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 불복 폭동···군의 쿠데타 촉구 '초유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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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선 불복 폭동···군의 쿠데타 촉구 '초유 사태'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3.01.0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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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대통령궁·대법원 모두 뚫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 수백명은 8일(현지시간) 수도 브라질리아 연방 관구에 있는 의회에 난입해 기물을 파손하는 등 폭동을 일으켰다. 사진=AFP/연합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 수백명은 8일(현지시간) 수도 브라질리아 연방 관구에 있는 의회에 난입해 기물을 파손하는 등 폭동을 일으켰다. 사진=AFP/연합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브라질에서 대통령 선거에 패배한 전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의회와 대법원, 대통령궁 등 입법·사법·행정 3부 기관 건물에 난입해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군의 쿠데타를 촉구하며 폭동을 일으킨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3기 정부 출범 1주일 만에 국가 근간을 흔드는 위기 상황을 맞게 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군을 투입에 진압에 나서는 한편 관련자들에 대한 강력 처벌을 예고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 수백명은 8일(현지시간) 수도 브라질리아 연방 관구에 있는 의회에 난입해 기물을 파손하는 등 폭동을 일으켰다.

이들은 의회 앞에 설치된 바리케이드를 넘은 뒤 경찰의 저지를 뚫고 문을 박살 낸 뒤 건물 안으로 침입했다. 이어 집기류를 내던지고 충격을 가해 건물 바닥을 파손시키는 등 폭력을 마구 행사하며 내부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또 회의장 시설물을 못 쓰게 만들고, 의장석에 앉아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브라질 국기를 몸에 두르거나 노란색과 초록색 국기 색 옷을 맞춰 입은 시위대는 의회 건물 지붕에 올라가 브라질 군대의 쿠데타를 촉구하는 '개입'이라는 뜻의 포르투갈어 플래카드를 펼치기도 했다.

시위대는 이어 인근에 있는 대통령궁과 대법원으로까지 몰려가 창문을 깨트리는 등 일대를 '무법천지'의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의 이 같은 폭동 행위를 담은 일부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경찰은 뒤늦게 최루가스를 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경찰과 보안요원은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해 말 발생한 홍수 피해 지역인 아라라콰라 방문 중이어서, 시위대와 맞닥뜨리지는 않았다.

이날 폭동은 지난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의 미국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사태의 복사판처럼 진행됐다.

룰라 대통령이 '50.9%대 49.1%'라는 근소한 득표율 차이로 결선 투표에서 승리를 거머쥔 지난해 10월 대선 이후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브라질리아 주요 군부대 앞에 이른바 '애국 캠프'를 차리고 룰라 취임 반대 시위를 벌이는 등 선거 불복 움직임을 보여 왔다.

일부 극성 지지자는 테러를 모의하다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지난 1일 취임 후 일주일 만에 벌어진 아비규환 사태에 대해 룰라 대통령은 관련자 강력 처벌을 천명했다.

룰라 대통령은 폭동 사태를 일으킨 이들을 "광신도, 파시스트"로 지칭한 뒤 연방정부 차원의 사태 해결 노력을 약속하면서 "모든 법령을 동원해 관련자들에 대한 죄를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그러면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의회 등 공격을 독려하는 듯한 몇 번의 연설을 한 바 있다"며 전임 대통령에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내비쳤다.

플라비우 지누 법무부 장관은 트위터에 "무력으로 자신들의 뜻을 강요하려는 이 터무니없는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군·경 등 가용 인력을 투입해 진압에 나섰다고 밝혔다.

군 병력까지 현장에 투입한 브라질 당국은 이날 저녁 3부 기관의 내부 통제권을 확보한 상태라고 현지 매체 TV 글로부는 보도했다.

대법원장 역시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엄정한 사법처리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질리아 연방 주지사는 이번 사태 책임을 물어 치안 총 책임자인 안데르송 토레스 안보장관을 즉각 해임했다.

경찰관 출신인 그는 전임 보우소나루 정부에서 법무 장관을 지낸 인사라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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