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시다 총리가 강력 추진하는 '디지털 개혁'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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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시다 총리가 강력 추진하는 '디지털 개혁' 성공할까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3.01.2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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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23일 마스크를 벗은 채 정기국회 시정방침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교도/연합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행정절차를 끝낼 수 있도록 하거나 플로피 디스크를 지정해 정보 제출을 요구해온 규제를 재검토하는 개혁을 내년까지 2년 동안 단숨에 추진하겠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지난 23일 국정과제를 설명하는 정기국회 시정방침 연설에서 디지털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제는 박물관으로 가야 할 플로피 디스크가 일본에선 여전히 사용하기 때문에 총리가 나서 이를 없애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행정규정이 변화된 환경을 반영하지 못해 웬만한 나라에서 이제 사용되지 않는 플로피 디스크가 일본의 많은 분야에서 사용한다.

작년 8월 일본 디지털청의 조사에서 정부 부처 법령 중 행정절차와 관련된 서류의 제출이나 보관에 사용되는 전자기록매체를 지정한 조문이 1894개에 달했다.

이중 전자기록매체로 플로피 디스크를 지정한 조문은 1338개로 전체의 약 70%를 차지한다.

후생노동성의 의약 및 의료기기 분야 신청·신고 절차와 국토교통성의 건설업 허가 절차, 환경성의 토양오염 대책 관련 절차 등에서 플로피 디스크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4월 일본 야마구치현의 한 지자체 직원이 463가구에 10만 엔(약 100만 원)씩 지급해야 할 코로나19 지원금을 한 사람에게 4630만엔 입금하는 실수를 했다. 해당 사고 자체보다 입금자 명단이 플로피 디스크에 저장돼 지방은행에 전달된 사실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해당 지방은행도 2021년 5월부터 플로피 디스크를 통한 계좌 이체 신규 접수를 중단했지만 오랫동안 플로피 디스크를 통해 송금해온 관공서의 의뢰는 계속 받고 있었던 것이다.

일본 정보기술(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행정기관은 물론 지방은행 중에도 기업에 플로피 디스크에 담아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곳이 여전히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일반 가정이나 직장에선 플로피 디스크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관련 업체가 플로피 디스크의 생산을 중단한 지도 10년 이상 지났다고 한다.

현재 일본 아마존에선 플로피 디스크 온라인 구매가 가능한데 10개 묶음에 3만∼4만 원으로 비싼 편이다.

게다가 현재 사용하는 PC나 노트북 대부분은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버가 없기 때문에 3만∼4만원 수준인 플로피 디스크 외부 입력장치를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오래된 행정규정이 현실에 맞게 바뀌지 않아 일본 국민과 기업이 불편을 겪고 별도의 비용까지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국토교통성 소관인 건설업 허가와 신고 절차의 경우 플로피 디스크에 보관해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번거로워 대부분 종이 서류로 제출하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고노 다로(河野太郞) 디지털상은 작년 8월 말 행정절차에서 플로피 디스크 등을 전자기록매체로 지정한 규정을 개정하고 온라인으로 행정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선 오래된 관행이 쉽게 바뀌지 않는 경향이 있다. 서류에 도장을 찍어야 하는 관행이 대표적이다.

이번에 기시다 총리도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플로피 디스크를 콕 집어 없애겠다고 공언했으나 얼마나 빨리 사라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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