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3조 클럽' 기업 2배 늘었지만…수익성은 '뒷걸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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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3조 클럽' 기업 2배 늘었지만…수익성은 '뒷걸음질'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3.02.17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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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매출 3조 이상 식품기업 4곳 늘어…총 8곳
해외 사업·가격 인상이 외형 성장 이끌어
수익성은 뒷걸음질…"매출원가 영향 크게 받는 구조"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냉장제품 판매코너.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냉장제품 판매코너.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지난해 연간 매출 3조원을 돌파한 식품 기업이 기존 4곳에서 8곳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CJ제일제당, 롯데제과, 농심 등 주요 식품업체는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세웠다. 해외 사업 호조와 가격 인상 효과에 힘입어 외형 성장을 거뒀지만, 수익성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롯데제과, SPC삼립, 오뚜기, 농심 '3조 클럽' 합류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와 SPC삼립, 오뚜기, 농심은 지난해 연매출 3조원을 새롭게 돌파했다. 롯데제과는 4조 745억원, SPC삼립은 3조 3145억원의 매출을 냈다. 오뚜기와 농심의 매출은 각각 3조 1833억원, 3조 129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매출 3조원을 넘긴 식품 기업 수는 기존 CJ제일제당, 동원F&B, 대상, 현대그린푸드에 위의 4개 기업이 더해지며 8곳이 됐다. 

'3조 클럽'에 먼저 가입한 4개 기업 역시 지난해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CJ제일제당의 지난해 매출(CJ대한통운 제외)은 전년 대비 19.3% 증가한 18조 7794억원을 기록했다. 식품사업 부문도 전년 대비 16.1% 성장한 11조 42억원의 매출을 내며 최초로 10조원을 돌파했다.

동원F&B 전년 대비 15.3% 늘어난 4조 23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연매출 4조원을 넘겼다. 대상은 전년 대비 17.7% 증가한 4조 854억원의 매출을 냈으며, 현대그린푸드 12.5% 증가한 3조 9232억원의 매출을 냈다. 

연이은 가격 인상에도 수익성 개선 안돼

식품업계 내 전반적인 매출 성장세의 이유로는 해외 사업 호조와 가격 인상 효과가 꼽힌다. 

CJ제일제당의 식품사업 부문은 국내 영업이익이 다소 줄었지만 해외사업이 연간 매출 5조원을 돌파하고 45% 증가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농심도 해외사업 성장 등에 따라 매출액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부터 미국 제2공장 가동을 시작하고 북미지역에서 사상 최대 매출을 거두기도 했다. 롯데제과의 경우 인도, 카자흐스탄 등 해외사업 호조로 매출이 증가했다.

지난해 식품업체가 줄줄이 가격을 인상한 점도 매출 상승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대부분의 식품 업체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원부자잿값, 인건비 급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실제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주요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지난해 3월 식량가격지수는 1990년 기록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치인 159.7포인트를 기록했다. 

이같은 원재룟값 상승 영향으로 농심은 지난해 스낵 가격을 두 차례 인상했고, 지난해 9월 라면 출고가를 11.3% 올렸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1월 빵·케이크 가격을 평균 6.6% 인상했다. CJ제일제당도 지난해 각종 가공식품과 소스, 장류 등의 상품 가격을 전반적으로 인상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가격 인상을 진행했음에도 수익성은 크게 개선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롯데제과, 동원F&B, 대상은 지난해 매출이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감소세를 기록했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6.3% 줄었으며 동원F&B는 1.3% 대상은 9.2% 감소했다. CJ제일제당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27% 감소했다. 

업계는 원재룟값 뿐 아니라 포장재를 비롯한 부자재, 물류비, 인건비, 에너지 비용 등의 생산 비용이 모두 상승한 가운데, 가격이 수익성을 개선할 만큼 충분히 인상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생산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러 가격을 올렸으나 '적자를 면할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국제 곡물가격의 하락세도 아직 국내 식품 물가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식량가격지수는 지난해 3월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해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135.0포인트) 대비 1.9% 하락한 132.4포인트다. 보통 수개월에서 1년 앞서 원재료를 구매해두는 만큼, 과거 축적해둔 원재료를 소진하기 전까지 국제 곡물가격이 시장에 반영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올해도 물가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2023년 주요 기업 원자재·공급망 전망'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42.7%가 "올해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의 경우 매출원가 비중이 높아 원재료 가격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 가운데, 이같은 원가 압박을 가격 인상분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여전히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지난해 식품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대체로 3%대 안팎 수준"이라며 "올해도 대내외 경제상황 악화에 따른 가격 요인 인상이 남아있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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