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다큐 ‘어른 김장하’...어른의 참뜻을 일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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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다큐 ‘어른 김장하’...어른의 참뜻을 일깨우다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1.21 09:3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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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다큐멘터리가 대중적인 장르는 아니다. 매니아도 존재하지만, 대중이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는 다큐멘터리는 나름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어른 김장하>가 그런 경우다. MBC경남이 지난 연말과 올 초 경남 지역에 방영한 다큐멘터리인데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그렇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었고, 많은 언론과 인물들이 언급하는 작품이 되었다. 결국 이번 설 연휴에 MBC를 통해 전국에 방영하게 되었다.

진정성을 담은 다큐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는 경남도민일보에서 퇴직한 김주완 기자와 MBC경남의 김현지 PD가 함께 취재한 결과물이다. 다큐멘터리를 문학으로 비유하면 ‘논픽션’이다. 그러니까 허구가 아닌 실제 세상의 모습을 다룬 영상물이다. 그런데 <어른 김장하>에 담긴 주인공의 삶은 마치 허구처럼 보일 정도로 감동을 주었다는 평이 많다.

사전적 의미로 본다면 다큐멘터리는 ‘허구가 아닌 현실을 직접적으로 다루면서 현실의 허구적인 해석 대신 현실 그대로를 전달하는 영화’를 말한다. 또한 ‘실제 사람과 공간뿐만 아니라 사건과 행동들에 관심’ 갖는다.

<어른 김장하>는 이런 정의에 부합하는 다큐멘터리다. 이 작품은 한약사인 김장하의 삶을 소개한다. 선생은 19세였던 1962년에 한약업사 자격을 얻었다. 1963년 고향인 경남 사천에서 한약방을 개업한 선생은 10년 뒤 진주로 이전해 50년간 운영했다. ‘남성당한약방’은 문전성시를 이뤘고 거기서 번 돈으로 김장하 선생은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기 시작했다.

교육의 꿈이 있었던 김장하 선생은 1984년 고등학교를 설립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선생은 진주 지역 사회 다양한 단체에 거액을 기부했다. 옛 진주신문의 주주로 참여했고 지역 문인을 위한 ‘진주가을문예’ 시상식도 1995년부터 27년간 지원했다. 그리고 2000년부터는 남성문화재단을 설립해 다양한 후원을 이어왔다.

이외에도 김장하 선생은 진주환경운동연합 고문, 형평운동기념사업회장,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진주지부 이사장, 지리산살리기국민행동 영남대표 등을 지내며 여러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지원도 지속해 왔다. 

김장하 선생의 이력으로만 본다면 분명 지역의 훌륭한 인물이다. 하지만 여느 유지와 다른 점이 있었기 때문에 다큐멘터리 소재가 되었을 것이다.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는 선생이 다른 독지가들과 다른 점들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설명하는 게 아니고 보여주는 것.

다큐멘터리는 김장하 선생이 지원이나 기부를 통해 인연을 맺은 이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한다. 제작진들이 김장하 본인이 아닌 주변 인물을 찾아다닌 건 선생이 인터뷰를 꺼리기 때문이었다. 김장하 선생은 언론과 공식적 인터뷰를 한 적 없다고 한다. 제작진들이 선생과 인연 맺은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간접적으로 취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런데 김주완 기자는 김장하 선생 주변인을 취재하는 것이 여느 취재와 다른 점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기자가 찾아가면 상대방은 보통 경계하거나 부정적으로 반응할 때가 많은데 김장하 선생에 관해 물어보면 “취재원들이 거의 협조적”이었다는 것이다. 모든 인터뷰이가 김장하 선생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고, 세상 사람들에게 선생의 삶을 알려야 한다며 반겼다고.

MBC경남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 사진제공=MBC경남

어른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다큐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는 선생의 다양한 기부 활동을 소개하지만, 장학생들과의 일화가 특히 인상적이다. 선생은 지역의 가난한 학생들을 지원했는데 대학교수나 법조인 등 세상의 잣대로 보면 성공한 이가 많다. 하지만 사회 현실에 눈을 돌리며 소신에 따른 삶을 개척한 이도 있었다.

그들 중에는 학생운동을 하다 학교에서 제적되거나 시국 사건에 휘말려 수감까지 된 이들이 있다. 심지어 수배된 장학생 때문에 경찰이 남성당한약방까지 찾아간 일도 있었지만, 선생은 그 장학생에게 그 일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다큐멘터리를 위해 인터뷰할 즈음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민주화운동으로 고초를 겪은 장학생들을 두고 김장하 선생은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길은 (공부와 학생운동) 둘 다 똑같다”라며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장학생들을 자랑스러워했다.

물론 평범한 삶을 사는 장학생도 많다. 장학금을 받았지만 특별한 인물이 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어느 장학생에게 선생은 그런 거를 바란 거는 아니었고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고 있는 거라고 덕담해주었다고 한다. 

장학생들의 인터뷰를 종합하면 선생은 학비와 생활비, 때로는 학위 공부까지 지원했다. 그러면서도 그 어떤 요구 사항이 없었고 부담도 주지 않았다고. 장학생들이 기억하는 김장하 선생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참 어른의 모습이었다. 

선생의 기부 활동에는 나름의 소신이 보였다. 김장하 선생은 사회적 차별이 있는 곳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곳에 기부했다. 다큐멘터리는 선생의 이런 품성을 수혜자들과의 일화를 통해 보여준다. 제작진들은 미사여구로 가득한 대본 대신 그들 마음에서 우러나온 고백을 있는 그대로 다큐멘터리에 담았다.

질문을 던지는 다큐

<어른 김장하>에 담긴 한약사 김장하의 삶은 어쩌면 지역의 독지가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생이 여느 인물과 다른 점은 자신이 드러나는 것을 한사코 싫어한다는 점이다. 선생은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지인에게 혹시 자기 자랑이 될 것 같은 질문을 들어도 입을 닫아 버리기 일쑤다. 

김장하 선생은 번 돈을 세상으로 돌려보냈다. 자신이 설립한 명신고등학교를, 땅과 건물 가치만 100억 원이 넘는 학교를 1991년 국가에 무상 헌납했다. 2021년 12월에는 남성문화재단을 해산하며 남은 기금 약 34억 원을 경상국립대학교에 기증했다. 그 외 김장하 선생이 수여한 장학금과 기부한 지역 사회 지원금 총액은 산정하기 어렵다고 한다. 거액임은 분명하다.

그런 선생은 돈은 똥과 같다고 말한다. 그냥 쌓아두면 악취가 진동하지만, 밭에 골고루 뿌려 놓으면 거름이 되는 똥. 

<어른 김장하>를 보다 보면 작은 일에도 크게 생색내는 이들이 떠오른다. 그런 면에서 나이가 많다고 해서 모두가 ‘어른’이 아닌 것은 분명한 듯하다.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이 시대에 어른은 어떤 존재여야 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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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꼰대' 2023-05-06 11:31:26
어른이어른같아야지 나이헛처먹어
한참돈벌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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