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너무 나갔다”…조정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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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너무 나갔다”…조정 신호탄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2.03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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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지표 호조에 금리인상 우려…“당분간 폭풍우 몰아칠 것”

 

뉴욕타임스지는 “뉴욕증시 호황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평가했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 증시가 트럼프 집권 이래 최대의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고 제목을 달았다.

2일 뉴욕증시는 파이낸셜타임스 지적처럼 트럼프 집권 이래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다우존스 지수는 665.75포인트(2.54%) 하락한 25,520.96에 마감했고, S&P 500 지수는 59.85포인트2.12% 떨어진 2,762.13, 나스닥 지수는 144.91포인트(1.96%) 내린 7,240.95에 거래를 마쳤다.

기록을 보면 다우존스 지수는 2016년 6월 이후, 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2016년 8월 이후 가장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 그래픽=김현민

 

이날 폭락은 굿뉴스에서 시작되었다. 미국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지표가 일제히 긍정적인 수치를 나타낸 것이 증시 불안감을 증폭시킨 것이다.

경제가 좋은데 증시가 왜 떨어질까. 그동안 주가가 너무 올랐고, 경제 호조로 중앙은행인 연준(Fed)이 금리를 올릴 것이란 걱정이 커졌기 때문이다.

주식투자자들은 이중적이다. 경제도 좋고, 금리도 낮은 상태가 되길 원한다.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은 상태의 경제, 즉 골디락스(Goldilocks) 상태를 원한다. 값싼 돈을 굴리며 투자이익을 챙기던 사람들이 갑자기 금리가 빠르게 오를 상황이 되니 덜컥 겁이 난 것이다.

 

이날 발표된 몇가지 지표를 보면 미국 거시경제는 매우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월 고용현황(비농업부문)에서 고용이 20만명 증가했다. 시장에서 예상한 17만7,000명을 웃돈 것이다. 1월 실업률은 4.1%로 전월과 동일하며, 이는 2000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1월 민간부문의 임금(시급)은 전월 대비 9센트(0.34%) 상승한 26.74달러를 기록했다. 예상 상승치 0.2%보다 높았다. 임금은 1년 전보다는 2.9% 상승했다. 2009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임금 인상 압력으로 나타난 것이다.

뉴욕증시나 연준이 가장 관심있게 지켜보는 지표가 고용지표다. 이 지표가 매우 긍정적으로 나타난 것은 미국 경제가 달아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덧붙여 다른 지표들도 호조를 보였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12월 공장 수주실적이 1.7% 증가했다. 월가 전망치 1.5% 증가보다 좋게 나왔다. 지난 한해 공장 수주는 전년 대비 6% 증가했다. 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날이 무더우면 비가 올 걱정을 해야 한다. 대기의 수증기가 하늘로 올라가 비구름을 만들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으면 물가가 오르고, 중앙은행이 통화량 제어를 위해 금리를 인상하게 된다. 빚을 내 주식을 산 사람들이 겁을 먹게 된다. 우산을 준비한다. 레버리지가 높은 고위험 투자가들은 많이 상승한 주식을 팔아 현금을 마련하게 된다.

 

▲ 그래픽=김현민

 

2일 뉴욕 금융시장에서 가장 먼저 반응한 곳은 채권시장이었다. 채권은 금리에 가장 민감한 금융상품이고, 따라서 투자자들은 연준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연준이 총을 꺼내들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해 미국 국채(TB: Treasury Bond)를 팔아 제꼈다. 이날 TB 10년물 수익률이 2.852%까지 상승하며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권 가격과 수익률은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 이 채권 수익률은 하루만에 7bp 상승했는데, 이는 14조 달러 규모의 TB 시장에서 하루 변동폭으로는 매우 큰 폭이다.

 

채권시장이 출렁거리자 주식시장 사람들이 조바심을 냈다. 물결의 방향이 바뀐다고 본 것이다. 그동안 믿고 투자하던 주식부터 팔아 버렸다. 우선적으로 판 주식이 애플, 아마존, 구글등이다. 작은 가능성에도 주가를 밀어붙이던 주식을 먼저 내다 팔면서 현금화한 것이다. 애플은 이날 4.3% 급락했고,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5.3% 주저앉았다.

 

성급한 애널리스트는 뉴욕증시가 조정(correction)의 시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피델리티 투자증권의 글로벌 거시팀장인 주리엔 티머(Jurrien Timmer)은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금리에 대한 관심이 컸다”면서 “주식시장이 채권시장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티머는 “패닉은 아니다. 과도한 투자를 재점검하는 시기”라고 분석했다.

JP 모건의 수석전략가 데이비드 켈리(David Kelly)는 “당분간 증시에 폭풍우가 칠 것”이라며 “지난 1월의 주식시장 활황이 지나쳤다, 금리변동에 주목한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증시 투자가들이 지난 1년간 호황기에 무시했던 주제들, 즉 북한 핵 이슈, 중국과의 무역마찰등 지정학적 문제들이 다시 불거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투자가들이 그동안 지나친 낙관론에서 겁을 먹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국제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TD 어메리트레이드라는 투자회사의 키나한(JJ Kinahan)이라는 전략가는 “부풀어 오른 풍선에 가스를 빼는 과정”이라고 규정하고 “투자자들이 아직 실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정을 거치면 다시 ‘사자’(buy)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보았다.

 

▲ 그래픽=김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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