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기후변화가 잦은 가뭄으로 이어지면서 기저귀나 탐폰 등 주요 생필품 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 텍사스 지역의 육지면(목화의 일종) 농장은 가뭄으로 땅이 뜨겁게 달궈지고 마르면서 지난해 전체 재배 규모의 74%에 달하는 600만 에이커(약 2만 4000㎢)의 작물을 포기했다고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미 최대 면화 생산지 텍사스 흉작에 따른 공급량 감소 영향으로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시장조사업체 닐슨IQ와 NPD그룹은 작년 한 해 동안 미국 내 탐폰 가격은 13% 뛰었고 면 기저귀 21%, 솜과 거즈는 각각 9%, 8%씩 값이 올랐다고 밝혔다.

작년 미국 물가 상승률이 6.5%였던 점을 고려하면 유독 면 소재 제품 가격이 기록적 상승세를 보인 셈이다.

닐슨IQ 부사장 니콜 코벳은 "기후변화는 물밑에서 물가상승을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됐다"면서 "극단기후가 작물과 생산량에 지속해서 영향을 주면서 생필품 비용이 계속해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영리 단체 '미래를 위한 포럼'은 2040년 전 세계 면화 재배지의 절반이 가뭄이나 홍수, 산불 등으로 심각한 기후 위기에 처할 것으로 관측했다.

미국농생물공학회(ASABE)의 2020년 연구 결과도 오는 2036∼2065년 애리조나 면화 생산량이 1980~2005년과 비교해 40%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NYT는 텍사스 면화 생산량 감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나날이 고갈돼 가는 오갈라라 대수층(지하수를 함유한 지층)을 지목했다.

이 대수층은 와이오밍에서 텍사스에 이르는 미국 8개 주 아래로 길게 뻗어 있는데 남서부 목화 농가는 지난 수십 년간 이곳에서 퍼 올린 지하수에 의존해왔다.

지난 2018년 미국기후평가(NCA) 보고서는 "오갈라라 대수층의 주요 부분들은 이제 재생 불가능한 자원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변화로 향후 50년간 오갈라라 대부분 지역에서 가뭄 기간이 늘어나고 피해도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대수층 고갈뿐 아니라 기온 상승, 가뭄 증가 등이 이어질 경우 1930년대 미국을 덮쳤던 '더스트볼'과 같은 먼지폭풍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까지 덧붙였다.

텍사스 면화 농민 배리 에번스는 1992년 처음 농사를 짓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오갈라라에서 끌어온 물로 농지 90%를 관개할 수 있었으나 최근 비율이 5%까지 떨어졌다고 호소했다.

일각에서 미국의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산 면화 수입 금지 조치와 기름값 상승, 복잡한 물류 등 요인도 면 제품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조사 및 마케팅 업체 코튼사의 존 데바인 이코노미스트는 "원자재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가장 높은 면제품이 탐폰과 거즈 등 제품"이라며 "노동력이나 제조과정이 거의 필요치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이러한 면제품 가격 급등 현상은 기후위기가 전 세계 소비자의 일상생활에 앞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사례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상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