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경] 본문⑨…하도 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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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경] 본문⑨…하도 낙서
  • 주우(宙宇)
  • 승인 2018.01.0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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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는 이유는 하도(河圖)와 낙서(洛書)를 통해 이해될 수 있습니다. 보통 하도를 선천(先天), 낙서를 후천(後天)이라 하는데, 여기서 선천이 과거의 선천세상, 후천이 미래의 후천세상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하도(河圖)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원리이며, 낙서(洛書)는 태어나서 후천적으로 살아가는 현실의 이치를 말합니다. 따라서 하도와 낙서는 따로 떨어져서 작동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도 함께 작동하고 있습니다.

율곡 선생도 대과(大科)에 장원 급제한 글에서 ‘하도(河圖)의 수(數)는 온전한 것을 주로 하므로 십(十)에서 끝이 났으니 천지자연의 상(象)이고, 낙서(洛書)의 수(數)는 변화를 주로 하므로 구(九)에서 끝이 났으니 인간사의 길이다. 하도와 낙서가 서로 경위(經緯 날줄과 씨줄)가 되고 팔괘와 구주(九疇 홍범구주)가 서로 표리(表裏)가 된다.’고 했습니다.

 

하도(河圖)는 일(一)에서 십(十)까지이며 이른바 우주의 기본 프로그램입니다. 컴퓨터에 비유하면 운영체제(Operating system)에 해당합니다. 운영체제는 컴퓨터의 작업과 프로세스의 실행을 제어하고 전반적인 시스템을 관리합니다. 또 운영체제는 실행되는 응용프로그램이 CPU와 메모리, 입출력 장치 등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고, 여러 응용프로그램이 실행되는 동안 모든 프로세스를 스케줄링하여 마치 그들이 동시에 수행되듯이 보이도록 합니다.

일(一)에서 구(九)까지인 낙서(洛書)는 하도라는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실행되는 응용프로그램이므로 낙서만이 현실에서 작용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응용프로그램의 배후에는 언제나 운영체제가 기본으로 돌아가고 있듯이 낙서(洛書)의 배후에도 하도(河圖)가 언제나 작동하고 있습니다.

옛사람들이 천문(天文)과 지리(地理)를 공부한 것도 하도와 낙서로 작동되는 하늘과 땅의 기미(機微)를 살펴서 그 뜻을 알고 삶에 적용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천문(天文)과 지리(地理)는 본디 일체이니, 하늘에서는 상(象)을 이루고 땅에서는 형(形)을 이루며, 그런 까닭으로 하늘에는 은하수(銀河水)가 있고 땅에는 황하수(黃河水)가 있다’고 했습니다.

 

하늘의 프로그램인 하도(河圖)는 땅을 무대삼아 낙서(洛書)로 펼쳐지면서 이 땅에 살아가는 인간으로 하여금 완성되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마방진(魔方陣)의 기초가 되는 것은 낙서입니다. 마방진은 가운데 5를 중심으로 가로·세로, 대각선 숫자의 합이 각각 15가 되는 원리입니다. 중앙에 5를 중심으로 해서 아래가 1이면 위는 9가 되고, 2면 맞은편은 8, 3이면 7, 4면 6이 됩니다. 여기서 핵심은 5의 자리 즉, 중심자리를 찾으려면 내가 1인 경우에는 상대인 9를 만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와 완전히 반대인 9를 만나서 합해졌을 때야 비로소 5의 자리를 찾게 됩니다. 이렇게 각자가 자신의 짝을 알 수 있는 마방진은 어느 방향에서 수를 합해도 그 값이 같아집니다. 이것은 상대를 통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회를 준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 5가 낙서(洛書)에서 작동되는 이유는, 하도(河圖)의 ‘十’을 만나 완성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낙서에 ‘十’이 없다는 것은 현실에서 외적으로 작동하는 응용프로그램인 낙서로는 완성할 수 없다는 점을 말해줍니다. ‘十’은 천지가 작동하는 운영체계인 하도를 모르면 접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하늘 프로그램인 하도에 접근하려면 자신과 완전히 상반된 존재인 ‘나 아닌 것’을 만나서 통합해야 합니다.

음양이 합해졌을(1+4, 2+3) 때 5가 되고, 그 배후의 하도 프로그램이 작동되면서 하늘의 기운이 더해져서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十의 상태가 되는 겁니다. 이 상태가 바로 環五十과 一積十鉅의 十입니다.

