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균의 역사여행⑫…동호직필(董狐直筆)의 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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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균의 역사여행⑫…동호직필(董狐直筆)의 고사
  • 손봉균
  • 승인 2018.01.09 11: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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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이 권력에도 굽히지 않고 올바른 사실관계를 기록한 대표적인 예로 자주 이야기하는 동호(董狐)라는 사관의 고사를 소개하겠다. 동호직필이란 권세에 아부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원칙에 따라 사실을 사실대로 기록하는 것을 가리킨다. 줄여서 직필이라고도 쓴다.>

 

▲ 손봉균씨

 

중국 춘추시대, 기원전 620년경, 진(晉)의 영공(靈公)시절.

진(晉)나라의 영공(靈公)은 사치하고 잔인하며, 방탕한 폭군이었다. 임금에 오른 뒤 백성들을 잘 살게 하는 데는 관심이 없고, 간신 도안가를 총애하고 자신의 즐거운 일만 하였다. 더군다나 즐거움을 얻기 위하여 사람 죽이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성내에 큰 화원을 만들어 놓고, 복숭아꽃이 만발한 봄에 화원 밖에서 구경하는 백성들을 향해 탄환과 화살을 쏘아 백성들을 죽였다. 다른 나라에서 받은 사나운 개를 시켜, 주변 사람들이 잘못을 하면 물게 하였다. 개에게 물린 사람은 죽게 마련이었다.

하루는 임금이 갑자기 술안주로 곰 발바닥을 삶아 오라고 하고 재촉이 심하여, 요리사는 허둥지둥 술상을 차려 올렸다. 임금이 먹어보니 곰 발바닥이 채 익지 않았다. 요리사를 구리쇠로 만든 채찍으로 쳐서 죽였다.

이 때문에 모든 나라는 당시의 패권국이었던 진나라에서 이탈 되어 갔다. 진문공이 세운 패업은 여지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울러 백성들도 진령공을 원망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승상 조둔이 임금을 간하자, 임금은 조둔이 노는 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여, 도안가로 하여금 자객(刺客)을 시켜 승상 조둔을 살해하도록 하였다.

자객(刺客) 서여가 아침 일찍 조둔의 집으로 갔다. 살며시 중문으로 들어가서 어두운 곳에 몸을 숙이고 자세히 안을 살펴보았다. 승상 조둔이 이른 그 시간에 관복을 차려 입고 당상에서 궁에 들어갈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여는 크게 놀라 다시 대문 밖으로 나와서 크게 탄식했다. ‘나라 일을 위해서 저렇게 애쓰시는 분을 죽인다면 이는 충(忠)이 아니며, 임금의 분부를 받고서 실행하지 않을 수 없으니 어찌할꼬?’ 하면서 고민하다가, 앞에 서 있는 큰 괴화나무에 부딪쳐 자살했다.

자살하기 전에 큰 소리로 ‘나는 서여라는 사람이다. 오히려 임금의 분부를 어길지언정 차마 충신을 죽일 순 없구나. 혹 승상의 목숨을 노리는 자가 뒤에 또 올지 모르니 승상은 부디 몸 조심하시라’ 고 하였다.

 

※ 사신이 시로써 서여의 죽음을 찬탄한 것이 있다.

 

장하다, 서여여!

자객(刺客)의 으뜸이로다.

오로지 의(義)를 위해서 결정하노니

전혀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았도다.

도안가에게 은혜를 갚되 조둔을 살렸으니

몸은 죽었으나 그 이름을 천추에 빛냈도다

괴화나무 그늘진 곳이여

오히려 그의 기상이 살아 있는 듯하다.

 

그 날 승상 조둔의 밑에서 일하는 제미명이 ‘위험하니 궁에 들어가지 말라’는 건의를 하였다. 조둔은 이러한 건의를 듣고도 임금과 이미 약속한 일이라고 하면서 궁에 들어갔다.

그러나 임금은 좌우의 군사들을 동원해서 조둔을 죽이려고 하였다. 제미명이 막으며 시간을 벌어 주어서 궁 밖으로 도망칠 수 있었다.

궁에서 도망 나온 조둔은 아들 조삭과 함께 서쪽에 있는 진(秦)나라나 책나라 중 한 나라로 가기 위하여 수도 강성의 서쪽으로 도망갔다.

그 날 조천은 서교에서 사냥을 하고 돌아오다가 숙부인 조둔과 그 아들 조삭이 도망오는 것과 만났다. 조둔에게 자초지중을 들은 조천(당시에 중군을 보좌하는 직책에 있어. 군사를 동원할 수 있었다)이 말했다. ‘숙부는 국경 밖으로 나가지 맙시오. 제가 수일 안에 서울 소식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그 때에 어떻게 할지를 다시 결정하십시다’고 하여, 조둔은 수양산에 가 있기로 하고 헤어졌다.

 

궁으로 돌아온 조천은 임금의 비위를 맞추어 ‘많은 여자를 뽑아서 도원에서 인생을 즐기는 것이 좋습니다’고 건의하였다. 임금은 좋아하면서 도안가를 여자를 뽑는 책임자로 지방으로 내려 보냈다.

도안가를 떼어 놓은 조천이 다음에는 ‘도원을 시위하는 군사들이 너무 약합니다. 신이 거느리고 있는 군대 중에서 날쌔고 용기 있는 자 200명을 뽑아서 지키게 할까 합니다’라고 하니 임금이 좋다고 하면서 찬성하였다.

