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 실종된 '전기차 자부심'…짧아진 주행거리에 화재 위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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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에 실종된 '전기차 자부심'…짧아진 주행거리에 화재 위험까지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1.25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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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한파에 충전 및 배터리 성능 저하 등 불만 커져
3년 새 4배 늘어난 전기차 화재...소비자 불안감 커져
전기료 인상 기조 속 치솟는 전기차 유지비 부담
올 설 연휴 영하 16도가 넘는 최강 한파 속에 전기차 차주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충전 중인 전기차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설 연휴 지속된 한파 속에 전기차 차주들의 볼멘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이번 설 연휴 전기차로 고향을 다녀오면서 조마조마했다는 글을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전기차 차주 사이에서 전기차가 시기상조라는 말까지 나온다. 

'동상' 걸린 전기차…뚝 떨어진 배터리 성능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겨울철이 되면 전기차 배터리 성능이 떨어져 주행가능한 거리가 최대 30% 가까이 감소한다. 추운 날 스마트폰 배터리가 빨리 닿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시중에 출시된 전기차의 상온(25도) 대비 저온(영하 7도)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는 최대 100km 이상 차이 난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6의 주행거리는 상온의 경우 544km지만 저온에서는 428km로 떨어졌고 아이오닉5 역시 423km에서 362km로 줄어든다. 기아 전기차 EV6의 주행거리는 상온 407km, 저온 380km다. 테슬라의 모델3 롱레인지의 주행거리는 상온 527.9km지만 저온에서 440.1km로 90km 감소한다. 모델Y는 상온 348.6km, 저온 279.3km로 70km 가까이 차이 난다.

배터리 성능 저하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리튬이온 배터리다. 액체 전해질로 구성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온이 떨어지면 전해질이 얼어 내부 저항이 커지고 효율도 떨어진다. 기온이 낮은 상태에서 배터리 충전 속도는 현저히 느려지고 효율도 떨어진다. 또 다른 이유는 겨울철 난방 시스템이다. 전기차는 엔진 열을 난방에 사용하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배터리 전력으로 히터를 구동한다. 이 때문에 히터를 틀면 주행가능 거리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전기차 차주들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설 연휴, 전기차 충전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컸다. 실제 가장 붐비는 고속도로 휴게소 20곳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평균 5대 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로공사가 홍정민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하루 이용 차량이 가장 많은 상위 20개 고속도로 휴게소의 전기차 충전기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평균 5.6대로 집계됐다.

차량 방문이 가장 많은 경부선 안성휴게소(부산 방향)는 9대, 2위인 죽전휴게소(서울 방향)는 6대의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돼 있다. 이어 3번째로 이용 차량이 많은 서해안선 화성휴게소(목포 방향)에 설치된 충전기는 8대로 확인됐다. 반면 경부선 기흥휴게소(부산 방향)의 경우 이용 차량 대수는 6위였지만, 전기차 충전기가 아예 없었다. 경부선 망향휴게소(부산 방향) 역시 하루 평균 8000대가 넘는 차량이 드나들지만, 충전기는 2대에 불과했다. 특히 전기차 충전에 1대당 30분이 소요되는 만큼 올 설 연휴 전기 충전 수요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전기차량이 전기차 화재 진압용 이동식 수조에 빠져있다. 사진=연합뉴스

3년 새 4배 늘어난 전기차 화재

전기자동차 화재 사고가 3년 새 4배 증가하는 등 최근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소방청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최근 3년간 연도별 전기차 화재 현황'을 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전기차 화재는 모두 44건 발생했다.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4건 발생해 매년 2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3년간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한 발화요인을 살펴보면 전기적 요인이 1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주의(15건), 교통사고(9건), 기계적 요인(4건) 순이었다. 화재가 발생한 장소는 일반도로가 34곳으로 가장 많았고, 주차장(29건), 고속도로(6건)가 뒤를 이었다.

