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첫 연매출 300조 돌파에도 웃지 못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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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첫 연매출 300조 돌파에도 웃지 못하는 까닭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1.06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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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Q 매출 70조·영업익 4.3조…전년 비 8.58%·69% 감소
연간 매출 301조7700억·영업익 43조3700억 집계
수요 위축과 원가 부담…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2009년 1Q 이후 15년 만의 '반도체 적자' 우려 커져
삼성전자는 6일 영업이익이 3분의1 토막 난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사상 처음으로 매출 300조원 벽을 넘어섰지만 영업이익이 반토막 이상이 나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올해에도 주력 사업인 반도체 업황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2009년 1분기 이후 15여년 만에 '반도체 적자'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어닝 쇼크' 영업이익 8년만에 4조원대로 '뚝'

6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69% 감소한 4조3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70조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8.58% 쪼그라들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4조원대를 기록한 건 2014년 3분기(4조600억원) 이후 8년 만이다. 이는 전년 동기(13조8000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며 직전 분기(10조8520억원)와 비교해도 60.37%나 급감한 성적표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크게 하회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영업이익 6조8737억원으로 잠정실적은 이 보다 2조5000억원 가량 밑돈다. 

반면 삼성전자는 창립 이래는 물론이고 국내 산업계 처음으로 연간 매출 3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전년보다 7.9% 증가한 301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43조3000억원으로 전년(51조6000억원)보다 16% 줄어들었다.  

수요 위축에 따른 원가 부담, 수익성 악화로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 배경에는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급감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비용 증가와 그 여파에 따른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가전 등 전 사업 부문에서의 수익성 악화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은 전 분기 절반에도 못 미치는 1조원대 중반에서 2조원대 중반으로 추정된다. 낸드 부문은 4분기 적자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례적으로 설명자료를 내고 "메모리 사업은 전 세계적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경기 침체 전망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우려로 고객사들이 긴축재정 기조를 강화하며 전반적인 재고 조정으로 4분기 구매 수요가 예상보다 대폭 감소했다"며 "공급사들의 재고 증가에 따른 재고 소진 압박이 커지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가격 하락 폭도 애초 전망보다 커 실적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마트폰과 가전도 판매가 줄고 원가 부담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재고자산은 26조3652억원으로 2021년 말(16조4551억원)보다 60.2% 증가했다. D램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재고 자산이 늘면서 재고자산 평가손실도 커졌다. 증권가에서 이번 잠정실적에 재고사잔 평가손실이 예상보다 많이 반영됐을 것으로 풀이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전경. 사진=연합뉴스

15년 만의 반도체 적자 재현 우려 확산

올해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특히 반도체 사업은 2009년 1분기 이후 15여년 만에 적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부문 영업이익 추정치를 1분기 695억원 적자, 2분기 674억원 적자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이 영업적자를 기록한 건 2009년 1분기(7052억원 적자)가 마지막이다. BNK투자증권도 반도체 사업의 1분기 적자 규모를 2900억원, 대신증권은 695억원, 하이투자증권은 280억원으로 각각 추산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의 올해 영업이익 목표치 역시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 잡았다. 

이런 이유로 삼성전자가 감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커진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메모리 가격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적자 전환 우려도 커지면서 삼성전자도 경쟁 업체와 마찬가지로 감산 및 투자 축소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급 축소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KB증권도 삼성전자가 올해 메모리 설비 투자를 기존 계획 대비 15% 축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대신증권도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부터 공급 조절에 동참할 것으로 봤으며 하나금융투자와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올해 설비 투자를 줄일 것으로 예측했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급격히 늘어난 재고로 올해 1분기 메모리 가격 낙폭이 예상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감산 결정이 없다면 메모리 부문 역시 2분기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사상 최악의 반도체 업황은 올해 2분기 말, 3분기 초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직접적 감산을 발표하지 않은 한국 업체들도 라인 효율성 점검 등을 통한 간접적 감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업황이 위축된 시기에 공격적인 생산능력(CAPA) 투자 확대는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기에 투자 축소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올해 메모리 설비투자를 기존 계획 대비 15% 축소할 것"이라며 "올해 예정된 D램, 낸드 신규 증설과 공정 전환 계획을 일부 지연시킬 것으로 추정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에 3분기부터 공급 축소와 재고 감소 효과로 D램과 낸드 수급이 개선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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