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리오프닝 기대에도 폭락하는 국제유가...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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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리오프닝 기대에도 폭락하는 국제유가...왜?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3.01.05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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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연초 이후 이틀간 9% 급락
천연가스 가격도 폭락세 지속
따뜻한 겨울 날씨에 경기침체 우려로 수요 둔화 
중국 당국이 본격적인 리오프닝에 나서면서 원유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유가는 연일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본격적인 리오프닝에 나서면서 원유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유가는 연일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가파르다.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4% 급락한 데 이어 4일에도 5% 이상 떨어졌다. 중국 당국이 본격적인 리오프닝에 나서면서 원유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유가는 연일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소비 회복에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현 시점에서는 경기침체 우려가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당분간 유가의 하방 압력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침체 우려에 유가 하락세

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4.09달러(5.3%) 내린 72.84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해의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12월30일 종가 기준으로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섰던 바 있지만, 연초 이후 2거래일간 9.2% 급락한 것이다. 4일 종가는 지난해 12월9일 이후 최저치다. 

브렌트유 또한 배럴당 80달러를 하회했다.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PE)에서 3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일대비 5.2% 내린 배럴당 77.8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80달러를 하회한 것은 지난해 12월20일 이후 처음이다. 

유가 하락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경기침체 우려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 정책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는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기대가 모아졌던 중국의 리오프닝도 현 시점에서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중국 당국이 본격적인 리오프닝 수순을 밟고 있지만, 급격한 방역정책 완화에 따른 코로나19 확진자 수 급증은 중국의 소비 회복을 늦춘다는 것. 

삭소뱅크의 상품 전략 책임자인 올레 한슨은 "중국은 현 시점에서 수요 회복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그보다 먼저 코로나19 확산의 정점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P글로벌 에너지 시장 전문가인 다니엘 예르긴은 "중국은 석유 시장에 걸려있는 큰 와일드 카드"라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중국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모르고, 봉쇄가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많은 확진자가 있기 때문에 경기는 여전히 침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오프닝이 본격화되더라도 국제유가의 상승세를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재개장은 세계 석유 수요를 증가시킬 것이지만, 많은 시장 참가자들의 예상보다는 훨씬 적은 수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원유 수요에서 운송보다 부동산이나 중공업 비중이 더 큰데, 중국의 부동산 시장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이는 중국 원유 수요가 부동산과 산업 부문에 좌우되며 민간 소비 영향은 제한적임을 의미한다"며 "따라서 중국의 리오프닝은 올해 국제유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되 제한적으로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따뜻한 겨울에 천연가스 가격 급락 

국제유가와 함께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연말부터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지난 4일 기준 메가와트시(WMh)당 64.20유로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1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 8월 유럽의 겨울철 에너지 대란 우려가 확산됐던 당시 340유로까지 치솟았음을 감안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이 이에 대한 원인으로 꼽고 있는 것은 따뜻한 겨울철 날씨다. 

미국 지역은 최근 눈 폭풍 등 혹한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유럽 지역의 기온은 예년보다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전력 수요 및 난방 수요가 줄어들고 있고, 따뜻한 겨울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보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역사적으로 12월은 난방 수요 증가로 인해 유럽의 가스 저장 수준이 감소하는 달이지만, 올해는 크리스마스 이브 이후 유럽이 대부분 더 많은 가스를 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T는 가스인프라스트럭처유럽(GIE)의 자료를 인용해 유럽의 12월말 가스 재고율은 83.37%로, 2021년보다 약 30%포인트, 이전 5년 평균보다 약 10%포인트 이상 높다고 보도했다. 

남은 겨울 동안 유럽 지역에 한파가 닥친다 하더라도 높은 가스 재고율로 인해 에너지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ICIS의 유럽 가스 분석가인 톰 마르젝 맨서는 "최근 며칠 동안의 유럽 천연가스 가격 하락은 시장이 앞으로 몇 달 이내에 또다른 한파가 발생하더라도 우리가 이번 겨울을 견딜 수 있도록 충분한 양의 가스가 저장되어 있음을 확신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난 8월 당시 유럽 지역의 에너지 대란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에너지 가격 하락은 유로존 경제에 긍정적

에너지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물가 압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경기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해석된다. 

특히 유럽 지역의 물가 압력의 주된 요인이 에너지 가격 급등이었음을 감안할 때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의 물가 상승률이 큰 폭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로 지난 3일 독일 당국이 발표한 12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연 9.6%로, 10월(11.6%)에 비하면 크게 낮아졌다. 시장 예상치(10.2%)도 밑돌았다. 

프랑스는 지난 4일 12월 물가상승률이 6.7%를 기록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11월(7.1%)에서 하락 반전한 것이다. 전문가들의 예상치(7.3% 증가)도 하회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가격 하락에 기반한 물가 압력은 유로존의 각종 심리지표 개선은 물론 소비경기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유로존 경제가 에너지 대란 발 최악의 경기침체 시나리오에서 벗어나고 있음은 물론 더 나아가 2023년 초 경기반등 모멘텀이 한층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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