임금이 사람 죽이기를 좋아 했기 때문에 가까이 모시던 사람들은 언제 죽음을 당할지 몰라 떨고 있었다. 조천은 도원을 경비하는 부하들의 이러한 공포심과 불만을 이용하여 군사들이 임금을 죽이도록 하였다.

백성들은 오랫동안 고통을 받았기 때문에 진 령공이 죽었다는 소문을 듣고는 도리어 통쾌하다고 했다. 조천을 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조천은 숙부인 조둔을 모시러 갔고, 조둔은 그 다음날 수도 강성에 도착하였다. 조둔은 진령공의 시체를 빈렴(殯斂)하고 곡옥 땅에다 장지를 잡아 장례를 치뤘다. 그리고 나서 모든 대신들을 불러 모으고 새로이 임금 세울 일을 의논했다. 종실의 최고 연장자인 공자 흑둔을 세우기로 하고, 주 왕실에 가 있는 흑둔을 조천이 가서 모시고 왔다. 그가 바로 진 성공이다.

 

조둔은 진령공이 피살되었다는 일이 늘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하루는 역사적 사실(史實)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동호(董狐)에게 가서 선군(진령공)에 관한 기록을 보여 달라고 청했다.

태사(太史) 벼슬에 있는 동호는 그 내용을 조둔에게 보여 주었다. 조둔은 그 기록을 보고 크게 놀랐다.

<가을 7월 을축날에 조둔이 도원에서 그 임금 이고(진령공의 이름)를 죽였다>

조둔이 항의 했다.

‘태사는 이 기록을 잘 못 적었소. 그 때 나는 수도인 강성에서 2백 여리나 떨어져 있는 하동 땅에 몸을 피하고 있었소. 내가 그 때 어찌 임금이 피살 된 걸 알리 있었으리요. 그런데, 그대는 임금을 죽였다는 끔찍한 허물을 나에게 뒤집어 씌웠구려.’

동호가 냉정히 대답한다.

‘그대는 승상의 몸으로서 비록 달아났다고는 하지만 그 때 국경을 넘지 않았고 이 나라 안에 있었소. 뿐만 아니라 그대는 그 후 서울에 돌아왔으나 임금을 죽인 자를 찾아내어 처벌하지 않았소. 그렇다면 승상이 그 일을 꾸민 것이 아니라고 극구 변명할 지라도 누가 곧이 듣겠소?’

조둔이 사정한다.

‘이 기록을 고칠 수 없겠소?’

동호가 대답한다.

‘옳은 것은 옳다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하는 것이 사관(史官)의 직책이요. 그러기에 임금도 사관의 기록에 대해선 간섭을 못하는 법입니다. 승상이 내 머리를 끊을 수는 있지만, 이 기록만은 고치지 못하오.’

조둔이 탄식한다.

‘슬프다. 사관의 권력이 정승보다 더하구나. 내 그 때에 국경을 넘어가지 않았다가 천추만세에 누명을 쓰게 되었구나. 내 지금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요!’

 

▲ 중국 춘추시대 사관 동호(董狐) /바이두백과

 

그 뒤로 조둔은 진성공을 섬기되 더욱 공경하고 더욱 매사에 조심했다.

조천이 임금을 죽인 것이 자기라고 자랑하면서 자기에게 정경벼슬을 시켜 달라고 숙부인 조둔에게 청했으나, 조둔은 세상 공론이 두려워서 조천의 청을 거절했다. 조천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마침내 등창이 나서 죽었다.

조천의 아들 조전(趙旃)은 또 ‘죽은 아버지의 벼슬을 제가 이어받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하고 간청했다. 조둔은 ‘네가 앞으로 큰 공만 세운다면 비록 정경벼슬이라도 안 줄리 있겠느냐’고 하면서 거절했다.

 

후세 사신(史臣)이 이 일을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조둔이 조천 부자에게 조금도 사사로운 정을 두지 않은 것은 다 동호(董狐)의 직필(直筆)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 그리고 시로서 동호의 엄결한 필봉(筆鋒)을 칭송한 것이 있다.

 

보통 사관(史官)은 사실을 기록하고

훌륭한 사관은 붓으로 부정(不正)을 죽이는도다.

조천이 그 임금을 죽였지만

조둔은 그 죄를 벗지 못했도다.

‘비록 그대가 내 머리를 끊을 수는 있지만

내 어찌 붓대로서 그대에게 아첨하리오‘ 했으니

참으로 장 하도다, 동호여.

세상에 두려운 것이 시비(是非) 흑백(黑白)인가 하노라.

 

손봉균씨는
국토교통부에서 30년간 재직했다. 서울대학교 졸업, 행정고시 19회에 합격. 전 국토지리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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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민 2018-01-09 22:45:50
동호, 조둔, 서여 참 바른 사람들이다. 명멸하는 뭇별같이 많은 사람들중에 의로운 자들이 그리 많더니. 오늘은 둘러보아도 없더라. 내가 죽지않으면 의가 살지못함은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주는것이 더크게받는것임을 밀알썩어 무수한열매맺음을. 이제라도 사람답게 살아야한다.직필하지못하면 절필해야한다. 정보가거짓됨으로 넘쳐나는홍수속에 더큰거짓들이 떠다닌다. 루머악플괴담유언비어가세상을지배하게해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