十鉅의 의미는 一이라는 존재상태가 天1極 地2極 人3極으로 펼쳐진 현실에서 나 아닌 반대편, 이를테면 1은 9를, 3은 7을, 6은 4를 만나서 四를 완성해가면 五가 되고 그다음에 배후에서 작동하는 운영체제인 하도의 十을 만나 완성된다는 겁니다.

이런 의미에서 하도 세계와 낙서 세계가 따로 작동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단지 하도는 배후에서 작동되므로 현실에서는 만나기 어렵고, 낙서가 현실에서 작동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그 낙서 프로그램을 통해 배후에서 작동하는 운영체계인 하도를 만난다는 것이 바로 이 개념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세간은 수행하기 전의 상태고 출세간은 수행을 시작했을 때의 상태를 나타내므로 만약 수행하려면, 낙서 프로그램에서 내가 1이라면 9를 만나야 합니다. 나 아닌 타자, 둘이 합쳐 十이 될 수 있는 반대편을 만나야만 비로소 수행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색과 빛의 차이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색은 감산혼합(減算混合)이라고 해서 서로 다른 색을 섞으면 점점 어두워져 결국 검은색이 됩니다. 하지만 빛은 가산혼합(加算混合)이라고 해서 다른 빛을 만나면 점점 밝아지고 결국 흰빛이 됩니다. 혹여나 색의 혼합에 대하여 빨간색과 노란색을 섞으면 주황색이 되므로 내가 빨간색이었다면 더 밝아지지 않았느냐고 반문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색상이 주황색이 돼서 관념상 더 밝다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명도를 실제로 측정해보면 빨간색보다 더 어두워진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주황색은 되었지만 어두운 주황색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의미는, 내가 빛이 되어서 더 밝아지려고 한다면 나 아닌 다른 빛을 만나야 한다는 겁니다. 빛의 원리에 따르면 내가 다른 빛을 만나야 더 밝아질 수 있고 정반대의 빛을 만나면 완전히 흰빛으로 완성됩니다. 이것은 디지털카메라의 화이트밸런스 원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만약 유유상종해서 나와 비슷하거나 내 마음에 드는 사람, 편한 상대만 만난다면 색이 점점 더 검어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나와 똑같은 사람은 없고 조금이라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니까 말이 잘 통하고 서로 이상도 비슷하고 마음이 편하리라고 생각하지만, 내 의도대로 더 밝아지는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어두워지기 마련입니다. 이것이 바로 세간의 상태입니다. 만일 더 밝아지는 출세간 상태가 되려면 내가 빛이 되어야 합니다. 내가 빛이 된다는 것은 나하고 다른 반대편을 만나는 겁니다. 나와 다른 상대를 만났을 때에야 내가 빛이 될 수 있고 그 빛을 통해서 점점 더 밝아질 수 있는 겁니다.

이런 원리를 현실에 적용해보면,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 없어져 버리면 좋겠다는 사람, 나를 성질 내게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성질나게도 하는 사람을 통해 수행의 길을 갈 수 있다는 겁니다. 이 타자인 맞상대를 심리학에서 그림자라고 하고, 이 수행과정을 그림자 통합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설령 내가 수행단체나 종교단체에 있다고 하더라도 나 아닌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그림자 통합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수행을 시작하지 않았음을 알아야 합니다. 내가 인간으로서 이 세상에 온 목적을 이루어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단순히 내가 종교 단체나 수행 단체에 있다고 해서 수행을 한다고 여긴다면 착각입니다.

수행은 運三極 즉, 외부의 주어진 상황(三極)을 운용하고 활용(運)하는 것입니다. 만약 大三極 즉, 외부현상을 중시하고 탐진치로 대한다면 뺑뺑이를 도는 無盡本이 될 뿐입니다. 그리고 一析三極의 현상이 현실에 반복해서 나타나는 것이 바로 七八九의 돌이킬 수 없이 악화한 상황입니다.

 

정리해 본다면 ‘一’, 즉 자신의 존재됨됨이에 따라 펼쳐진 天1極·地2極·人3極이라는 前三極이 자신의 책임임을 자각해서, 그 三極을 제대로 운용한다면(運) 四를 완성해가는 덕분에 五와 十이란 고리(環)를 형성하는데, 이런 것이 바로 一積十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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