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탐험, 서울이야기]⑥ '강남'이었던 영등포가 그 이름을 넘기게 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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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탐험, 서울이야기]⑥ '강남'이었던 영등포가 그 이름을 넘기게 된 까닭은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2.05 10: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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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영등포 일대가 강남(江南)으로 불렸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강은 한강을 의미하니까 한강의 남쪽 강기슭에 면한 영등포가 강남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강남 하면 어디가 떠오르나요. 좁게는 강남구가, 넓게는 서초구와 송파구가 떠오르지 않나요? 이른바 강남 3구를 합쳐 강남으로 분류하기도 하니까요.

이런 분류에 익숙한 분들은 영등포 일대를 강남으로 부르던 시절의 흔적을 접하면 낯설 수 있습니다. 강남이라는 명칭은 특정 지역을 뜻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상징을 담은 단어로 쓰이는 것 같네요.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1920년대 영등포의 유지들은 ‘강남발전준비회’를 결성했습니다. 여기서 ‘강남’은 영등포역 일대는 물론 노량진과 대방동, 흑석동과 상도동을 의미하는데 이 시기 영등포는 서울의 남쪽, 즉 한강 이남에서 가장 발전한 지역이었지요. 그래서인지 1936년 이후에는 경성으로 편입된 영등포를 두고 ‘강남’으로 표현하는 기사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1938년 10월 19일 조선일보 기사. 대방동에 새로 문을 연 ‘법덕온천’을 ‘강남신명소’라 소개한다. 자료=조선일보. 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그 한 예가 1938년경 대방동에서 문을 연 ‘법덕온천’이라는 휴양 시설 안내 기사입니다. 그 무렵 기사들을 보면 이 온천을 '강남 신명소'의 하나라고 소개합니다. 교통의 요지인 영등포와 가까운 대방동에는 군 시설이, 상도동과 흑석동에는 일본인을 위한 주거 지역이 조성되었는데 이들을 겨냥한 휴양 시설로 보입니다.

1939년의 조선일보의 ‘강남 일대 각 학교의 졸업생 동향 타진’ 기사는 영등포 일대 각급 학교의 졸업생 현황을 다뤘습니다. 각 학교의 졸업생이 몇 명인지, 그들 중 몇 명이 상급 학교에 진학했는지 혹은 어느 분야에 취업했는지 등을 조사했지요. 그 외 여러 신문이 ‘강남 지역에 학교가 부족하다’는 취지의 기사들을 내보내기도 합니다.

이들 몇몇 기사만 영등포 일대를 강남으로 지칭한 건 아닙니다. 학교나 건물 이름 등에 강남이 들어간 곳들이 이 일대에 많거든요. 특히 학교 이름은 그 학교가 소재한 동네 이름이나 그곳을 의미하는 단어로 지을 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강남’이라는 이름이 학교 이름에 들어간 곳이 대방동의 ‘강남중학교’와 상도동의 ‘강남초등학교’입니다.

강남중·강남아파트가 대방동·상도동에 있는 이유

강남초등학교는 일제시대에 개교해 보통학교와 소학교 시절부터 ‘강남’이라는 이름을 써온 걸로 보입니다. 1959년에 개교한 강남중학교에는 몇 해 전 대구 출신 조카가 교사로 부임했었습니다. 그런데 대구에 사는 친척 어른들이 서울 강남의 학교에 교사가 되었다며 기뻐하셨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그분들이 생각한 강남과 강남중학교의 강남은 다른 지역이지만요.

동작구 대방동에 소재한 ‘강남중학교’. 1959년에 개교했다. 사진=강대호

숭실대학교 정문 인근에는 ‘강남아파트’라는 건물이 있습니다. 1층에는 상가가 있고 다른 층은 아파트인 주상복합건물입니다. 상도동에 자리한 이 건물에 강남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 1972년 준공 당시라고 합니다. 강남 개발 계획이 1970년에 발표되었으니 그 후에도 영등포 일대는 계속 강남으로 불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원조 강남의 영향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일까요.

지금의 강남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영동’으로 불렸습니다. 영동은 ‘영등포의 동쪽’을 의미하지요. 영등포가 당시 한강 이남에서 가장 발전한 지역이어서 기준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영동이라는 지명은 강남 개발 계획에서도 언급됩니다. 1970년 서울시에서 발표한 <남서울 개발 계획>에서 이들 지역을 영동1지구와 영동2지구로 나눈 거지요. 

