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 증권 시대' 성큼...증권사들 시장 선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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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 증권 시대' 성큼...증권사들 시장 선점 나선다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3.02.0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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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 발표
KB·신한투자·키움·대신증권, 적극적으로 시스템 준비
"성장세 더딜 수 있지만 제도권 편입으로 접근성 좋아질 것"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금융당국이 그동안 '증권형 토큰'으로 불리던 토큰 증권 발행을 이르면 올해 상반기 전면 허용할 것으로 보이면서 증권사들이 발빠르게 시장 선점을 시도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관련 협의체를 만들고, 대신증권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을 인수할 계획이다.

부동산과 미술품, 음악 저작권료와 같이 실물을 바탕으로 발행한 디지털 자산이 토큰 증권으로 제도화됨에 따라 관련 시장이 활성화되고 투자자보호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디지털 자산으로 발행한 암호화폐 등을 증권으로 간주하는 '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을 발표했다. 

자본시장 제도의 투자자 보호장치 내에서 토큰 증권을 발행·유통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조각투자 등 다양한 권리를 손쉽게 증권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되될 전망이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토큰 증권이란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을 의미한다. 투자자가 얻게 되는 권리가 법적으로 증권에 해당한다면, 어떤 형태를 하고 있든지 투자자보호와 시장질서 유지를 위한 공시, 인·허가 제도, 불공정거래 금지 등 모든 증권 규제가 적용된다. 

지금까지 증권은 발행 형태에 따라 실물증권과 전자증권 두 가지 형태로만 존재했지만, 여기에 새로운 토큰 증권이 추가된 것이다. 토큰 증권은 증권을 종이(실물증권)가 아닌 전자화된 방식으로 기재한다는 점에서 기존 전자증권과 유사하지만, 금융사가 중앙집권적으로 등록·관리하지 않고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금융위원회는 "토큰 증권 발행(STO, Security Token Offering), 즉 토큰 증권의 발행과 유통을 허용함으로써 최근 출현한 다양한 권리의 증권화를 지원하고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기존 증권의 발행과 거래도 더욱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개선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 금융 혁신을 위한 국정과제로, 자본시장법 규율 내에서 STO를 허용하기 위한 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를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이에 증권사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특히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과 대신증권 등이 발빠르게 관련 기업과 업무협약을 준비하는 추세다. 

KB증권은 지난해 11월부터 토큰 증권 플랫폼에 들어갈 핵심 기능을 개발 중이다. 올해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STO 플랫폼 개발·시험도 진행하고 있으며,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지갑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블록체인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핀테크 기업인 에이판다파트너스와 함께 플랫폼 서비스 개발에도 나섰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자회사 람다256과 블록체인 네트워크 설계·테스트, STO 플랫폼 기능 검증도 진행 중이다. 

실제로 이날 신한투자증권은 토큰 증권 협의체인 'STO 얼라이언스'를 구축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토큰 증권 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협업하는 조직이다. 신한투자증권은 STO얼라이언스를 통해 토큰 증권의 이점을 투자자들에게 알리고, 토큰 증권 발행 및 거래를 위한 표준과 최선의 사례를 설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25일 한국정보인증과 함께 페어스퀘어랩과 토큰 증권 사업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페어스퀘어랩은 2018년 설립된 블록체인 전문 기업으로, 지난해 한국정보인증 등으로부터 100억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다수의 증권사들과 증권형 토큰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는 기업이다.

또한 키움증권은 자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인 영웅문s에서 STO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페어스퀘어랩 이외에도 펀블·카사·뮤직카우와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조각투자 플랫폼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신증권은 국내 1호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인 카사코리아를 인수할 방침이다. 카사코리아 지분을 대신증권이 과반수 매입하고, 이달 중 인수 계약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올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하는 토큰 증권이 상장되고 유통되는 시장이 한국거래소에 열릴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예탁결제원도 토큰 증권 총량을 관리하는 인프라를 만드는 추세다.

전세계적으로도 토큰 증권을 통한 자금 조달 사례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와 달리 유럽,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전부터 각각의 규제 당국에서 제시하는 규제를 따라갈 경우 토큰 증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가능했다. 대포적으로 미국의 경우 토큰 증권은 해당 거래 플랫폼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다만 시장 성장세가 빠르지는 않다. 미국의 주요 토큰증권 거래소 중 하나인 tZERO의 경우 지난해 11월 말 기준 거래량이 180만달러에 그쳤다. 개별 자산의 측면에서 살펴봐도 지난달 말 기준 비트코인 일간거래량과 시가총액이 각각 386억달러, 4393억달러인 반면 tZERO는 7469달러, 8490만달러에 불과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규제당국의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이 공개된 이후 관련 시장이 금융시장에서 성장하는 데는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국내는 토큰 증권 시장이 조각투자 시장의 사례와 유사하게 제도권 하의 금융기관과 함께 구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토큰증권 시장에 대한 접근성은 미국보다 더 좋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관련 시장의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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