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주안의 부동산 전망] 주택시장에서 '금융'의 힘과 역할
상태바
[권주안의 부동산 전망] 주택시장에서 '금융'의 힘과 역할
  • 권주안 한국외대 경제학부 겸임교수
  • 승인 2023.02.09 16:40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주안 한국외대 경제학부 겸임교수] 현대 경제사회 작동에 필요한 요소를 뽑으라면 '금융'이 될 것이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암호화폐와 논란이 되고 있는 가계부채 모두 금융영역이다. 금융은 많은 경제생활에 관여하면서 부가가치를 만들기 때문에 경제의 일부분이며 다른 업역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부실 은행들을 정리했다. IMF의 요구도 있었지만 은행을 빠르게 정상화시켜야만 경제심리가 안정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결과적으로 살아남은 은행의 외형은 커졌고 어떠한 외부 충격에도 충분히 견딜 것으로 보였다.

이후 은행은 금융기술을 개발하고 시장 위험을 분석하는 등 경제시스템의 스위퍼로서 역량을 갖추어야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했다. 커진 덩치와 과점 여건 속에서 안정성 규제에 안주해 버렸다. 결과적으로 은행의 금융기술은 국제 수준에 크게 뒤처져있다. 낮은 경쟁력으로 핀테크 등 외부 도전에 대응해야 하는데 앞선 기회를 놓친 것이 무겁게 느껴진다.  

안정적인 주택담보에 과도한 안전장치 

주택과 관련된 금융 이슈를 보자. 가계대출 문제가 부상하면서 DTI(총부채상환비율)에 더하여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과도한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지만 표면적으로 내세운 것은 가계대출 부실이 은행 등 대출기관으로 확산될 것에 대한 대비였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LTV(주택담보대출비율)가 50% 내외에 불과한 상황에서 DTI나 DSR의 추가 조치는 담보로 충분히 안정적인 은행 대출채권에 이중·삼중 안전장치를 걸어 놓아 현금흐름을 유지시키려는 의도가 과하게 느껴진다. 은행에게만 유리하게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안전장치에만 의존하면 은행은 힘들게 위험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없다. 금융기술 개발 보다 담보 평가에 더 집중하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작년 레고랜드 사태로 수면에 오른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도 비슷하다. 주택분양은 자금흐름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청약제도가 만든 수요 풀과 주택공급규칙의 분할 납부 등 제도적 장치 때문이다. 그런데 분양에 문제가 발생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미분양으로 회수되는 자금이 부족하면 PF 대출 구조 상 사업자가 위험을 떠맡는다.

담보 중심의 위험회피 성향이 강한 은행의 빈자리를 증권회사가 단기 어음을 리볼빙하는 구조로 채우고 있다. 위험이 분산되기는커녕 고스란히 사업자에게 집중되고 있어, PF란 말을 붙인 것이 어색해 보인다. 

PF 대출 등으로 공급된 자금의 대부분은 분양시장에서 수요를 통해 상환된다. 수요는 주택담보대출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평면적으로 보면 PF 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은 이름과 사용자만 다를 뿐 금융과 연관성을 가진다. 이런 관점에서 주택시장과 연결된 금융과 은행의 역할 확대에 대해 제안을 하고자 한다. 

은행이 보유한 주택담보대출채권 유동화 지원해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힘쓰는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은 유동화로 연결된다.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으니 보유 고정금리 담보대출채권을 은행이 유동화하게 유도하는 지원책을 마련해주면 된다. 단순히 LTV, DTI 등 양적 억제 수단에 의존하지 않고 자본시장과 연결하여 자본시장 기준에 맞추어 위험을 관리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담보대출채권은 안전 자산일 뿐 아니라 은행의 규모를 키우는 손쉬운 방법이다. 우선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채권의 일정 비율을 유동화하는 유동화의무비율을 설정해서 시행해야 한다.

본 PF에 은행이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본능적인 위험회피 성향 때문이다. 은행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선 두 가지가 필요하다. 대출 안정성에 대한 고정적 보장과 담보대출과의 연계성이다. 선정된 전문보증기관이 사업장 평가를 통해 표준화된 등급을 공시하도록 하면 사업성에 의존하는 안정성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다. 일정 등급 이하 사업장에 은행이 참여할 경우, 당해 사업장의 주택담보대출 공급기관으로 우선적 지위를 확보하는 전략적 파트너쉽을 허용하면 안전성과 연속성의 잇점을 챙길 수 있다.

또한 당 사업장의 대출채권이 유동화로 이어질 경우 보증을 지원해주면 충분한 유인이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은행 참여로 PF 구조는 개선되고, 자본시장과 연계로 은행의 다양한 위험관리기법 개발을 기대할 수 있다. 

비금융업 종사자 시각에서 보면, 금융은 역할에 비해 책임은 작은 제로섬이 아닌 불공정한 게임을 해왔다. 주택이 일견 공공재라면 여기에 투입되는 자금 역시 최소한의 공적 성격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최근 '은행은 공공재'라고 발언한 금융감독원장의 속내와 '16조원대 순이익 쓸어담은 4대 금융지주' 기사를 보면서 낙후된 경쟁력에 우리가 너무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권주안 교수는 한국외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6년 주택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지내고 2015년 주택산업연구원장에 취임했다. 현재 한국주택학회 이사,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정부해운산업지원방안 2023-02-14 22:00:06
정보보조금지원확대
기금조성후순위대출지원
해운산업위기대응펀드신설
중소선사특별보증지원
저탄소무탄소선박원천기술개발
자료;해운수산부

IMO 탄소규제강화일지 2023-02-14 22:01:27
탄소배출량감축발표
'탄소부담금"도입합의
탄소배출량감축예정

급감하는해운운임(SCFI) 2023-02-14 22:03:27
*자료=상해해운거래소
5109.6 31.5426 99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