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 '무늬만' 본사 포항 이전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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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홀딩스, '무늬만' 본사 포항 이전 '속사정'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2.21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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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이전 등 주주총회 안건 통과
본사 포항 유지…생산·세금·고용·투자 등 기여
범대위 "인력·조직 포항으로 이전해야" 주장
포스코그룹의 지주사 포스코홀딩스 이사회가 본사를 서울에서 포항으로 옮기는 안건을 가결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포스코그룹의 지주사 포스코홀딩스 이사회가 본사를 서울에서 포항으로 옮기는 안건을 20일 통과시켰다. 포스코홀딩스 본사 포항 이전 안건은 다음 달 17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하지만 지주사 주요 인력은 서울에 그대로 남을 것으로 보여 '무늬만 이전'이라는 논란이 거세다. 

앞서 포스코그룹은 지주사 출범을 앞둔 지난해 2월 포항시와 '지역발전을 위한 상생협력안'에 합의했다.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의 본사를 포항에 두는 내용이 핵심이다. 미래기술연구원 본원을 포항에 설치하는 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포스코지주사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지난 14일 상경 시위를 벌이는 등 불만을 표출했다. 범대위 측은 이날 모두 1000여명의 시위대가 용산 대통령실과 포스코센터 등에서 포스코홀딩스의 포항 이전 약속 이행과 미래기술연구원의 수도권 분원 설치 반대 등에 목소리를 냈다고 밝혔다. 

답답한 포스코

포스코는 이례적으로 범대위 요구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내는 등 적극적인 행보다. 포스코는 상생협력 합의안대로 포스코홀딩스의 소재지 이전 합의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과정에서 범대위가 '도를 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포스코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포항시 및 범대위와 지역발전을 위한 상생협력에 합의했다. 주요 합의 내용은 ▲이사회 및 주주설득과 의견수렵을 통해 올 3월까지 지주사 소재지 포항 이전 추진 ▲미래기술연구원 본원 포항 설치 등 포함 중심 운영체계 구축 ▲포항시와 지역상생협력 및 투자사업은 포항시, 포스코, 포스코홀딩스가 TF를 구성해 상호 협의해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후 포스코는 포항시와 상생협력TF를 구성해 협의안 이행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해 오고 있다. 

포스코와 범대위의 입장 차이는 크다. 포스코는 '주소지를 포항에 두고 실질적 기능은 서울에서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범대위는 "주소지 뿐인 무늬만 이전이 아닌 조직과 인력을 모두 포항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포스코는 "상생 차원에서 지주사 본사 이전 추진이라는 결단을 내렸다"면서도 "지주사로서 역할과 목적을 배제하고 경영 효율성을 무시한 (범대위의)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지난해 3월 포스코홀딩스 출범 당시 기존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근무하는 약 200여명을 포스코홀딩스로 편입했다. 

포스코는 미래기술연구원 수도권 분원 설치 방안도 포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측은 "수도권 분원은 기초와 공동 연구를 담당하게 된다"면서 "연구 결과는 본원에서 사업화 및 양산화 연구를 통해 포항 지역 저탄소철강 및 이차전지 소재, 수소, AI 등 신성장 지역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로 구축돼 지역경제와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질적인 그룹 연구개발의 총괄 역할은 포항의 본원이 수행하게 될 것"이라면서 "상생 합의에 따라 본원을 포항에 두겠다는데도 포항 이외 다른 지역에 연구개발 조직이나 인력을 배치하지 말라는 요구는 과하다"고 복소리를 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제공=포스코

지주사 전환, 미래 생존 감안해야

포스코홀딩스는 포스코그룹의 지주사다. 글로벌 곳곳에 포진한 해외 생산기지와 수십여곳의 계열사를 관리하고 경영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지주사 업무 특성을 감안할 때 서울이 포항보다 운영에 효율적이다. 또한 과거 계열회사로부터 배당금과 브랜드 사용료를 받아 운영하던 게 전부였던 지주사는 현재 국내외 기업에 직접투자하고 인수합병을 통해 신사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지주사 전환 후 미래 생존전략 마련을 위해 분주했던 SK와 LG, GS, 두산 등의 지주사 사례를 보더라도 지주사의 포항 이전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주사의 핵심 인력은 인수합병 또는 투자 경험이 있는 글로벌 인재"라면서 "글로벌 컨설팅 업체의 인재들이 포항으로 지주사를 이전한다면 굳이 포항까지 가려 하겠냐"고 반문한다. 그러면서 "지주사 주소지를 포항에 두고 서울에 지사를 두는 방안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외 주요 글로벌 컨설팅 업체들이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에 밀집된 이유와 같은 맥락이다.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제공=포스코

'포스코=포항' 운명공동체

포스코는 포항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이다. 그만큼 '포스코=포항'이라는 운명공동체 인식이 강하다. 포스코 역시 지역사회와 상생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포스코는 논란이 되고 있는 포스코홀딩스 지사 설립 및 미래기술연구원 수도권 분원 설치 방안이 포항시 세수 감소 등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방세 세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법인세분 지방소득세는 법인세 산출세액의 10%를 사업장별로 종업원 수와 건축물 연면적으로 나눠 납부한다. 포항제철소 연면적과 종업원은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법인세분 지방소득세는 현재 수준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역사회에 추진 중인 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된다. 철강사업의 경우 탄소중립 생산체제로 단계적 전환과 그린 철강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소환원제철, 전기로 등 친환경 설비 투자가 예정돼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중장기 철강사업은 6기 코크스, 2열연 가열로 등 1조6000억원 규모다. 모빌리티, 강건재, 에너지 등 친환경 철강제품 포트폴리오 강화를 비롯해 고부가제품 솔루션 확대와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 준공,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양극재를 연 6만톤 생산할 수 있는 공장 건립도 지역 상생에 무게를 둔 행보다. 

포스코 관계자는 "미래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신사업 기술이 양산화에 성공하면 생산설비는 포항에 우선적으로 건설해 포항시 인구 증가와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포항지역에 양극재 공장 설립이 결정돼 추진되고 있는 만큼 이차전지 소재 사업 등 신사업 확장에 따른 지역의 긍정적 파급효과도 크다"고 강조했다. 

여러 측면에서 포스코와 포항시는 '같은 운명'을 공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철강회사인 포스코의 기업가치가 하락하고 수익성이 둔화된다면 포항시에도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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