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생이 온다] ① 3세 경영 시동건 '한화'의 큰 그림...장남 김동관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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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생이 온다] ① 3세 경영 시동건 '한화'의 큰 그림...장남 김동관 중심으로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1.1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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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김동관 방산·에너지 주도…그룹 경영 전면
'차남' 김동원·'삼남' 김동관 경영 능력 입증 과제
(왼쪽부터)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국내 재계를 이끄는 오너 3·4세가 속속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대부분 1980년대생인 이들은 기존 세대와 달리 자신만의 경영 행보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1980년대생 '뉴 오너'들은 누구며 그들이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인지 짚어봤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한화그룹의 승계 보폭이 빨라지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 내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김 부회장은 방산과 태양광 등 친환경에너지 사업, 나아가 우주 포트폴리오를 총괄한다.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은 금융 부문을, 삼남인 김동선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전략본부장 겸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는 레저 및 유통 부문을 승계할 것으로 보인다. 삼형제가 한화그룹을 분점하는 형식으로 승계의 큰 퍼즐이 맞춰져 가고 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한화그룹 차기 총수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차기 총수로 전면에 나선 김동관

1983년생인 김동관 부회장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한화그룹에 입사한 뒤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2010년 한화그룹 회장실 차장을 거쳐 2015년 한화큐셀 상무와 전무, 2019년 부사장, 2020년 한화솔루션 사장에 올랐다. 특히 한화솔루션 내 큐셀부문(태양광 사업 자회사)이 미국과 유럽 등 주요 태양광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한화그룹은 이미 3세 승계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도 진행해 왔다. 지난해 7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의 방산 부문과 한화디펜스를 흡수 합병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그룹의 역량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모아 김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우조선해양까지 더해 함정 등 특수선 사업을 품을 경우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기업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친환경 에너지 사업도 김 부회장의 무게감을 높인다. 대우조선해양의 조선·해양 기술을 바탕으로 김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도 확장하겠다는 포석이다. 김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에 더해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 사업과 기존 LNG 수입·발전 사업 간 시너지 극대화를 노린다. 

한화그룹은 미래 성장동력인 방산과 친환경 에너지 사업 부문에 김 부회장을 전진 배치하면서 차기 총수로 키울 토양을 마련했다. 지난해 8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김 부회장은 ㈜한화 전략부문 대표이사 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가 됐다.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는 이보다 일찍 맡고 있다. 이를 통해 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에서 에너지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로 항공과 방산 나아가 우주포트폴리오까지 집중할 수 있는 경영구도를 구축했다. 

김 부회장은 '경영 성적'에 있어서도 합격점을 받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태양광 모듈 판매 호조로 2020년 1월 통합 법인 출법 후 분기 사상 최대인 영업이익 3484억원과 매출 3조3657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과 비교해 매출은 30.4% 늘었고, 영업이익은 95.3%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2777억원)에 이어 2분기 연속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은 경영 능력 입증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사진제공=한화

시험대 오른 차남 김동원의 경영 능력

1985년생으로 예일대 동아시아학과를 졸업한 김동원 부사장은 2014년 한화생명 디지털팀장으로 그룹에 합류해 해외 사업과 신사업을 도맡아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에서 입지를 다졌다. 2016년 사업영역을 확대한 공을 인정 받아 상무로 승진했고, 2019년부터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에 올라 한화생명을 포함한 한화 금융계열사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었다. 2020년 디지털 혁신을 인정 받아 전무로 승진했고, 2021년 7월 임원 직제 변경에 따라 디지털담당 부사장이 됐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비금융계열사가 가진 한화투자증권 지분을 모두 인수하며 복잡했던 지배구조를 정리했다. 이를 통해 '한화생명→한화자산운용→한화투자증권'으로 이어지는 사실상 중간금융지주사 체제를 완성하며 독립 경영의 기틀을 마련했다. 

