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의료보조금 축소 반발' 퇴직자들 단체 시위…중국에 대체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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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의료보조금 축소 반발' 퇴직자들 단체 시위…중국에 대체 무슨 일이
  • 베이징=오피니언뉴스 박신희 통신원
  • 승인 2023.02.18 22:59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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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퇴직자들, 의료 보조금 삭감에 반대하는 단체행동 이어가
정책 충성도가 높은 퇴직자들의 시위, 매우 이례적
코로나 방역정책, 중국인들 인식변화 부추겨
박신희 통신원
박신희 통신원

[베이징=오피니언뉴스 박신희 통신원] 3월 개최 예정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및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중국 정부가 최근 확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중국인들의 단체행동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중국 우한과 다롄에서는 중국 퇴직자들이 의료 보조금 삭감에 반대하는 단체행동에 나섰다. 지난 8일 우한시 정부 청사 앞에서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모였다. 이어 15일에는 다롄시에서 수천 명의 시위대가 모여 의료 보조금을 돌려 달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번 시위는 일명 ‘백발시위’라고 불리는데, 이는 시위에 참여하고 퇴직자들의 머리가 하얗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백발시위’에 나선 중국인들은 병원 치료비 혜택을 높이고 의료 보조금을 삭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중국 정부의 의료보험 개혁에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매달 개인 계좌로 월 260위안의 의료 보조금을 지불한다. 의료 보조금을 지금 받은 중국인들은 이 돈을 약국에서 현금처럼 약이나 생필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 정부의 의료보험 개혁에 따라 의료 보조금이 월 83위안으로 대폭 줄어들면서 퇴직자들이 그동안 받아온 현금이 사라진다는 실망감으로 의료 보험 개혁에 반대하고 있다.

중국 퇴직자들이 의료 보조금 삭감에 반대하는 단체행동에 나섰다. 사진출처=콰이서우 캡처
중국 퇴직자들이 의료 보조금 삭감에 반대하는 단체행동에 나섰다. 사진출처=콰이서우 캡처

중국 정부는 의료보험 개혁이 퇴직자들에게 더 많은 의료 혜택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록 의료 보조금이 줄어들지만 의료 보험 혜택이 커지면서 퇴직자들이 향유할 수 있는 병원비 혜택이 훨씬 많이 제공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 보조금을 받아오던 퇴직자들은 멀게만 느껴지는 의료 보험 개혁의 이점보다는 당장 받을 현금이 줄어든다는 반감이 더 커서 ‘백발시위’는 중국 빈곤 지역을 중심으로 앞으로 더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정부는 3월 양회를 앞두고 ‘백발시위’가 확대될 것을 우려해 한 발 물러섰다.

중국 정부는 의료 보험 개혁에 대한 당위성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사진은 운남성에 있는 나면진 의료 개혁 관계자들이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
중국 정부는 의료 보험 개혁에 대한 당위성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사진은 운남성에 있는 나면진 의료 개혁 관계자들이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

중국 정부는 의료 보험 개혁이 퇴직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고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한편 퇴직들이 지급받는 의료 보조금은 외부 처방으로 지정된 약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병원 진료비를 환급하는 시스템도 확충하기로 했다.

그러나 보험 혜택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중국 정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중국인들 사이에는 지난 3년간 제로 코로나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재정이 과다 투입되었고 이로 인해 중국 정부가 돈이 없기 때문에 의료 보조금을 줄인 것이라는 의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재정 부족에 대한 소문을 차단하고 중국 정부의 의료 개혁 방침의 효과를 확산하기 위해 중국 관영 매체들도 적극 지원에 나섰다. 

중국 관영 매체인 인민일보는 지난 2021년에도 의료보험 재정은 흑자재정으로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상태로 유지됐다며 일부에서 흘러나오는 의료보험 기금 재정 불안감은 없다고 밝혔다.

중국 전문가들은 ‘백발시위’에 참여하는 퇴직자들의 시위가 중국에서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그 이유는 퇴직자들 대부분은 60년대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로 이들은 중국 정부와 공산당에 대한 충성심이 높고 그동안 중국 정부의 정책에 순응하며 적극 찬성하는 태도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전문가들은 ‘백발시위’의 배경으로 중국 정부가 중국인들에게 제대로 의료 개혁을 설명하지 않고 시행한 이유와 더불어 지난 3년간 코로나19 방역정책이 만든 중국인들의 인식변화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지난해 말 베이징에서 열린 제로 코로나 반대 '백지시위' 사진출처=연합뉴스
지난해 말 베이징에서 열린 제로 코로나 반대 '백지시위' 사진출처=연합뉴스

코로나19 방역 기간을 거치면서 중국 정부가 보여준 행동이나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중국인들의 신뢰는 하락한 상황이다. 

그리고 코로나19 방역 기간 동안 중국인들은 단체 행동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일부라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는데 이것이 이번 시위의 또 다른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백지시위’로 대변되는 코로나19 정책에 대한 중국인들의 시위는 중국 정부를 향한 시위로 확산되면서 크고 작은 성과도 있었다.

중국 경제는 지난 3년간 코로나19 방역에 올인하면서 재정이 크게 악화됐다. 지방정부는 재정이 바닥나서 공무원들의 월급마저 밀리는 경우도 자주 발생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 전격적으로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폐지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내수 확대를 기반으로 한 경제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을 둘러싼 대외환경은 결코 만만치 않다. 특히 점점 악화되고 있는 미중 관계는 중국의 경제 성장을 가로 막을 수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올해 경제 성장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경제에 불안감을 느낀 중국인들의 단체 행동은 더욱 잦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로 인한 지역 주민들과 지역 정부간의 마찰도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경제 성장 목표 달성에 전력 투구해도 시간이 모자란 중국 정부에게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정부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서라도 중국인들의 반발과 단체행동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늘어난 상황이다.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은 중국대중문화전문가이자 작가로 2006년부터 베이징에 거주하며 한중문화교류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카이스트 MBA를 졸업하고 홍익대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7년 대한민국한류대상시상식에서 글로벌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중국문화산업>, <중국인터넷마케팅>, <그대만 알지 못하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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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23-02-19 08:41:49
https://www.mk.co.kr/news/world/10648302
2023-02-16 19:17:14

한국일보 2023-02-19 08:41:25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21616480004249?did=DA
2023.02.16 19:15

연합뉴스 2023-02-19 08:40:15
https://www.yna.co.kr/view/AKR20230216077100083?input=1179m
2023-02-16 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