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선제 투자 전략, 이번엔 반도체 패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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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선제 투자 전략, 이번엔 반도체 패키지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2.20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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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말 ‘투자축소’에서 유지로
천안·온양캠퍼스 '현장 경영'
아산캠퍼스 방문 열흘 만에
"인재·기술투자 흔들림 없어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반도체 초격차' 전략으로 흔들림 없는 투자 카드를 거듭 꺼내 들었다. 이 회장은 지난 17일 삼성전자 반도체 패키지 사업 현장을 찾아 공개적으로 '투자'를 강조했다.

이달 들어서만 두 번째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삼성전자 천안과 온양 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경쟁력과 연구개발(R&D) 역량 등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투자에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반도체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반도체 역량 핵심 '패키지'

이 회장은 지난 17일 천안캠퍼스 반도체 생산 라인을 직접 살폈다. 천안캠퍼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웨이퍼레벨패키지(WLP) 등 첨단 패키지 기술이 적용된 곳이다. 천안과 온양 사업장은 테스트와 패키징 등 반도체 후공정을 담당하는 사업장이다.

패키지는 반도체 칩을 전자기기에 부착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공정으로 팹리스(반도체 설계), 파운드리(위탁생산) 등 '전 공정'에 비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분야이기도 하다. 

패키지는 여러 종류의 반도체 칩을 기판에 효율적으로 담아내는 기술적 장벽이 높은 분야로 최근 패키지 역량이 반도체 업계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를 목표로 하는 삼성전자로서는 패키지 기술의 주도권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삼성전자는 현재 후공정 분야에서 업계 1위인 TSMC를 뒤쫓고 있다.

TSMC는 방대한 후공정 생태계를 구축하며 패키지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과감한 선제 투자로 패키지 분야 격차를 좁히는 동시에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역전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재용의 통큰 결단...반도체에 최소 70조 투자

삼성전자는 과감한 투자로 위기를 정면돌파하는 길을 선택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설과 연구개발 분야에서 역대 최대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올해 구체적인 투자금액을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선 평택반도체 3, 4공장과 미국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투자를 고려하면 지난해 전체 투자액(70조6000억원)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52조원 투자를 선언한 TSMC보다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사장단 워크숍에서 50조원대의 올해 투자 규모를 결정했다. 당시 워크숍에서 이 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사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사장단의 투자 규모 축소와 감산 계획을 보고 받았지만 투자 유지 기조를 강조했다.

이 회장은 반도체 산업을 '타이밍 산업'으로 정의하며 적절한 시기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관철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사장단은 지난해 4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락 등 예상보다 악화하는 시장 상황에 투자를 축소하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과거에서 투자의 타이밍을 강조하기도 했다. 2001년 반도체 D램 가격이 1년 전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극심한 불황 시기에서 12인치 웨이퍼 생산을 위해 수조원대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회장 취임 후 꾸준히 지역 사업장을 찾아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천안·온양 사업장 방문 열흘 전인 지난 7일 이 회장은 충남 아산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아 "선제적 투자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키우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보다 앞서 지난해 10월 취임 후 5개월 간 삼성전자(광주), 삼성전기(부산) 등 7곳에 이르는 사업장을 찾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지속적으로 투자와 인재양성, 지역과 상생 등을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와 경제 활성화 의지를 드러냈다.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투자금, 내부 자금 조달로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빌린다고 공시했다. 연이율은 연 4.6%로 차입 금액은 2021년 말 별도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 대비 10.35% 규모다. 삼성전자는 투자 지속을 위한 재원 확보를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조달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지분 85%를 보유한 자회사로 현재 약 25조원의 유보금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반도체 투자 지속을 위해 자회사에서 차입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약 20조로 전망되지만 반도체 부문은 상반기 적자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 현금 약 115조원, 순현금 약 105조원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100조원 이상의 현금은 미국과 중국 등 해외법인과 삼성디스플레이 등 주요 자회사에 분산돼 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별도 기준 1분기(21조9321억원) 이후 꾸준히 줄어 지난해 4분기 약 5조원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중 이자율을 검토했을 때 4.6% 금리는 적정한 수준"이라며 "20조원이 순차적이 아니라 한번에 필요한 상황이고 외부에서 이 정도 자금을 일시에 조달할 수는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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