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여당, 대통령 거부권 압박... '노란봉투법' 개정안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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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여당, 대통령 거부권 압박... '노란봉투법' 개정안 쟁점은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2.17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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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6단체, "경영상 판단까지 파업 휩쓸릴 것"
노동계 "헌법상 노동3권 보장해야"
벼르는 야당 vs 여당 '대통령 거부권'까지 강경 태세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하청 노동자의 선박 점거 사태로 수면 위로 떠오른 노란봉투법이 입법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사진제공=금속노조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파업한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지난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기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노란봉투법'을 두고 여야는 물론 재계와 노동계는 극렬하게 맞서고 있다.

야당은 '본회의 직회부'를,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카드까지 꺼내들며 강력 저지 의사를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재계 역시 무분별한 파업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권의 정당한 행사를 강조한다. 

노란봉투법 개정안이 최종 처리되기 위해선 환노위 안건조정위원회→전체회의→국회 법제사법위원회→국회 본회의를 거쳐야 한다. 안건조정위원회는 이견이 있는 안건을 상임위에서 최장 90일까지 심사할 수 있다. 환노위 구성원의 3분의 2(4명)가 찬성하면 의결된다.

현재 환노위 안건조정위에는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정의당 1명으로 구성됐다. 사실상 국민의힘이 막을 수 없는 구조다. 야당은 21일 열릴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법사위로 넘긴다는 계획이다.

환노위 전체 위원(16명) 중 국민의힘은 6명에 불과해 법안은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법사위다. 법안 상정과 처리 권한을 가진 위원장이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다. 야당은 법사위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할 경우 본회의 직회부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최후의 수단으로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강력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정의당은 국회에서 노란봉투법 제정을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노란봉투법 쟁점은

지난해 10월 발의된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를 막아 노동3권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과거에도 여러 차례 발의됐다가 폐기되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의 조선소 선박 점거 사태를 계기로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쟁점은 크게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및 가압류 제한 ▲사용자와 노동자의 개념 확장을 꼽을 수 있다. 

먼저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및 가압류 제한과 관련해 개정안은 폭력·파괴행위가 아니라면 불법적 쟁의행위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거나 나아가 폭력·파괴로 인한 경우라도 노조의 의사결정에 의한 것이라면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고 노조의 존립이 불가능할 정도의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기존 적법파업에 따른 면책만으로는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3권을 보호하는데 충분하지 않다는 점과 주요국의 경우에도 쟁의행위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고, 외국의 경우에도 면밀히 보면 불법쟁의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근거가 미약하다는 비판 의견도 있다. 

사용자의 범위 확장도 논란 거리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용자'의 범위가 확장돼 '근로계약의 형식과 상관없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 또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를 모두 사용자 개념에 포함한다. 이 경우 하청 노동조합이 직접적인 근로관계가 없는 원청과 직접 단체교섭 및 협약을 체결하고 교섭이 결렬되면 적법하게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기존 노동조합법의 체계와 충돌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쟁의 개념 확대도 뜨거운 감자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쟁의행위를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발생한 분쟁상태'로 규정한다. '주장의 불일치'에 대해 '합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도 더이상 자주적 교섭에 의한 합의의 여지가 없는 경우'로 정의한다. 하지만 개정안은 노동쟁의의 개념을 '근로조건 및 노동관계 당사자 사이의 주장의 불일치'로 변경해 기존 그 범위에서 제외됐던 정치적 사안 등에 대해서도 노동쟁의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했다. 쟁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의 범위가 너무 협소해 단체행동권을 실행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노동계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사용자의 권한 범위를 넘어서는 사안까지 쟁의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한 부분과 노사간 제반 문제를 노사합의가 아닌 쟁의행위를 통해 해결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김종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2022년판 노란봉투법은 과거에 비해 입법화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법제화의 향방에 따라 향후 노동관계 전반에 큰 폭의 변경이 가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오른쪽 가운데)은 지난해 국회를 찾아 전해철 국회 환노위원장(왼쪽)에게 노란봉투법 관련 반대 의견을 담은 의견서를 전달했다. 사진=연합뉴스

재계 vs 노동계 극명한 대립

재계는 노란봉투법 입법화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난 13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노동조합법 개정 반대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개정안이 통과되면 법체계 근간이 흔들리고 노사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파탄에 이를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경제단체들은 "근로자, 사용자, 노동쟁의 개념의 무분별한 확대는 기업 및 국가 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라면서 "근로자 개념 확대는 전문직이나 자영업자의 노조 설립을 가능하게 하고 자영업자의 담합행위도 보호하게 돼 시장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경 경총 상근부회장은 노동쟁의 개념 확대에 대해 "고도의 경영상 판단이나 재판 중인 사건,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까지 파업을 가능하게 해 산업현장이 1년 내내 분쟁에 휩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재계는 '사용자의 재산권 침해'라고 비판한다. 개정안은 조합원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내지 못하도록 하거나 손해배상액 상한선을 두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불법쟁의행위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 소지가 크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노동계는 정반대의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노란봉투법이 국회 환노위 소위를 통과한 지난 15일 논평을 내고 "지금까지 사측의 보복성 손해배상·가압류 폭탄으로 수많은 노동자의 희생과 고통이 있었다"며 "한참 늦었지만, 이번 국회에서 부족하게나마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하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전히 진짜 사장을 찾기 위해 숨바꼭질을 해야 하고, 정당한 파업을 하기가 사막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의 노조 탄압이 거세지고 있는 와중에 사용자와 노동쟁의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 역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노총은 한상진 대변인 명의 입장문에서 "간접고용,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할 길이 열렸다는 점과 권리 분쟁까지 쟁의 범위가 확대된 것은 커다란 진전"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개정안에 대한 일부 아쉬움도 나왔다.

한국노총은 "헌법상 노동삼권 보장을 구체화하려면 노조법상 일부 조항을 고치는 수준이 아닌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노조를 자유롭게 설립·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한 대변인은 손해배상에 있어 '개인 배상' 부분에 대한 개선이 없고 '근로자' 범위 확대가 없는 점은 미흡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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