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썩이는 설 물가에 서민들 시름…선물도 '가성비'로 기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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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썩이는 설 물가에 서민들 시름…선물도 '가성비'로 기울어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3.01.1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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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차례상 비용 전년比 5.8%↑…29개 품목 중 22개 올라
고물가 부담 속 3년만의 대면 설…'가성비' 선물 인기
서울 청량리 종합시장에서 시민들이 각종 제수용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청량리 종합시장에서 시민들이 각종 제수용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설 명절을 약 2주 앞두고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연초부터 채솟값, 가공식품 등 각종 먹거리 물가가 줄줄이 오르면서 벌써부터 설 명절 장보기 비용에 대한 소비자들의 걱정이 깊어졌다.

이에 정부는 민생안정대책을 통한 설 성수품 물가 끌어내리기에 나섰으며 유통업계도 설 선물 판매에서 프리미엄보다 가성비를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소비자들은 가족·지인을 만나지 못하는 대신 값비싼 선물을 보내는 경향이 있었으나, 올해는 귀성과 함께 가성비 선물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설 차례상 비용 전년보다 5.8% 상승

10일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지난 5~6일 서울, 부산 등 전국 6대 도시 전통시장 8곳에서 과일류, 견과류, 나물류 등 차례용품 29개 품목 가격을 조사한 결과 4인 가족 기준 설 차례상 비용이 25만 43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4만 290원보다 약 5.8% 상승한 가격이다. 총 29개의 조사품목 중 사과, 조기를 포함한 22개 품목이 상승세를 보였으며 배, 곶감 등 6개 품목만 하락세에 거래됐다. 

특히 나물류 및 채소류는 한파와 폭설로 인한 생산량 감소, 난방비 상승에 따른 시설재배 생산비용 증가로 시금치·고사리 중심으로 상승해 설 차례상 비용 상승을 견인했다. 시금치는 한 근(400g) 기준, 전년 대비 40.5% 오른 3190원에 거래됐으며 고사리 한 근은 전년 대비 6.5% 오른 3440원에 거래됐다. 채소류 중 흙대파도 한 단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25% 오른 2900원으로 조사됐다. 

또 닭고기는 생닭 세 마리(마리당 1kg) 기준, 2만 2320원에 거래되면서 전년 대비 24.5% 상승했으며 쇠고기는 국거리용 양지 400g(1만 9570원), 산적용 600g(2만 7630원) 기준으로 전년 대비 각각 9.2%, 6.8% 상승했다.

한편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가 설 성수품 구매 비용을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비해 약 18% 가량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일 서울시 물가조사 모니터단이 서울시내 유통업체 총 22개소(전통시장 14곳, 대형마트 7곳, 가락시장 가락몰)를 직접 방문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대형마트 구매비용은 27만 9326원, 전통시장 구매비용은 22만 8251원으로 나타났다. 각각 전년 대비 4.0%, 6.3% 상승했다. 

먹거리 물가가 들썩이자 농식품부는 ‘설 성수품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배추와 무, 사과, 소고기·돼지고기, 명태, 고등어 등 16대 설 성수품을 오는 20일까지 총 20만 8000톤 공급한다. 또 농축수산물 할인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300억원을 투입한다.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은 "설 명절 먹거리 전반의 물가 안정을 위해 생산자뿐만 아니라 유통업계, 가공식품 제조업계 및 외식업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고물가 상황이 예년보다 심해진 상황에서 민생 대책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라 소비자가 물가 안정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지난 설 정부가 공급한 성수품은 20만 4000톤 규모로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올해 공급량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국물가협회는 "정부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성수품 공급 확대 및 농축산물 할인 지원 확대 등 설 수급안정 대책을 추진하는 만큼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예년보다 이른 설에 육류와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이미 높은 가격상승폭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체감할만한 물가안정 효과는 기대하기 쉽지않은 만큼 판매처별 행사시기 등 차례용품 구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고물가 영향에 '10만원 미만' 설 선물 인기

홈플러스에서 설 선물세트 본판매를 시작했다. 사진제공=홈플러스

물가 상승에 따른 부담이 커지자 소비자들은 가성비 설 선물을 눈여겨 보고 있다. 

GS샵 온라인몰이 명절 기획전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설에는 작년에 비해 10만원 미만의 선물세트 상품을 더 많이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12월 28일부터 올해 1월 6일까지 열흘간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체 구매건수는 작년 설과 비교해 15% 증가했으나, 가격대별로는 10만원 미만 상품 판매 비중이 80%(지난해 62%)를 차지하며 구매 단가는 낮아졌다. 

GS샵 관계자는 "선물용 상품의 구매건수가 늘어난 것은 리오프닝 이후 처음 맞이하는 설 연휴라 고향에 방문하려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추측되고, 선물세트 구매 단가가 낮아진 것은 고물가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설 귀성 의향은 43.8%로 지난해 설(34.9%)에 비해 상승했다.

이에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도 가성비 설 선물을 내세우고 있다. 

홈플러스는 올해 설 선물세트 본판매를 통해 곶감, 견과세트 등 ‘가성비’ 선물세트 라인업을 다양하게 구성했으며, 롯데마트는 지난달 설 사전예약에서 10만원 미만의 가성비 축산 선물세트 물량을 지난 추석보다 50% 이상 확대했다. 가성비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며 축산 선물세트 매출이 30% 이상 상승했고, 그 중 미국, 호주산 축산 선물세트는 지난 설 대비 3배 이상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도 10만원대 소포장 한우 세트 물량을 전년 대비 40% 확대 운영하며 실속 굴비세트, 10만원 미만의 와인 세트 등을 판매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3년 만의 대면 설 명절을 가족들과 함께 맞이하기 위해 가성비 있는 가격대의 실속형 축산, 과일, 안주 선물세트를 찾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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