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세상읽기] 더 이상 친환경 아니다…천연가스 버스의 종말
상태바
[모빌리티 세상읽기] 더 이상 친환경 아니다…천연가스 버스의 종말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1.29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5년 하이브리드 LPG 차 친환경 제외
정부, 친환경차로 수소·전기차 보급 방점
가스비 체납으로 멈춰선 목포시의 시내버스. 사진=연합뉴스
불과 40년전 노트북은 공상과학 영화의 소품 정도였다. 20년전 스마트폰은 먼 미래의 상징일 뿐이었다. 이제 인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버금가는 이동 수단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10년 후 늦어도 20년후 세상을 또 한번 바꿔 놓을 ‘모빌리티’. 아직도 모빌리티에 대한 개념은 모호하다. 모빌리티는 인류가 육·해·공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의미한다. 자동차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글로벌 자동차·IT업계 동향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올해 설 연휴 목포시는 때아닌 교통대란을 겪었다. 원인은 귀성객이 몰려서가 아니다. 대표적인 '서민의 발'이자 친환경 차량으로 각광 받았던 천연가스(CNG)를 주연료로 하는 시내버스가 멈춰섰기 때문이다.

목포에서 23개의 노선을 운행하는 태원여객, 유진운수는 목포도시가스에 연료비 23억원을 체납했다. 목포도시가스는 공증 또는 담보를 요구했지만 회사가 응하지 않자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이 여파로 목포시의 시내버스는 지난해 12월23일부터 운행을 멈췄다. 11개 노선에 비상수송차량 58대가 투입됐지만 설 연휴에도 시민의 불편은 계속됐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독점사업자가 적자를 이유로 서민의 삶을 담보로 연료비 체납을 거듭해서다. 가스를 연료로 한 대중교통은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다가올 미래, CNG 버스는 더 이상 친환경 운송수단이 아니다. 

LPG·CNG차 저공해차 분류서 삭제

정부는 2024년부터 LPG와 CNG 차량을 저공해차에서 제외하고 보조금도 지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저공해차에서 무공해차 중심으로 분류체계를 개편하면서 LPG와 CNG 차량이 포함된 3종 저공해차 규정을 삭제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정부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NDC) 상향과 2050년 탄소중립 선언 등 수송부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무공해차 중심으로 보급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무공해차 보급여건 개선에 따라 LPG 등 3종 저공해차 지원사업을 올해 단계적으로 종료하고 2024년부터 저공해차 정의에서 관련 조문을 삭제한다. 또한 2025년부터 하이브리드 전기차(HEV)가 친환경차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정부는 전기차와 수소차에 집중한 무공해차량 보급에 나선다. 친환경차 전환기의 급작스런 정부 정책 변화에 부정적인 목소리도 있지만 정부는 차량 세제지원 및 구매보조금 등 지원 정책을 전기차와 수소차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방침에 변화는 없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이와 함께 2027년 자율주행 레벨4 상용화 계획을 차질없이 뒷받침하는 동시에 자율주행 개발 활성화를 위해 올해 고속도로 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를 시범 구축하고 일반국도의 3차원 정밀지도 및 자율주행 자동차 시범운행지구 확대 등 인프라 확충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경복궁에서 청와대 등을 오가는 자율주행 전기버스. 사진=연합뉴스

청와대 오가는 대형 전기 자율주행버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22일부터 경북궁을 순환하는 2.6km 노선의 전기 자율주행버스 2대의 정기 운행에 돌입했다. 해당 버스는 경복궁역(효자로입구), 국립고궁박물관(영추문), 청와대, 춘추문, 경복궁·국립민속박물관 등 5개 정류소에서 승하차할 수 있다. 이 중 3곳은 기존 도심순환버스(01번) 정류장과 같지만 경복궁역 4번 출구와 가까운 효자로입구(국립고궁박물관 앞)에는 전용 정류소가 신설됐다. 지하철을 통해 청와대를 방문하는 시민 편의를 위한 것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올해 10월까지 실증 기간 자율주행 전기버스 요금은 무료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범 운행 기간 승객 이용 등을 분석해 향후 유료 운행이나 입석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게 된다"며 "환승 시스템 등 대중교통과 완전히 접목하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실증 기간 연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향후 정류소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에 다른 버스처럼 자율주행버스의 도착시간 안내도 추가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셔틀 방식으로 운행을 시작한 청계천 자율주행버스와 환승 등 연계도 검토 중이다. 청계광장~세운상가~청계광장 총 3.4㎞ 구간을 순환하는 이 노선은 총 3대의 자율주행버스가 한 번에 승객을 최대 7명까지 태우고 운행 중이다. 청와대 노선 도입을 위해 서울시는 경복궁 주변 14개소의 교통신호를 개방해 자율주행버스에 신호등 색상과 다음 신호까지 남아 있는 시간 등을 실시간 제공하고, 서울지방경찰청과 협의해 교차로 주행 유도선과 자전거 도로 점선 설치 등 교통안전시설을 개선했다.

백호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청계천에 이어 청와대 주변에서도 자율주행버스 운행을 본격화해 서울 도심에 필요한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고 대중교통수단으로 자율주행버스가 자리매김하는 기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차고지에서 충전 중인 친환경 전기버스. 사진=연합뉴스

대표적 친환경 교통수단

부산시는 전기 버스 도입에 앞장서고 있다. 현대차가 2010년부터 8년여의 개발 기간 끝에 보급한 전기버스 '일렉시티'는 2017년 1호차를 시작으로 부산시 곳곳을 누비고 있다. 일렉시티는 256kWh 고용량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를 적용해 1회 충전(72분)으로 최대 319km를 주행할 수 있고, 30분만 단기 충전해도 170km 주행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고객 안전과 편의 사양을 갖췄다. 

