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강백호가 조연? 극장으로 돌아온 슬램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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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강백호가 조연? 극장으로 돌아온 슬램덩크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1.07 09: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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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백호. 이름에서부터 반항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그는 순정파 소년이었다. 농구를 사랑하는 소녀를 연모하는 마음에 덜컥 농구부에 들어갔지만 자기도 모르게 농구에 빠져든 행동파 소년이기도 했다. 강백호의 성장기이기도 한 만화 <슬램덩크>는 어쩌면 30대와 40대에게는 청춘의 한때가 투영된 문화 현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슬램덩크>가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왔다. 지난 4일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첫날 6만 2095명의 관객을 동원해 2위를 차지했고, 극장판 애니메이션 개봉을 기념해 출간한 특별판 <슬램덩크 챔프>는 새해 첫날 ‘예스24’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이런 반응은 <슬램덩크>에 열광했던 30대와 40대의 호응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한다.

20세기 말을 장식한 문화 현상 ‘슬램덩크’

농구 만화 <슬램덩크>의 원작자는 일본 만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다. 그가 1990년에 만화 잡지 <주간 소년점프>에 북산고 5인방의 농구 이야기를 연재하면서 전설은 시작되었다. 1992년 <주간 소년챔프>에서 연재되면서 <슬램덩크>의 전설이 한국에서도 이어졌다.

연재만화의 인기는 단행본 발행으로 이어졌다. 모두 31권이 발매되었는데 마지막 권이 나온 1996년 10월 말경에는 전국의 만화책 대여점이 이를 구하려는 청소년들로 북새통이었다고 한다. 

필자는 1998년 즈음 후배 작업실에 들렀다가 <슬램덩크>를 접했다. 아마도 에피소드 중간쯤이었을 텐데 그날로 집 근처 대여점에 회원 가입을 할 정도로 <슬램덩크>에 빠졌다. 이 만화는 일본의 여느 스포츠 만화처럼 운동 재능을 몰랐던 소년이 성장하는 모습과 전국 대회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하지만 그런 클리셰 이상의 가치를 보여준 작품으로 다가왔다.

만화는 보통 성장을 다루면서 어른의 시각을 주입하는 교훈적 성격을 부여하곤 하는데 <슬램덩크>는 좀 달랐다. 감독으로 나오는 ‘안선생’은 선수의 개성과 성격은 존중해주되 잘못된 이탈은 손수 경계하고 처벌을 내린다. 하지만 재능을 간파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포기하는 순간 끝’이라는 교훈을 스스로 느끼게 만든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상대편 선수들에 대한 묘사다. 보통의 만화라면 상대를 악역으로 만들곤 하는데 <슬램덩크>는 청춘을 구가하는 또 다른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그래서 투지를 갖고 맞서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마침내는 함께 성장하는 서사를 부여한다. 

만화책 <슬램덩크>의 인기는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로도 이어졌다. 일본에서는 1993년부터 1996년까지 ‘TV아사히’를 통해 101화로 방영되었다. 한국에서는 1994년 ‘대원동화’를 통해 비디오테이프로, 성우가 한국어로 더빙해 출시됐다. 그리고 SBS에서 1998년과 1999년에 걸쳐 방영됐다. 필자에게 <슬램덩크>는 20세기 말을 장식한 문화 현상으로 기억 속에 담겼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 컷

이십여 년 만에 다시 만난 슬램덩크 

지난 4일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을 맡았다. 다만 원작과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우선 만화책에서 주인공이었던 강백호의 비중이 줄어들고 ‘송태섭’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북산고와 산왕공고의 경기를 주요 배경으로 사용한다.

원작에서 송태섭은 농구선수로서는 키가 작다. 그래서 체격의 단점을 극복하려고 자신의 장점인 빠른 플레이를 활용해 키가 큰 상대에 대한 해법을 끊임없이 찾으려 노력하는 캐릭터로 나온다. 감독은 원작에서 조연으로 나온 송태섭을 왜 애니메이션에서는 주인공으로 기용했을까?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의 의중을 엿볼 수 있다.

"원작을 그대로 똑같이 만드는 것이 싫어서 다시 ‘슬램덩크’를 한다면 새로운 관점으로 하고 싶었다. 송태섭은 만화를 연재할 당시에도 서사를 더 그리고 싶은 캐릭터이기도 했다. 3학년에는 센터 채치수와 드라마가 있는 정대만, 강백호와 서태웅은 같은 1학년 라이벌 사이라서 2학년인 송태섭은 그사이에 끼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송태섭을 그리기로 했다.“

그래서일까 슬램덩크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새롭게 다가왔다. 원작에서 인물과 세계관을 그대로 가져왔다지만 전혀 다른 작품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게다가 원작에서 비중이 작게 다뤄진 인물의 서사를 중심에 내세우니 이야기의 질감이 따뜻해졌고, 오직 한 경기에만 집중하니 이야기의 밀도는 더욱 촘촘해지기도 했다.

애니메이션의 배경으로 나온 북산고와 산왕공고의 경기가 원작에서는 마지막 에피소드였다. 그러니 원작의 주요 서사였던 북산고가 지역 예선을 거치며 전국 대회에 오르는 과정과 북산고 5인방의 성장사는 회상이나 복선으로만 짐작할 수밖에 없다. 이는 감독이 관객을 애니메이션 속 이야기에 더욱 집중시키고자 의도한 극적 장치였을지도 모른다.

만화는 그림과 대사는 물론 여백이나 행간의 의미까지 읽어야 하는 시각적 장르이다. 반면 애니메이션은 시각적 이미지와 더불어 청각적으로도 느낄 수 있는 장르이다. 그런 의미에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원작과의 차별점 부각에 성공한 듯 보인다. 우선 적절히 배치한 음향과 음악, 때로는 고요한 ‘정적의 순간’이 극적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장치로 사용됐다.

무엇보다 그림이 산뜻해졌다. 전문가들은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 특유의 날카롭고 세밀한 필치를 살리면서 3D CG로 실감 나는 현장감을 구현했다고 평한다. 주인공의 사연은 수채화풍의 서정적인 그림으로 표현했고, 경기 장면은 3D CG 애니메이션으로 현장감을 살렸다. 그림으로만 전개되는 만화책 특유의 느낌을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 장면들도 감동적이다.

특히, 안선생이 연필로 그림을 그려가며 작전을 설명하는 장면은 필자가 경험한 많은 애니메이션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손꼽고 싶다. 어쩌면 다른 관객들도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쓱쓱 펜이 지나가는 소리와 함께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자 객석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애니메이션이 끝난 후 객석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크레딧이 올라갈 때 주변을 살펴보니 30대와 40대 남성이 많이 보였다. 그들은 뭔가 얻었다는 표정으로 상영관 문을 나서는 모습이었다. 

필자에게 <슬램덩크>을 건네줬던 후배에게 이 소식을 전하니 혼자 극장에 갔다며 원망했다. 그래서 함께 가기로 했다. 다행이랄까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자막과 더빙 두 버전이 있다. 이번에 자막판을 봤으니 다음에는 더빙판을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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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문화교류차원 2023-05-06 11:35:47
신일류
신한류
한일문화교류
울트라맨 데밀맨 신세기에반게리온 나디아 슬랭덩크 유희왕 쓰즈매문단속 짱구 도라애몽....
우리나라사람들이하청했다는데
도제식으로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