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SM은 나의 것'...방시혁이냐 김범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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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SM은 나의 것'...방시혁이냐 김범수냐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3.02.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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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는 재계 최고의 M&A 이슈는 아니더라도 가장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이슈엔 틀림없다.

대기업에 관한 인수협상도 2년 내에 일반적으로 완료되지만 SM 인수는 2021년 네이버와 카카오의 인수 경쟁을 시작으로 2년 넘게 진행되고 있다. 그 사이 거론된 굵직한 기업도 네이버, 카카오, CJ, 하이브 네 곳이나 된다.

네이버, 카카오, CJ, 하이브 네 기업 모두 자금력 측면에선 SM을 인수하는데 무리가 없다. 그러나 2년간 인수가 진척을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이수만 SM 창업자의 개인적 요구사항이 컸고 때로는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SM을 인수한 기업은 플랫폼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독점을 누릴 수 있기에 이수만 프로듀서 역시 협상에서 갑(甲)의 위치를 놓지 않았다.

ESG를 외친 얼라인파트너스의 등장 

이수만 프로듀서는 그 동안 CJ 이미경 부회장, 카카오 김범수 센터장, 네이버 이해진 의장, 하이브 방시혁 의장과 모두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기업의 창업자 또는 오너가 직접 나설 만큼 SM을 향한 해당 기업의 인수 의지는 상당했다. 유력 인수 대상자는 2년 사이 카카오에서 CJ, 다시 카카오로 전환되었지만 결론은 늘 미궁 속이었다. 

인수협상 진척은 이수만 프로듀서의 요구 등으로 쉽지 않았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K-POP을 산업화한 전설적인 CEO 중 하나다. 그리고 지금은 음악뿐 아니라 방송, 예능프로그램 제작 그리고 플랫폼사업과 메타버스 등으로 사업영역을 전환하며 누구보다 엔터테인먼트 및 콘텐츠 사업의 흐름을 잘 꿰뚫고 있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고자세를 고집했다. 

그러나 얼라인파트너스의 등장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다른 기업들이 SM을 차지하기 위해 이수만 프로듀서에게 우호적으로 대한 반면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이수만 프로듀서의 라이크 기획과 SM 간의 거래 관계 이슈를 제기하며 오너 리스크를 정조준했다. SM 주주들이 돌아서기 시작했고 여론은 이수만 프로듀서에게 불리하게 흘러갔다. 

이수만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 기획이 SM의 매출액 중 6%를 떼어가는 구조는 ESG 관점에서 불공정하다는 것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설명이다. 지배구조 이슈와 맞물리며 이수만 프로듀서는 SM 경영진 및 내부 구성원, 주주들의 신뢰를 잃기 시작했고 SM 경영진은 곧바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카카오를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왼쪽)과 김범수 카카오 센터장. 사진=연합뉴스

방시혁의 선제 공격 뒤이은 김범수의 반격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이수만 프로듀서는 방시혁 의장과 손을 잡았다. 하이브 또한 2년 간 SM 인수에 관심을 보여왔다. K-POP 영역에서 20년 간 1위 자리를 고수해온 이수만 프로듀서는 SM을 밀어내고 글로벌 영역에서 K-POP의 위상을 재설정한 방시혁 의장의 인수를 단칼에 거절했다. SM의 자존심이 하이브의 제의를 허락하긴 쉽지 않다. 

이수만 프로듀서가 예상보다 낮은 가격으로 자신의 지분 14.8%를 방시혁 의장에게 넘긴 건 그만큼 상황이 다급했기 때문이다. 콘텐츠 산업의 선구자인 자신이 SM 현 경영진과 카카오로부터 밀려나는 장면은 이수만 프로듀서가 결코 인정할 수 없는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방시혁 의장은 얼라인파트너스 덕에 SM을 손쉽게(?) 확보할 기회를 잡았다.

방시혁 의장은 이수만 프로듀서와의 공동성명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선진화를 약속했다. 얼라인파트너스와 주주의 우려를 떨쳐내기 위해 곧바로 ESG를 주장한 것이다. 박지원 하이브 대표는 인수 후에도 SM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이수만 프로듀서의 경영 및 프로듀싱 참여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적대적 M&A가 아니라는 항변이다. 

방시혁 의장과 하이브가 공개 매수를 통해 SM 지분 39.8%를 사들이겠다고 선언한 순간 언론은 하이브의 SM 인수를 기정사실화했지만 물러설 카카오가 아니다. 김범수 카카오 센터장은 M&A를 통해 카카오의 몸집을 단기간에 불렸을 정도로 M&A 성공방정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는 2021년부터 3년째 SM 인수를 향해 계속 달려왔다. 

카카오의 우호세력이 기습적으로 지분 확보에 나서자 다시 다급해진 건 하이브다. 주당 12만원의 가격으로 SM 지분 인수에 나서려던 전략은 이미 차질을 빚었다. 카카오는 SM 인수를 노리던 CJ와도 우호세력을 맺고 연합전선을 구축하려는 모습이다. 즉, 전선을 하이브 VS 카카오에서 하이브 VS 카카오 + SM + CJ + 얼라인파트너스로 확장하고 있다. 

물러설 수 없는 방시혁과 김범수

방시혁 의장과 김범수 센터장이 미국에서 최근 SM 인수를 놓고 담판을 진행했다는 기사가 모 언론에 의해 보도되었다. 지나친 자금 출혈로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걸 막기 위해 두 오너가 직접 담판했지만 예상대로 협상 및 논의는 결렬되었다. 이미 수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SM의 지분을 10% 넘게 양쪽 모두 사들인 만큼 양보의 타이밍은 지났다.  

카카오의 김범수 센터장은 2021년, CJ가 SM 인수를 위해 6300억원을 외쳤을 때 7900억원을 외치며 인수 판도를 바꾼 인물이다. 자신이 노리는 매물은 반드시 확보하는 승부사적 면모를 보였다. 방시혁 의장 역시 쏘스뮤직, 미국의 이타카 등을 인수하며 M&A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인물이다. 두 오너의 승부는 결국 두 가지에서 갈린다.

첫째, 이수만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 관해 법원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승부는 갈릴 수 있다. 해당 분쟁을 놓고 배우 김민종, 작곡가 유영진, SM 평직원 협의체 등이 엇갈린 반응을 내놓으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둘째, 자금력으로 대립할 때 어떤 우호세력이 양쪽을 더 많이 지원하냐에 따라 M&A 성패는 좌우될 것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시가총액은 10조원,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8조 3500억, SM의 시가총액은 2조 7800억원이다. 방시혁 의장은 카카오를 넘기 위해 SM이 필요하다. 김범수 센터장 역시 독점을 위해 SM이 필요하다. M&A에서 패배를 모르는 두 오너가 마침내 링에서 격돌했다. 

누가 1패를 맞이하게 될까? SM을 향한 전면전 제2막이 시작되었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올 2월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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