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의 승부수, 애플페이 현대카드 반등 신호탄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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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의 승부수, 애플페이 현대카드 반등 신호탄되나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2.08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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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애플, 애플페이 국내 서비스 공식화
정태영 승부수…단말기 보급·수수료 극복해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애플페이가 한국에 상륙한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위기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겠다."

지난달 4일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위기 극복을 강조했다. 그는 "현대카드는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며 카드업을 선도하고 있으며 현대커머셜은 명확한 정체성을 가지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한 달여가 흘러 8일 현대카드는 애플과 비접촉식 간편 결제 시스템 '애플페이'의 국내 출시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정 부회장의 위기극복 카드가 애플페이로 공식화되는 순간이다. 

현대카드와 애플이 애플페이 출시를 공식적으로 밝힘에 따라 아이폰을 보유한 현대카드 회원은 이르면 다음 달 초부터 근거리 무선 통신(NFC) 단말기를 보유한 일부 매장에서 애플페이로 간편 결제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애플페이 관련 약관 심사를 완료했다. 이후 애플페이의 국내 출시가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현대카드의 NFC 단말기 보급 지원을 두고 부당 보조금 논란이 제기되면서 서비스 출시가 지연돼 왔다.

현대카드는 정면승부를 택했다. 애플의 배타적 사용권을 포기하면서 보조금 논란을 일단락 지었다. 금융당국은 지난 3일 국내 신용카드사들이 필요한 절차를 준수해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을 추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애플페이가 이르면 다음 달 초 서비스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정태영의 승부수, 애플페이

정 부회장은 중장기 성장동력과 경쟁력 그리고 경쟁 업체와 차별화 및 독창성 확보를 위해 고심해 왔다. 그 해법으로 애플페이에 공을 들여왔다는 전언이다. 

업계 안팎에선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도입 추진은 정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유는 간단하다. 애플페이 도입을 위해선 NFC 단말기 보급 등 막대한 비용이 뒤따른다. 그동안 애플은 국내 보급률 5% 안팎의 NFC 기능이 탑재된 단말기 보급 관련 비용을 국내 카드사가 부담하라고 요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NFC와 QR결제 기능을 모두 갖춘 단말기의 가격은 20만원선이다. 부가세와 설치비용을 포함하면 대당 26만원 수준이다. 이를 토대로 300만 가맹점에 NFC 단말기를 보급한다고 가정하면 대략 78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목표 보급률을 낮추고 비용을 절반만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수천억원의 지출은 불가피하다. 

업계에선 정 부회장의 결단이 애플페이 협상 진전의 결정타가 됐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 협상이 국내 카드사와 지지부진했던 건 단말기 비용부담이 컸기 때문"이라면서 "현대카드가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라고 봤다. 

애플페이 도입으로 현대카드는 점유율 확대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의 국내 점유율은 약 30% 수준이다. 애플페이가 한국에 상륙하면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약 4분의 1을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특히 애플의 경우 고객의 충성도가 높은 만큼 현대카드는 이들을 현대카드의 충성고객으로 락인(Lock-in)함과 동시에 아이폰과 애플워치 의존도가 높은 MZ 세대를 주 고객층으로 흡수할 수 있다. 

애플페이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는 가운데 수수료 역풍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관건은 수수료 역풍

NCF 결제 인프라 확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 부회장은 코스트코 등 대형 할인점과 커피 프랜차이즈 등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는 2019년 코스트코와 10년간의 장기 독점계약을 맺었다. 이 외에도 이마트 등 대형 가맹점과 커피전문점, 편의점 위주로 오프라인 NFC 결제 인프라를 확보하고 온라인 결제 방식도 동시에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가맹점이 비용 부담 없이 NFC 단말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단말기 비용 지원 등 프로모션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결제 수수료다. 애플은 애플페이로 이뤄진 결제 건에 대해 0.1%에서 최대 0.15%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이 때문에 수수료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프라인 결제에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삼성페이나 카카오페이와 달리 애플페이는 결제에 따른 수수료를 부과해 해외 사업자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현재 논란이 되는 건 애플페이로 결제하는 대중교통 수수료다. 카드사의 교통카드 사업은 수익성이 없는 일종의 고객 편의를 위한 부가 서비스에 가깝다. 일부 카드사는 고객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교통카드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교통카드로 결제된 교통비에 대해 건당 수수료를 책정할 경우 카드사로선 밑지는 장사를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애플페이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애플페이를 도입한 카드사가 당장 소비자에게 결제 수수료율을 높여 청구하지는 않더라도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 등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방식으로 이익을 보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신한카드, KB국민카드, 롯데카드 등 6개 카드사가 연합해 서비스 한 '오픈페이'와 결제, 디지털 키, 모바일 신분증, 티켓, 탑승권 등으로 서비스 항목을 강화하고 있는 삼성페이 그리고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등의 반격도 매서울 것으로 보인다. 단말기 보급 확대와 수수료 부담 문제를 안고 있는 애플페이의 설 자리가 그만큼 줄어들 여지 역시 큰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는 예전에도 수수료 부담 문제로 무산된 전례가 있다"면서 "카드 가맹점이 굳이 수수료까지 부담하면서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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