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화물 운송 감소와 비용 관련 불확실성은 악재
수송량 증가와 주가는 이미 정점…투자의견 중립 유지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연초부터 해외여행 수요가 급등하고 있음에도 증권가에서는 항공주에 대해 보수적 전망을 보이고 있다. 여객 수요가 증가하고 유가와 환율 모두 지난 분기 대비 하락세를 보이는 등 호재가 산적해 있지만, 여전히 리스크 요인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아직 비용 관련 불확실성이 높고, 고수익의 화물 매출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여객 매출로 대체되고 있기 때문에 항공사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날까지 대한항공 주가는 700원(3.05%)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에 훨씬 못 미치는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도 850원(6.07%), 진에어도 1100원(6.69%)을 기록하며 부진한 상승률을 보였다. 다만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13.76%)과 티웨이항공(25.05%)의 경우 유가 하락과 여객 수송량 증가로 주가가 급등했다.
이들 항공사의 경우 지난해 말 급격한 달러·원 환율 하락으로 비용 부담이 완화되고 외화부채 환입이 발생하면서 지난해 4분기 예상 외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반적으로 증권가에서는 항공주의 전망을 보수적으로 보는 추세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에 대해 "2022년 4분기 영업손익이 시장 예상을 크게 상회해 2023년 영업손익에 대한 기대를 높일 수 있겠으나, 영업손익 개선 속도는 지금이 제일 빠르다"며 "이익 전망치가 상향됐을 때 투자자들은 이미 높아진 주가와 이익 전망 사이에서 밸류에이션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2022년 4분기 국제여객 수송량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분기의 80% 이상을 회복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향후 추가 손익 개선 여지는 많이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며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여행비 지출 증가 여부에 대해서 비관적 생각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적했다.
제주항공과 같은 LCC뿐만 아니라 대형 항공사(FSC)에 대한 주가 전망도 밝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강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투자의견을 중립(Hold)로 하향하며 "올해 대한항공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를 29.9% 하회할 것"이라며 "여객 업황 회복에 따른 항공기 재가동 효과도 전분기대비로는 영업이익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수송량 증가율이 이미 정점에 달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 노선을 필두로 단거리 노선 수요가 개선되면서 여객 수송량은 지난해 10월 이후 대체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달 국제선 수송량은 전월대비 14% 증가에 그쳤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전국공항 국제선 여객은 483만8000명으로 전년대비 1.186%, 전월대비 14% 증가했다. 국내선 여객은 266만8000명으로 전년대비 15% 감소했다. 전체 여객 수송량으로만 보면 2019년 평균 대비 61%까지 회복한 것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는 계절적으로 여객 수요 비수기로 항공사의 운항 확대에 따른 공급 증가가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지방발 국제선 노선이 증가하고 LCC 중심 특가 판매도 늘어 국제선 운임은 2분기부터 점진적으로 하향 안정화될 것이며, 국내 소비 둔화 또한 하반기 여객 운임 하향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연구원은 "이미 국내 항공사들의 주가는 2018년 시가총액 고점을 상회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아진 기대를 일정 부분 반영하고 있다"며 "하반기 중국 노선 여객 수송량 증가가 기대되나, 중국 항공사들의 노선 재개에 따른 공급 증가를 감안하면 운임 하락 추세를 반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여객 수요가 회복됐지만 화물 매출이 감소한 것도 리스크 요인 중 하나다. 화물 매출이 고수익인 반면 여객 매출의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내 출도착 항공화물 수송량은 21만2653톤을 기록하며 2019년 1월 대비 12.4% 감소했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부진에 따른 재화 소비 감소와 1분기 비수기 진입에 따라 물량 감소가 다소 커 보인다"며 "글로벌 항공사들의 국제선 운항 횟수 증가로 운임 하락도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송객 수 회복에 대한 의심은 없으나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항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한 시점"이라며 "대한항공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이야기한 '수익성 위주 선별 수주'가 얼마나 수익성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오피니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