴야 한다는 교육철학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 80% 이상, 나라가 운영 관리하고 야외활동 적극 독려
이철규 통신원
이철규 통신원

[노르웨이=오피니언뉴스 이철규 통신원] 북유럽의 긴 겨울은 아이들에게 천국이다. 특히 신학기를 앞둔 2월말 즈음에는 겨울 방학이 있어 다양한 야외 활동이 가능한 시기다. 궂은 겨울날씨에도 야외 활동을 즐기는 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쁜 옷은 있어도 나쁜 날씨는 없다”는 노르웨이 속담처럼 눈이 쌓인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도 야외 활동이 한창이다. 학교 운동장 한 곳에 쓰여진 “모든 어린이는 학교 갈 권리가 있고 안전을 느껴야 한다 (Alle barn har rett til å gå på skole og føle seg trygge)” 는 글귀처럼 안전 요원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스칸디나비아 3국은 바이킹의 후손으로 언어와 생활방식에서 비슷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각기 다른 언어이지만 스웨덴어와 노르웨이어는 말하기가, 덴마크어와 노르웨이어는 쓰기가 비슷한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야외 활동을 중시하는 교육 시스템 또한 비슷하다.

특히 학생들의 나이가 어릴수록 야외활동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또한 방학기간을 지역별로 다르게 운영함으로써 학생들이 한 종류의 야외 활동에 몰리지않도록 배려함으로써 다양한 액티비티 활동을 즐길 수 있고, 방학기간 부모들도 함께 야외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

또 숲속 어린이집 비율이 높고, 어린이집에서의 야외 활동은 날씨를 가리기 않고 진행된다. 부모들은 어린이집의 위치가 숲 속에 위치하거나, 아이들이 자연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진 어린이 집을 선호하고, 자연스레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배움을 시작한다.

(사진 위)노르웨이 오슬로 인근 비켄주(Viken fylkeskommun)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 겨울 풍경, “ 모든 어린이는 학교에 갈 권리가 있고 안전을 느껴야 한다”는 문구가 있다. (사진 아래)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생들은 자전거, 스키, 썰매 등을 타고 등교하며, 아이들의 운동장엔 항상 형광색 옷을 입은 안전요원 선생님들이 4~5명씩 학생들과 함께한다. 사진=이철규 통신원
(사진 위)노르웨이 오슬로 인근 비켄주(Viken fylkeskommun)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 겨울 풍경, '모든 어린이는 학교에 갈 권리가 있고 안전을 느껴야 한다'는 문구가 보인다. (사진 아래)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생들은 자전거, 스키, 썰매 등을 타고 등교하며, 아이들의 운동장엔 항상 형광색 옷을 입은 안전요원 선생님들이 4~5명씩 학생들과 함께한다. 사진=이철규 통신원

궂은 날씨에도 숲으로, 강으로, 피오르(fjord)로

학생들이 방학기간 주로 하는 액티비티는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수영, 축구,핸드볼 뿐만 아니라 섬투어, 섬캠핑, 하이킹, 크로스컨트리 스키, 승마, 낚시 등 다양한 야외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방학기간이면 노르웨이 신화 속 괴물 트롤을 형상화한 트롤숲 공원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숲속 연극, 캠핑, 체험 등 다양한 숲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한 야외 활동에 부모들의 참여율이 매우 높다. 겨울 산행을 가서 숲 속에서 함께 전통수제 소시지나 마시멜로를 구워먹거나, 산중 오두막 히따(Hytte) 산장이나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가 하루밤 캠핑을 하는 경우에는 부모들이 함께 동행해 아이들과 야외활동을 함께한다. 
 

(사진 위)북유럽 숲 속 어린이집 학생들이 선생님들과 숲 트레킹을 하고 있다. (사진 아래)야외 활동 중 어린이집 학생들 가방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사진=이철규 통신원
(사진 위)북유럽 숲 속 어린이집 학생들이 선생님들과 숲 트레킹을 하고 있다. (사진 아래)야외 활동 중 어린이집 학생들 가방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사진=이철규 통신원

이러한 어린이집에서 시작하는 자연과 함께하는 활동 위주의 교육은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까지 이어져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 청년들에게 시민학교(폴케허이스콜라, folkehøgskole)라는 새로운 형태의 북유럽 특유의 교육방식으로 완성된다.

노르웨이 제2도시 베르겐 트롤숲에서 북유럽 신화 속 트롤과 함께 놀고 숲 투어가 일상인 학생들 모습. 사진=이철규 통신원
노르웨이 제2도시 베르겐 트롤숲에서 북유럽 신화 속 트롤과 함께 놀고 숲 투어가 일상인 학생 모습. 사진=이철규 통신원

북유럽 시민학교는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는 6개월에서 1년간의 성인교육 프로그램으로 18세 이상의 모든 성인에게 열려있다. 시험도 없고, 성적도 없는 꿈을 찾아 떠나는 기숙 학교다. 학비는 따로 없지만 높은 기숙사비와 생활비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노르웨이 학생들의 10% 정도는 대학이나 직업학교보다 시민학교를 선택한다.

노르웨이 시민학교 프로그램의 경우 학업 위주의 교육보다는 북극 탐험, 개 썰매 학교, 세계 오지 탐험, 연극, 영화, 게임, 댄스, 스포츠, 음악, 미술, 환경, 국제연대 등 80여개학교 90여개의 지속가능하고 다양한 액티비티 활동으로 구성돼있어 학생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 

한국어 문화 태권도, 케이팝, 케이푸드 등을 배우는 학교가 있을 정도로 한국문화를 선호하는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한 프로그램을 추가해 운영하고 있다.

(사진 위)오슬로 북부 노르마르카(Normarka) 인근 산에 학생들을 위한 바베큐 시설과 학습 시설 등이 갖춰져 있어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학생들이 주기적으로 찾는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소시지 바비큐 캠핑 모습. (사진 아래)부모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말타기 모습. 사진=이철규 통신원
(사진 위)오슬로 북부 노르마르카(Normarka) 인근 산에 학생들을 위한 바베큐 시설과 학습 시설 등이 갖춰져 있어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학생들이 주기적으로 찾는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소시지 바비큐 캠핑 모습. (사진 아래)부모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말타기 모습. 사진=이철규 통신원

이러한 자연과 함께 하는 교육 시스템이 지속가능하게 운영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 또한 마련되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인이 되어서도 프리루프트슬리브(Friluftsliv, 야외활동)한 아웃도어 삶으로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배움이 시작되는 올 봄엔 나의 꿈을 찾아 북유럽 시민학교를 도전해 보면 어떨까.

3월을 준비하는 북유럽 학생들의 발걸음이 힘차다. 북유럽의 신학기 시작은 가을이지만, 새싹이 돋는 봄학기의 시작과 함께 북유럽 학생들의 배움 또한 파릇파릇 싹트고 있다.

● 이철규 북유럽 통신원은  'EuroMetta' 의료기기 CE-MDR 유럽정착지원 및 유로메따 대표로 재직 중이고 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북유럽협의회 공공외교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전 ㈜메디리안 연구부소장 및 의료기기 마이스터고 산학겸임교사를 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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