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부동산 가격, 언제가 저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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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부동산 가격, 언제가 저점일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2.15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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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가격·고금리, 주택 투자 수익률 감소로
전세가격 가파른 상승, 투자수요 위축으로
주택 거래량, 부동산 시장 저점 신호로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전경.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1월 전국 주택가격 하락폭이 전월보다 다소 줄었다. 정부의 전방위적 부동산 규제 완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락폭이 줄었음에도 전국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3개월 연속 2%대 낙폭을 유지했다.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바라보는 시각은 조심스럽다. 주요 금융사의 투자 전문가를 비롯해 부동산 전문가 등은 입을 모아 신중한 접근을 권한다. 이들은 고금리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큰데다 불황 속에서 매수 수요가 늘어나기 쉽지 않다는 이유를 제시한다. 비록 금리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고는 하지만 성급하게 매수에 나서기보다는 저점이 올 때까지 느긋하게 상황을 관망하라고 조언한다. 

여기서 드는 의문이 있다. 부동산 시장의 저점은 언제일까. 

부동산 가격 왜 올랐나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부동산 가격은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솟았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은 2017년 대비 2배 이상 오르기도 했다. 서울 평균아파트 매매가격은 5억~6억원이던 것이 10억원을 훌쩍 넘었다. 일각에선 정부의 정책 실패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지만 부동산 가격 폭등은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전 세계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다. 

그동안 집값이 오른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금리 인하였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전 세계는 저성장과 경기 침체를 겪었다. 이런 불경기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은 금리를 계속 인하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계속 달러를 찍어내다보니 시중에 많은 돈이 풀렸다. 떨어진 달러 가치에 돈은 투자처를 찾아 유랑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아 부동산으로 돈이 몰렸고, 일부 공격적인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이나 암호화폐에 투자했다. 

한국도 미국의 금리 인하를 따라갔고 결국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가 0% 금리를 시사하자 한국도 0%대 금리를 단행했다. 금리가 낮아지니 대출이자도 저렴해졌다. 2%대 주택담도 대출이 나오기도 했다. 너도 나도 돈을 빌려 집을 사는 일이 늘어났다. 서서히 집값이 오르다보니 투자 목적으로 집을 여러 채 사는 투자자들이 늘었고 그런 만큼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은 상승했다. 

공급부족도 부동산 가격을 밀어 올렸다. 투기수요가 늘었다고 하더라도 공급이 많았다면 결과는 달랄을 것이다. 통상 집은 계획하고 허가 받고, 건축을 해서 실제 입주하기까지 3~4년 이상이 걸린다. 대단지 재건축의 경우 5년에서 10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주택을 공급하지 늘리지 않았던 건 인구감소에 대한 우려에서다. 하지만 1인 가구 2인 가구가 급격하게 늘면서 실제로 필요한 주택수는 더 늘어나게 됐다. 결국 수요예측 실패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됐다.

여기에 심리적인 요인도 한 몫했다. 아직 내집마련을 하지 못한 3040 세대는 계속 올라가는 집값에 조바심이 나게 됐고, 당장이라도 마련하지 않으면 벼락거지가 될 것이라는 심리적 불안을 느꼈다. 이미 집값은 많이 올랐지만 소위 말해 '영끌'을 통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했고, 계속해서 집값은 올라갔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각국 정부는 더 많은 돈을 풀었고, 금리를 더 낮추는 결정을 했다. 너도나도 대출을 받아 내집마련에 나섰다. 

서울시내 부동산 중개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가격 왜 떨어지나

원론적으로 주택가격이 떨어지고 거래량이 감소하는 이유는 수요가 줄어서다. 그렇다면 수요가 감소하는 이유는 뭘까. 

주택시장의 수요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실제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실수요와 투자수요다. 투자수요는 빠르게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한다. 반면 실수요는 변동성이 적다. 현재의 부동산 가격 하락은 투자수요 감소의 영향이다. 투자수요는 왜 줄어들까. 높은 가격과 금리 인상으로 주택을 통한 수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 수 없다는 계산으로 투자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투자수요 감소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이유는 전세가격 하락이다. 국내 주택 투자는 대부분 갭 투자 형태로 이뤄진다. 즉, 전세자금을 활용해 주택을 매입한다. 투자수요에서 전세가격이 중요한 이유다. 전세가격이 내리면 투자자금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고, 이는 투자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전세가격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입주 물량이다. 입주 아파트가 많으면 전세가격은 하락한다. 반대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면 전세가격은 오른다.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약 35만7000호다.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해 거의 모든 지역에서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어난다. 중요한 건 입주 물량 추이다. 아파트 입주 물량에서 멸실주택을 제외한 순 입주물량을 살펴보면 수도권 기준 약 18만5000호다. 주목할 건 2017년 이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18만호 이상씩 지속됐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새 아파트가 쌓여가고 있다. 결국 임대료(전·월세) 인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누적 입주 물량도 전세가격의 하방으로 밀어내고 있다. 올해 입주 물량이 늘면서 전세가격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세가격이 내리면 갭 투자가 줄고 투자수요가 감소한다. 

공급도 부동산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이다. 장기적으로 건설사들이 아파트 건설을 늘리면 공급 물량이 늘어나 주택가격은 하락할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 건설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에 단기적인 집값 변동에는 아파트 분양 등의 영향이 크지 않다. 또 서울과 수도권, 지방 대도시 등 유휴토지가 부족해 아파트 총량을 늘리는데 물리적 한계가 있다. 결국 단기 집값을 결정하는 공급은 매도량이다. 쉽게 말해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집을 팔려고 내놓는 매물의 양이 늘면서 부동산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집을 팔려는 사람이 늘면서 집값 하락폭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다시 말해 '전세가격 하락→투자수요 감소→주택 가격 상승 기대감 축소→매도물량 증가→주택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순환고리가 올 한해 부동산 시장에서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한 여성이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외벽에 걸린 매매 정보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저점은 언제일까

그렇다면 부동산 시장 저점은 언제일까.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3년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주택 매매가격은 전년 말 대비 3.5% 하락하고,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도 5.0%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별로 보면 주택 매매값은 서울 2.5%, 수도권 3.0%, 지방 4.0% 하락하고 아파트 매매값은 서울 4.0%, 수도권 4.5%, 지방 5.5% 내릴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에선 현재 3.5%인 기준금리가 상반기 한 두 차례오른 뒤 동결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고금리 기조가 일정부분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경계해야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금리인상 랠리가 마무리되면 시장에서 급급매물이 팔리고 '집값이 바닥에 왔다'는 심리적 안도감이 번지겠지만 이후 닥칠 경기침체가 문제"라면서 "고금리 태풍이 주택시장에 1차 충격이었다면 마이너스 성장 등 경기침체는 2차 충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저점 신호로 거래량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투자수요가 회복되는 신호를 거래량에서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거래량이 추세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하면 누군가 집을 사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집을 사기 시작한다는 건 정책, 금리 등도 중요한 변수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투자에 따른 수익이다. 투자 수익은 집값이 충분히 떨어졌을 때 즉, 매입가격이 낮아졌을 때 다시 증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집값이 충분히 떨어졌을 때 투자수요가 늘고, 그에 따라 거래량도 회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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