또 다른 친환경 대중교통은 트램이다. 트램은 도로 위에 깔린 레일 위를 주행하는 노면전차로 전기 동력을 사용해 오염물질 배출이 적고 미세먼지 저감에도 효과적이다. 트램은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트램은 현재 수소전기열차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수소전기열차는 물 이외 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무공해 친환경 열차다. 동시에 전선과 변전소 등 급전 설비도 필요하지 않아 인프라 건설과 유지보수 비용 등을 아낄 수 있다. 무엇보다 운송 거리가 멀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어 친환경성과 효율성에서 높은 기대감을 얻고 있다. 국내에선 현대차가 수소연료전지 공급과 관련한 기술을 지원하고 현대로템이 수소전기열차를 제작하는 등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트램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나 수소전지로 운행되는 택시는 현재 도로를 누비고 있다. 현대차의 투산ix 수소전기차는 2016년 울산에서 시범 운행을 시작해 2019년 9월부터 서울에서도 운행을 시작했다. 수소전기차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기에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과 온실가스를 발생하지 않으며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으로 물만 배출한다. 또 바깥 산소를 빨아들여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공기 속 오염물질을 걸러내 대기를 정화하는 효과도 있다. 특히 수소전기차는 고성능 공기정화 필터를 사용해 차량 1대가 중형 디젤차 2대가 배출하는 미세먼지의 양을 정화할 수 있다. 

택시 이외에도 버스 도입도 속도를 낸다. 정부는 지난해 수소경제위원회를 열고 지자체 대상으로 수소버스와 충전소를 구축 지원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성공적인 시범사업을 위해 수소버스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기존 2억에서 2억6000만원으로 증액하고, 차량 보급 대수를 내년까지 700대로 확대하기로 했다. 

LNG와 CNG 그리고 LPG의 차이는

LNG(Liquefied Natural Gas 액화천연가스)와 CNG(Compressed Natural Gas‧압축천연가스)는 둘 다 메테인(methane)을 주성분으로 하는 천연가스다. 메테인은 비중이 0.555이므로 LNG와 CNG도 공기보다 가볍다. 천연가스는 가솔린이나 LPG에 비해 황과 수분이 적게 포함돼 있고 열량이 높은 청정에너지로 현재 가정용 도시가스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는 부피가 커서 충전과 운반, 보관이 어려웠다. 하지만 20세기 중반에 천연가스를 영하 162도 이하로 냉각시켜 LNG로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액화된 천연가스 부피가 600분의 1로 감소(비중도 낮음)해 초대형 LNG 전용 운반선으로 수송할 수 있게 됐다. LNG는 천연가스의 부피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버스나 자동차의 연료로 이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버스나 자동차에서 LNG를 안전하게 이용하려면 초저온 탱크를 달아야 하는데, 이 탱크는 소형화하는 것도 어렵고 비용도 비싸다. 그러다 보니 LNG는 상대적으로 크기가 크고 운행거리가 긴 시외버스나 대형화물차의 연료로 활용되고 있다.

반면 CNG는 천연가스를 200기압 이상의 고압으로 압축한 것으로 운반해 온 LNG를 상온에서 기화시킨 후 압축하면 CNG가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부피가 늘어나 LNG의 3배가 된다. 이 때문에 1회 충전 시 운행 가능한 거리가 너무 짧다는 단점이 있다. 같은 크기의 연료탱크에 실을 수 있는 천연가스는 CNG가 LNG의 3분의1 밖에 안 된다. 하지만 CNG를 연료로 사용하면 냉각과 단열 장치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LNG에 비해 경제적이다. 또한 시내버스용으로 이용하면 연료 충전량이 적어도 무리가 없다. 

LPG(Liquefied Petroleum Gas)는 LNG, CNG와 다르다. 흔히 액화석유가스라고도 부르는 LPG는 실질적으로는 프로페인(propane)과 뷰테인(butane, 일명 부탄가스)의 혼합 형태로 많이 사용한다. 원유의 채굴이나 정제과정에서 기체상의 탄화수소가 발생하는데 여기에 프로페인과 뷰테인이 많이 포함돼 있다. 라이터에 많이 사용하는 뷰테인이나, 가정용 연료료 많이 사용하는 프로페인 모두 상온의 기체상태에서는 공기보다 무겁다.

프로페인과 뷰테인은 끓는점이 낮기 때문에 상온에서 소형의 가벼운 압력용기(봄베)에 쉽게 충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상온에서 약간의 압력만 가하면 액화돼 프로페인은 약 270분의 1, 뷰테인은 약 240분의 1로 그 부피가 줄어든다. 덕분에 간편하게 압력용기에 담아 운반할 수 있다. 충전과 운송 그리고 보관이 편리하다보니 가정용·영업용 연료는 물론 택시 등 자동차 연료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

LPG를 자동차 연료로 이용할 경우 기온에 따라 프로페인과 뷰테인의 혼합 정도를 달리 하는데, 더운 지역으로 갈수록 뷰테인의 함량이 점점 더 높아진다. 자동차 연료로 LPG는 옥탄가가 매우 높은 반면에 출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어, 버스 같은 대형 차량보다 택시나 승용차 같은 소형 자동차에 많이 쓰인다. 또한 LPG는 누설되면 부피가 270배로 늘어나는데다, 공기보다 무거워서 밀폐공간에 갇히기 때문에 폭발위험이 크다.

LNG와 CNG, LPG 같은 가스가 자동차 연료로 확대된 건 이들 연료가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이어서다. 이들은 연소 과정에서 유해물을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데다 가솔린이나 경유보다 이산화탄소 방출량이 적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