전기차 화재에 있어 소비자는 물론 업계와 소방 당국이 주목하는 건 리튬이온 배터리 온도가 800도까지 오르는 열 폭주로 인한 화재다. 삽시간에 차량 전체로 불길이 번져 운전자 구출이 어려운데다 발화요인도 10건 중 3건 꼴(28%)로 원인 미상으로 뷴류돼 불안감을 키운다. 

소방 당국은 전기차 화재에 대비한 기술 연구와 전술 선진화 및 장비 도입을 서두르고 있지만 전국에 보급된 진화용 이동식 수조는 단 14개에 불과해 전기차 화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전기차 출을 제한하는 주차장이 생겨나기도 했으며 일부 중고 전기차종의 경우 중고 가격이 하락하기도 했다. 중고차 플랫폼 헤이딜러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진행한 주요 전기차 5개 모델의 거래 결과를 분석한 결과 시세가 3개월 만에 20% 하락했다. 

전기료 인상 기조 속에 전기차 유지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랜저보다 돈 더드는 아이오닉 유지비

환경부에 따르면 50kW 급속충전기는 kWh(킬로와트시)당 324.4원, 100kW 충전기는 347.2원이 부과된다. 50kW 급속충전기를 이용해 1회 완충(70kWh 배터리 장착 전기승용차 기준)할 경우 충전요금은 2만2700원 가량이다.

문제는 전기료 인상이 지속되면서 유지비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한전 적자 축소를 위해 2021년 대비 18%(19.3원) 가까이 전기료를 올렸고,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지난해 인상한 전기료의 약 2.7배(52.1원) 수준까지 올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전기료 인상은 전기차 충전 비용 인상을 이끌 수 밖에 없다.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차의 최신 중형 전기 세단 아이오닉6를 10년간 소유하며 8만㎞ 주행할 경우 총비용은 구매 가격(5200만원)에 전기요금·유지비·보유세 등(1540만원)을 포함해 6740만원이었다. 그랜저 3.3 가솔린 모델(6675만원)보다 높았다. 총소유비용이 가장 낮은 건 오히려 전기차가 아닌 그랜저 하이브리드로 6210만원이었다.특히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은 10만마일(16만㎞)에서 20만마일(32만㎞) 수준으로, 배터리팩을 교체할 경우 총비용은 2000만원 가량 더 추가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가격이 급등하자, 전기차가 가솔린이나 하이브리드 자동차보다 가성비가 뛰어날 것이라는 설득력도 떨어지고 있다.이에 따라 고유가와 맞물려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대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전기료·보험료 인상, 보조금 축소 기조까지 더해지며 전기차 소유비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한전은 천문학적 적자가 지속되자 전기차 충전 요금 할인 특례를 완전 폐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보험사들은 전기차 수리비가 비싸다는 이유로 안 그래도 내연기관 대비 비싼 전기차 보험료를 더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정부 보조금 역시 축소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유럽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12월 25일(현지시각) "전기차 충전비가 내연기관 연료비보다 저렴했으나, 전기료가 급등하면서 이런 혜택이 의미 없어졌다"면서 "심지어 일부 전기차의 고속 충전비는 가솔린 차량의 주유비를 웃돌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독일에서 테슬라 모델3를 100마일(약 161km) 달릴 만큼 고속 충전하면 18.46유로(약 2만5100원)를 내야 했다. 반면, 동급 내연기관인 혼다 시빅에 같은 주행거리 만큼 가솔린을 주유하면 18.31유로(약 2만4900원)가 필요했다. 실제로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인 독일의 가정용 전기료는 1kWh당 평균 0.43유로(약 585원)로, 올해 하반기에만 30%가량 올랐다. 게다가 몇몇 전기 회사는 내년 1월 0.50유로(약 680원) 이상의 추가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기료가 점점 오르는 상황인데, 몇몇 유럽 국가들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줄이고 있다"면서 "유럽 전기차 판매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전기료 인상 문제로 인해 유럽의 온실가스 배출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며, 제조사 역시 전기차로 전환하는데 든 비용을 만회하는게 힘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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