관건은 경영 능력 입증이다. 김 부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국내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은 출범 이래 좀처럼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캐롯손해보험은 국내 최초 탄 만큼 보험료를 지불하는 '퍼마일자동차보험' 등을 출시하는 등 혁신적 시도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캐롯손해보험은 지난해 1~3분기(1~9월) 영업손실 453억원, 순손실 482억원을 기록했다(이하 K-IFRS 별도 기준). 2021년 영업손실 650억원, 순손실 649억원에 이어 캐롯손해보험은 2022년 또다시 거액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캐롯손해보험은 3월24일 연간 실적을 공시했다. 1~3분기 캐롯손해보험의 원수보험료는 2221억원으로 2021년 같은 기간(1156억원) 대비 92.12% 증가했다. 하지만 보험금 지급액(1467억원)이 전년동기 대비 160.56% 급증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실패했다. 원수 보험료를 항목별로 보면 자동차 1859억원, 일반 360억원이었다. 

독자적 경영 능력 입증을 위해 캐롯손해보험 적자 탈출과 함께 핵심 미래 성장을 책임질 먹거리 발굴이 절실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는 재무건전성 확보와 실적 개선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레저·유통 맡는 김동선의 과제 '재무건전성 확보'

1989년생으로 다트머스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김동선 전무는 형제 중 가장 늦게 경영에 합류했다. 2014년 한화건설에 입사했지만 2017년 불미스런 사건으로 회사를 떠났다. 이후 개인사업, 사모펀드 등을 거치다 2020년 한화에너지에 재입사했다. 지난해 5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호스피탈리티 부문 미래전략실 상무로 자리를 옮긴 뒤 지난해 전무로 승진했다. 

김 전무의 당면 과제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실적 개선과 재무 건전성 확보다. 한화호텔앤리조트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2019년 190억원, 2020년 775억원, 2021년 468억원 등 지속적으로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이 기간 순손실 역시 2019년 1352억원, 2020년 1213억원으로 큰 폭 증가하다 2021년 532억원까지 줄였다. 다만 지난해 상반기 기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효과로 양호한 실적은 다소 개선되는 모습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2022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매출은 2021년(2181억원) 대비 53.19% 늘어난 3342억원을 기록했다. 비록 영업이익 적자는 지속됐지만 적자규모는 크게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손실액은 203억원이다. 

유통 부문에서의 영향력 확대도 주목되는 부문이다. 지난해 한화솔루션은 인적분할을 통해 한화갤러리아를 신설했다. 김 전무는 한화갤러리아 부문 신사업전략실장을 겸임하며 유통업에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한화그룹 내에서 유통사업 규모는 크지 않다. 유통사업에서 나오는 매출은 2조원 안팎으로 그룹 전체 매출의 3% 수준에 불과하다. 

'막내' 김 전무의 독립을 위해 자금 지원도 예상된다. 지난 5일 한화솔루션의 최대주주인 ㈜한화는 이사회를 열고 한화솔루션 유상증자에 추가 청약하기로 했다. 구주주 배정 물량에 100% 청약하기로 한 데 이어 이번에 20%를 추가 청약한다. 이번 추가 청약에 따라 ㈜한화의 한화솔루션 출자 주식은 애초 59만5102주에서 71만4122주로 늘게 됐다. 출자 금액도 168억7000만원에서 202억5000만원으로 증가했다. 

㈜한화가 한화솔루션 출자 규모를 늘린 배경으로 김 전무의 독립 자금 지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갤러리아 상장 요건을 맞추기 위해 출자 규모를 늘렸다는 해석이다. 유가증권 상장요건에 따르면 주식 수 100만주, 시가총액 50억원 이상이어야 상장 심사 청구가 가능하다. 현재 한화솔루션의 우선주 시총은 약 410억원이며, 분할비율(0.1013494)을 적용하면 한화갤러리아 시총은 약 41억6000만원이 된다.

한화솔루션은 한화갤러리아 상장 요건을 맞추기 위해 700억원 규모의 우선주 유상증자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또 한화는 지분율에 따라 배정된 물량 100%(59만5102주)를 청약 및 인수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한화의 유상증자 참여만으로도 한화갤러리아 우선주는 최소 174만주 이상으로 늘어나게 돼 100만주 이상 요건을 충족한다. 또한 한화솔루션 주가가 상장신청일 전 거래정지일의 전일(다음 달 24일) 거래가 마감될 때 2만8702원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50억원 이상 요건도 갖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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