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애플, 가상세계 선점 정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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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vs 애플, 가상세계 선점 정면승부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2.27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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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와 협업' 애플, 연내 XR 기기 출시
삼성전자, 퀄컴-구글과 '삼각편대' 구축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와 협업 강화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확장현실(XR) 생태계에 빅뱅이 시작됐다. 애플이 연내 출시를 계획하는 가운데 삼성과 LG, SK 등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업의 반격이 거세다. 애플은 소니와 손 잡고 XR(확장현실) 기기를 출시한다. 반면 삼성전자는 구글 및 퀄컴과 동맹을 구축했다. LG디스플레이는 SK하이닉스와 협업에 나선다. 

XR 생태계는 차세대 핵심 디스플레이 기술 중 하나인 '마이크로 OLED'다. XR 기기는 헤드셋 형태로 사용자가 머리에 착용하면 눈앞에 가상 현실이 펼쳐진다. 마이크로 OLED는 기존 OLED를 XR 기기 특성에 맞춘 디스플레이다. 종전 디스플레이 기판에 활용됐던 유리나 플라스틱 대신 반도체 생산에 쓰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OLED를 증착하는 방식으로 제조된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XR시장은 2022년 138억 달러(약 17조5000억원)에서 2026년 509억 달러(약 65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애플과 메타에 이어 삼성과 LG, SK 등이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업계에선 애플의 VR 시장 참전으로 애플의 충성 고객을 넘어 일반 대중 사이에서도 AR과 VR 헤드셋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메타의 MR 기기 '메에스트 프로'. 사진=메타 홈페이지

'메기' 애플, 판 키우는 메타

애플은 연내 MR(혼합현실) 기기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애플의 첫 MR 헤드셋 '리얼리티 프로'가 하반기 안으로 공개된다. 출시에 앞서 이르면 오는 봄, 늦어도 6월 세계개발자회의(WDC)에서 대중에 선보일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리얼리티 프로가 애플의 새 운영체제(OS)인 'xrOS'에서 구동된다고 전했다. 애플은 헤드셋을 통해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MR이 모두 적용되는 확장 현실을 구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애플이 올해 출시할 예정이었던 AR 글라스의 출시는 현재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AR 글라스 관련 칩과 배터리 등 부품 확보와 경량화 기술에서 한계에 부딪혀 AR 글라스 출시를 무기한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메타버스 시장의 선두주자인 메타는 애플의 MR 기기 출시를 계기로 메타버스 시장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2014년 VR(가상현실) 헤드셋 회사 오큘러스를 인수하며 관련 사업을 처음으로 시작한 메타는 2016년 첫 VR 헤드셋 제품을 내놓으며 가상현실 세계에 도전했다. 급기야 2021년 10월, 페이스북이던 사명을 메타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메타버스에 대한 야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당장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메타는 올해도 전체 지출의 20%를 메타버스 사업에 지출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메타버스 판 키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많은 사람들이 투자에 동의하지 않는 걸 알지만 이런 노력이 사업의 미래에 중요하기 때문에 포기하는 것은 실수"라면서 "수십 년 동안 뒤돌아보게 될 가장 역사적인 작업의 일부"라고 가상현실 관련 투자를 줄이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과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 히로시 록하이머 구글 수석부사장(왼쪽부터)이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머소닉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3'에서 3사 협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격카드 꺼낸 '삼성·퀄컴·구글'과 'LG·SK'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은 지난 1일 미국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3' 행사에서 "퀄컴, 구글과 차세대 XR 생태계를 구축해 모바일의 미래를 다시 한번 변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와 히로시 룩하이머 구글 수석부사장이 참석하며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XR 파트너십이 구체화될 경우 삼성전자가 만든 XR 폼팩터에 퀄컴의 칩셋, 구글의 운영체제가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해당 기기에 탑재될 마이크로 OLED 생산은 삼성디스플레이가 맡을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연구소 내 마이크로 디스플레이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퀄컴, 구글과 '삼각편대'를 구축한 삼성전자는 가상현실 시장 선점을 위해 더욱 잰걸음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전자는 2014년 오큘러스와 협업해 '기어 VR'을, 2018년에는 '오디세이 플러스'를 출시한 바 있다. 비록 흥행 부진으로 이후 추가적인 제품 출시는 없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관련 기업 투자를 꾸준히 이어왔다. 지난해 AR 기반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기업 디지렌즈에 5000만 달러(약 630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애플이 먼저 XR 기기를 출시한 후 삼성전자가 후발주자로 나서면서 치열한 경쟁구도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 형성기, 주도권을 쥐기 위해 한치의 양보 없는 경쟁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XR 시장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시장"이라면서 "삼성전자와 애플이 어떤 기술과 서비스로 시장을 선도할지 지켜볼 일"이라고 설명했다.  

LG도 XR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LG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 OLED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SK하이닉스와 손잡고 마이크로 OLED 개발 및 양산 체제 구축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XR 시장에 앞서 전개됐던 AR과 VR 등 사례에서 보듯 시장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부분은 넘어야 할 산이다. 올해 애플의 XR 기기 초도 물량도 50만대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주요 기업의 본격적인 투자가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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