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방송가 영향력 커지는 '인플루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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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방송가 영향력 커지는 '인플루언서'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2.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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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출연진의 면모는 시절을 반영한다. 앨범 활동을 시작한 가수와 영화 개봉을 앞둔 배우일 때가 많지만 유튜브 등 뉴미디어가 배출한 인플루언서들도 많다. 이들 인플루언서는 다양한 분야 출신인데 그 전문 영역과 쓰임새 또한 다양해지는 추세다.

인플루언서, 방송가의 구원 투수 

인플루언서(influencer)는 말 그대로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다. 이들은 자신의 영역에서 경험을, 때로는 지식을 기반으로 영향력을 발휘한다. 방송가는 대중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이가 필요하기 마련이라 인플루언서들은 언제부터인가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에서 중요한 출연진으로 자리 잡았다. 

먹방으로 유명한 아프리카TV BJ나 유튜버들이 방송에 등장한 게 대표적이다. 이들 BJ나 유튜버들은 많이 먹어서 놀라움을 주기도 했고, 맛집이나 새로운 메뉴 개발로 신선함을 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먹방(Mukbang)이라는 단어가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되는 국제적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들 먹방러들은 방송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음식을 상품으로 주는 게임을 진행한다거나, 식당에서 돈쭐을 내는 손님이 되기도 한다. 물론 많이 먹는 게 콘셉트이다. 이들은 숨은 맛집을 발굴하는가 하면 새로운 맛의 조합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방송에 출연자로 참여하는 것을 넘어 프로그램 제작에 영향을 끼치는 인플루언서도 있다. 진용진과 장삐쭈가 대표적이다. 

진용진은 ‘그것을 알려드림’으로 많은 구독자를 확보한 유튜버로 ‘머니게임’ 등 웹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그리고 MBC에서 방영한 <피의 게임>이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가 기획하거나 참여한 프로그램들이 논란도 있었지만 진용진은 기존 매체가 시도하지 못한 발상으로 특유의 영향력을 끼친 인플루언서다.

장삐쭈는 말 그대로 크리에이터다. 그가 제작한 소위 ‘병맛’ 콘텐츠에 열광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애니메이션 <신병>은 ENA에서 드라마로 제작해 의미 있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원작자 장삐쭈는 드라마 극본에 참여하기도 했다. 제도권 바깥의 크리에이터를 제도권 안에서 기용한 대표 케이스다.

대중을 움직이는 인플루언서의 매력

기안84는 성공한 인플루언서다. 그의 웹툰도 인기이지만 자연인으로서 기안84는 콘텐츠 그 자체다. 그 진면모를 보여준 게 MBC에서 방영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였다. 방송에서 기안84는 지인과 함께 남미를 여행했다. 남미의 자연과 풍습을 진정성 있게 즐기는 기안84는 대중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구석이 많은 인물이었다. 

대중들은 기안84가 보여준 날것의 여행, 혹은 순수한 여행에 열광했다. 이러한 ‘날것’이 여행 예능을 표방하는 기존 프로그램들과 차별되는 요소였다. 

그동안 방송에서 여행은 간접 체험과 정보를 제공하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시절이 되며 간접 체험의 목적이 더 커졌다. 사실 여행 정보는 다양한 출판물과 직접 다니며 보여주는 여행 유튜버의 콘텐츠가 더 상세하다. 그런 면에서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여행 프로그램들은 주로 영상미와 재미 요소에 집중하는 추세였다. 

연예인들이 해외에서 숙소를 직접 잡고 관광지나 먹거리를 찾아 나서는 모습은 흥미로운 그림이었다. 한동안은. 하지만 화보 촬영을 연상시키거나 게임과 먹방으로 채워지는 여행 프로그램들이 대중들에게 물리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잡히기 시작했다.

그래서 기안84가 남미 여행을 즐기는 모습에 대중들이 빠져들었는지 모른다. 멋진 숙소나 맛난 음식이 아니어도 여행 그 자체에 몰입하는 태도가 통한 것이다. 만약 연예인들이 그랬다면 어쩌면, 설정은 물론 연출 의혹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대중들에게 지금은, 날것의 여행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여행 유튜버의 콘텐츠로 대중들이 몰리는 것인지도.

지구마불 세계여행. 사진제공=ENA

유명 PD에게 등용된 인기 유튜버들

김태호 PD가 여행 유튜버와 뭉쳤다. 빠니보틀, 원지, 곽튜브 등 인기 여행 유튜버 세 명이 김태호 PD가 설립한 TEO와 ENA가 제작한 <지구마불 세계여행>에 출연하게 된 것. <지구마불>은 김PD가 설계한 일종의 부루마불 게임으로 3명의 여행 전문 유튜버가 세계여행을 떠나는 콘셉트이다.

<지구마불>에서 빠니보틀, 원지, 곽튜브는 서울에서 출발해 주사위를 굴려서 나온 숫자만큼 게임판 속 나라로 이동해 여행한다. 여행과 부루마블을 현실 속에서 접목한 모습이다. 여행 중 한 명이 먼저 한 바퀴를 돌아 서울에 도착하게 되면 여행은 끝난다. 모든 여정의 여행 경비는 무제한으로 쓸 수 있다. 우승 상품은 무려 ‘우주여행 티켓’이다.

김태호 PD는 나영석 PD와 함께 예능계 쌍두마차로 불린다. 김PD는 MBC에서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 연출을 맡으며 시청자들의 토요일 저녁 웃음을 책임져왔다. 그런 ‘토요일의 남자’ 김태호 PD가 새로 선보이는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 아닌 여행 유튜버들을 등용한 것이다. 

김PD가 선택한 유튜버 세 명은 개성 넘치는 여행 콘텐츠로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다. 이들은 <지구마불>을 통해 콘텐츠 조회 수 대결도 펼친다고 한다. 그러니까 본방송 외에 유튜브 채널로도 각자가 촬영해 편집한 에피소드가 나갈 예정인 것. 

유명 PD와 인기 유튜버들이 뭉쳐 플랫폼의 경계를 넘나들며 제작되는 프로그램은 시작 전부터 대중의 호기심을 사로잡은 듯하다. 마침 티빙에서도 부루마블을 콘셉트로 한 여행 프로그램인 <브로마블>을 방영할 계획이다. 다만 출연진은 유명 연예인들이다. 그래서 대중들은 여행 전문 유튜버와 연예인의 여행 콘텐츠를 비교하며 볼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오늘날 대중들이 왜 비연예인 크리에이터의 콘텐츠에 관심이 쏠리는지 파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개성 충만한 유튜버들이 제도권 안에서는 어떤 모습인지 관찰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지구마불 세계여행>의 결과가 비연예인 인플루언서들의 방송가 진출의 잣대로 이용될 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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