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 온 '로봇 배달' 시대...넘어야 할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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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 온 '로봇 배달' 시대...넘어야 할 과제는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2.22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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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로봇 인도 통행 첫 발 떼
국회 행안위 도로교통법 개정안 가결
미-중 선제적 규제 해제…로봇 사업 가속
한국, 관련 법령 미비…실증 사업에 머물러
배달 로봇 '모빈'이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자율주행 배달 로봇이 동네 골목을 누비는 일상이 멀지 않았다. 그동안 식당이나 호텔 등 제한된 실내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정해진 루트를 움직이는 배달 로봇이 진화해 사람과 자동차가 번잡하게 다니는 도로을 지나 스스로 목적지를 찾아 임무를 완성한다. 배달 로봇이 상용화되면 라스트마일(배송의 최종 단계) 물류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 로봇이 잔디밭을 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첫 발 뗀 자율주행 로봇 보도 통행 

이미 기술적으로 고도화를 이뤘지만 그 동안 자율주행 배달 로봇의 발목을 잡은 건 규제였다. 하지만 높았던 규제의 문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자율주행 로봇의 보도 통행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 소위를 넘었다. 추가 입법과 하위법령이 마련되면 자율주행 로봇이 실제로 배달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지난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2소위는 이런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애초 도로도 검토됐으나 자율주행 로봇의 속도와 안전을 감안해 보도가 더 적합하다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도로교통법 개정안 통과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자율주행 로봇이 사람과 부딪쳐 사고가 났을 경우 보험 적용 등에 대한 후속 입법도 필요하다. 현재 자율주행 로봇은 근거규정 없이 실내에서만 운용 중이다. 일부 실증 사업 허가를 받은 로봇을 제외하고 배달 로봇 사업에 뛰어들 수 없는 구조다. 

현재 국회에선 '지능형 로봇법 개정안'이 논의 중이다. 해당 법안은 실외 이동 로봇을 정의하고 운행안전제도 도입과 사고에 대비한 손해보장 의무화 등을 담고 있다. 자율주행 로봇 사업을 전개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다. 이 법이 발효되면 자율주행 사업을 가로박는 규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발의 후 입법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자율주행 로봇은 오는 2030년 30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스타십테크놀로지의 배달 로봇이 배달 업무를 수행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美·中 달리는데 실증 단계 멈춰선 韓
 
현재 자율주행 로봇 사업 활성화를 위해 주요 선진국은 발빠르게 관련 규제를 해소하고 사업 고도화 지원에 나서고 있다. 반면 한국은 실증 단계에 멈춰서 있어 자율주행 로봇 시장에서 관련법 미비로 경쟁력을 잃고 도태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LG전자, 로보티즈, 우아한형제들, 현대차그룹 등 국내 주요 9개 기업에서 실외 이동 로봇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배송과 순찰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각종 규제로 실외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자율주행 로봇은 차량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인도를 주행할 수 없다. 또 총중량 30kg 이상의 동력 장치는 공원에 들어서지 못한다는 공원녹지법으로 공원을 다닐 수도 없다. 여기에 사물 인식을 위해 부착한 카메라는 개인정보보호법 제한을 받는다. 

현재 규제샌드박스 제도로 특정 지역에서만 실증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아한형제들은 경기 수원시 광교에서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를 검증하고 있다. LG전자는 개발 중인 실외 자율주행 로봇의 출시 시점을 저울질 중이다. 시제품을 개발하고 실증사업까지 진행 중이지만 제품의 무게와 형태, 운행속도 등 제원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인도를 다닐 수 있는 실외 이동 자율주행 로봇 규정이 없어서다.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 2021년 로봇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로봇사업체 수는 2500개다. 이 중 중소기업이 98.7%다. 매출규모는 5조6083억원이다. 로봇산업은 크게 제조, 전문서비스, 개인서비스용 로봇과 부품 및 소프트웨어 등으로 이뤄져 있다. 산업 인력은 모두 3만1378명으로 대다수는 제조업용 로봇과 로봇부품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반면 주요국은 각종 규제를 선제적으로 해소하고 시장 활성화에 나섰다. 미국의 스타십테크놀로지는 미국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누적 배달 400만건을 달성했다. 미국 정부는 2016년 로봇 운용 장소와 무게, 속도 등을 규정한 개인배달장치법(PDDA)을 제정하고 이듬해 정식 운행을 허가했다. 현재 20여개 주(州)에서 자율주행 로봇 배달 서비스가 시행 중이다. 

중국은 아예 규제가 없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는 무인 배송로봇 500대를 활용하고 있다. 누적 배달 1000만건을 달성했다. 일본 또한 지난해 3월 도로교통법을 개정했다. 이에 힘입어 라쿠텐, 파나소닉, 세이유 등 3개 기업이 로봇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들은 상용화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행 정밀도를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령 미비와 전문 인력 부족이 당장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라면서 "법령이 개정되지 않다 보니 연구개발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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