그런데 영동1지구는 영등포구 신동출장소 관할이었고, 영동2지구는 성동구 언주출장소 관할이었습니다. 토지 관련 업무는 구청이 담당하는 부분이 많은데 두 구청을 상대해야 하니까 행정 절차가 복잡했습니다. 그래서 두 지역을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합쳤습니다. 그렇게 1973년 7월에 출범한 게 ‘영동출장소’입니다. 성동구 소속이었지요.

영동으로 불리던 강남에서 새로 개교한 학교들에 ‘영동’이라는 이름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말죽거리에 있었던 영동중학교는 1970년에 ‘양재여자중학교’로 개교했지만 1973년에 ‘영동중학교’로 개명합니다. 영동고등학교는 1973년에 개교해 강남을 상징하는 사립 고등학교로 성장합니다.

강남대로 옆에 자리한 영동시장도 강남 개발 초기에 조성되었습니다. 이시기에는 논현동을 중심으로 주거 지역이 들어서기 시작하는데요 1971년 12월에 준공한 논현동 공무원 아파트와 논현초등학교 인근 주택가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없었지요. 그래서 반포동과 서초동, 논현동 등의 농민들이 대로변과 이면도로변에 노점을 열었다고 합니다. 

1973년 개장한 영동시장. 지하 1층과 지상 1, 2층은 점포로, 지상 3~5층은 아파트로 되어 있다. 2층에 영동출장소 사무실이 있었다. 사진제공= 서울역사아카이브

강남은 신도시로 계획했습니다. 시장도 현대식이어야 했지요. 그래서 영동개발촉진책의 일환으로 1973년에 지금의 영동시장 중심 도로에 ‘영동시장아파트’가 들어서게 됩니다. 지상 1, 2층과 지하 1층은 시장 점포로, 3층에서 5층까지는 아파트로 구성된 일종의 주상복합건물이었습니다. 2층에는 신설된 영동출장소가 입주했지요.

시장이 상가 안으로 들어섰지만, 노점은 노점대로 상권을 이뤘습니다. 제가 초등학생인 1970년대 후반부터 그 인근을 지나다녔는데 노점들이 상점가로 변해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맛집 거리로 유명한 영동시장 골목들은 말 그대로 시장통에서 비롯된 거지요.

시장 한켠에 자리했던 영동시장 건물은 2006년에 철거됐습니다. 그 후 빈터로 남아있다가 2012년에 새로운 건물로 재건축되었지요. 그리고 이 건물과 같은 골목에는 영동시장의 오랜 상점들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상점 주인 중에는 철거된 영동시장 건물 안에서 장사했던 분들이 있습니다. 오랜 전통의 순댓국밥집 주인도 그 건물에서 장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강남이 '영등포의 그늘'에서 벗어난 시점은

한편, 강남 개발이 본격화 되면서 성동구청 영동출장소 관할이었던 지역이 1975년에 강남구로 독립합니다. 지금의 강남구와 서초구는 물론 송파구와 강동구도 한동안 강남구에 속하게 되었지요.

이때부터 강남은 영동이 아닌 ‘강남’이라는 정체성을 입기 시작합니다. 정확히 언제부터라고 선을 그을 수는 없겠지만 강남구라는 행정구역과 강남대로라는 도로 이름이 어느 정도 작용하지 않았을까요.

강남대로 변에 자리한 영동시장. 사진=강대호

그런데 강남대로는 도로 한쪽이 서초구에 접하고 있습니다. 도로 동쪽은 강남구에, 서쪽은 서초구에 속하지요. 이 도로는 원래 ‘영동1로’였다가 1976년에 ‘강남대로’라고 개명되었습니다. 당시에는 강남 한복판을 지난다는 상징성을 부여했겠지만, 행정구역이 분리된 이후에는 서초구가 손해 보는 느낌일지도 모르겠네요. 강남대로 절반의 지분을 서초구가 갖고 있으니까요.

이렇듯 강남은 영등포 동쪽 지역을 의미하다가 차츰 지역적 정체성이 생기며 행정구역이 분리됩니다. 먼저 강남구가 관할했던 탄천 동쪽 지역이 1979년에 강동구로 분리됩니다. 강남대로 서쪽의 강남구 영역은 1988년에 서초구로 독립합니다. 같은 해에 송파구 또한 강동구에서 분리됩니다.

이들 지역은 서울에서 가장 변화가 큰 곳들입니다. 그중에서도 어쩌면 송파 지역이 가장 큰 변화를 보여주는 곳일지도 모릅니다. 다음 글에서 그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매주 일요일 연재>

영동시장 골목. 사진=강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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