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 생가’ 거중기를 보며 떠오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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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생가’ 거중기를 보며 떠오른 생각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1.1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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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늙고 부패한 조선이 서양 학문과 기술을 더 배웠더라면…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에서 꼭 다녀와야 할 곳이 정약용(丁若鏞) 생가다. 그곳엔 정약용 묘소도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경기도 남양주군 조안면 능내리, 예전 지명은 광주군 조부면 마현리였다.

조선 후기 실학의 대부 정약용은 이곳에서 태어나고 죽었다. 그곳은 책을 읽고 사색하기 좋다고 해서 여유당((與猶堂)이라고 불렀다. 그의 호는 유배시절엔 다산(茶山), 집에 돌아와선 여유당이었다.

1762년(영조 38년) 6월 16일 정재원(丁載遠)의 넷째 아들로 태어나 이곳에서 자라고 공부했으며, 21세(1783년) 벼슬길에 올라 고향을 떠났다. 벼슬생활과 18년의 기나긴 유배길을 떠돌다가 1819년 57세의 나이에 고향집으로 돌아와 여생을 마쳤다. (1936년)

뒤로는 운길산이 우뚝 솟아있고, 앞으로는 팔당호 호수의 물결이 출렁인다. 원래 생가는 홍소에 떠내려갔고, 1975년 복원했다.

 

▲ 경기도 남양주시 정약용 생가에 재현된 거중기 모형 /사진=김인영

 

정약용 생가에 다산박물관이 세워져 있다. 그곳에서 눈에 띠는 것은 정약용이 제작한 거중기(擧重機) 모형이다. 무거운 물건을 드는 기계라는 뜻으로, 지금의 기중기다. 이 박물관에 설치된 거중기는 실물과 1대1 규모로 재현되었다.

정약용은 정조 임금의 총애를 받았다. 정조는 비극적으로 죽임을 당한 아버지 사도 세자의 무덤을 지금의 경기도 수원(융릉)으로 옮기고 그곳에 화성(華城)을 짓기로 하고, 건축설계를 정약용에게 맡겼다. 정약용은 중국에서 들여온 「기기도설」이라는 책을 참고해 거중기를 개발했다. 화성 공사에는 정약용의 설계에 따라 제작된 거중기가 사용되었다.

정조 16년(1792년) 제작된 거중기는 높이 4.4m, 너비 1.7m로 노동자 두사람이 약 10톤 이상의 자재를 높은 곳으로 운반할수 있었다.

거중기에는 적은 힘으로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리는 도르래의 원리가 적용되었다. 먼저 평평한 땅에 기계를 놓고 위쪽에 4개, 아래쪽에 4개의 도르래를 연결한다. 다음에 아래쪽 도르래에 들어 올릴 물체를 달아매고 도르래의 양쪽을 잡아당길 수 있는 밧줄을 연결한다. 이 밧줄을 편하게 잡아당기기 위해 설치한 물레를 천천히 감아 돌리면, 도르래에 연결된 끈을 통해 물체가 위로 들어 올려 진다.

정약용은 거중기를 비롯해 벽돌을 이용한 축성기법등 다양한 기술을 화성 건설에 동원했다. 덕분에 공사 기간을 2년 9개월로 단축하고, 공사비도 4만냥이나 대폭 줄일 수 있었다.

 

▲ 정약용이 설계한 거중기 설계도 /사진=김인영

 

정약용은 또 배다리를 한강에 띄워 정조의 화성 행차를 도왔다. 수십 척의 배가 한강을 가로질러 다리를 형성함으로써 정조 임금의 멋들어진 화성 행차를 연출한 것이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심, 새로운 학문에 대한 애착은 그로 하여금 서학(西學)에 빠지게 했고, 그는 서양을 추종하는 파, 즉 신서파(信西派)로 몰려 공격을 받는다. 정조 임금이 죽고 그는 강진 땅으로 유배되는 것을 시작으로 고난의 길을 걷는다.

그의 고난은 우리나라의 훗날 모습을 예고하는 것이다. 같은 시기에 일본은 서양의 학문(난학)을 배워 무역을 활성화하고 무기를 선진화하고 있는데, 이 땅에선 고루한 성리학에 매달려 실질학문이 배척당한 것이다. 돌이켜 볼 때, 정약용이 고안한 저 최신 기술을 더 발전시켰더라면, 서양의 학문과 기술을 더 배웠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1836년 2월 22일. 정약용은 모진 세월을 뒤로 하고 깊은 잠에 빠졌다. 그때 늙고 부패한 조선이 정신을 차려 서양 기술과 학문을 배웠더라면 150년후의 수난을 극복해 낼수 있지 않았을까.

 

▲ 정약용 묘소/ 사진=김인영
▲ 다산박물관의 정약용 상 /사진=김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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