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걸그룹 활약이 돋보였던 2022년 가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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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걸그룹 활약이 돋보였던 2022년 가요계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2.3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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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2022년 가요계는 여자 아이돌 그룹의 활약이 돋보였다. 올해도 예년처럼 수많은 남녀 아이돌 그룹이 데뷔했지만, 얼굴이나 팀 이름을 알린 그룹은 몇 없다. 그래서 연말 시상식의 주인이 된 신인 여자 아이돌 그룹들이 이채롭기만 하다.

특히 ‘아이브’와 ‘르세라핌’, 그리고 ‘뉴진스’가 대중들을 사로잡았다. ‘르세라핌’과 ‘뉴진스’는 데뷔한 지 몇 달 되지 않았고, ‘아이브’는 데뷔 1년이 막 넘은 신인이다. 이들의 인기에 힘입어 4세대 걸그룹이 약진한 한 해였다.

가요계 각종 시상식 휩쓴 걸그룹

‘아이브’는 스타쉽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걸그룹이다. Mnet <프로듀스 48> 출신인 안유진과 장원영이 속해 화제가 된 ‘아이브’는 데뷔하자마자 인기를 끌었다. 데뷔곡인 ‘일레븐(ELEVEN)’은 물론 후속곡인 ‘러브 다이브(LOVE DIVE)’와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가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히트곡을 여럿 낸 아이브는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쓸었다. 신인상들에 더해 ‘더팩트 뮤직 어워즈’, ‘멜론 뮤직어워드’, ‘엠넷 마마 어워즈’ 등에서 본상이나 대상을 받기도 했다. 

‘르세라핌’은 BTS 소속사 하이브의 산하 레이블인 ‘쏘스뮤직’에서 제작했다. Mnet <프로듀스 48> 출신인 사쿠라와 김채원이 소속된 팀이라는 점에서 시선이 쏠렸다. 학폭 의혹이 인 멤버 때문에 팀을 재편하기도 했지만 두 번째 타이틀곡 '안티프래질'(ANTIFRAGILE)이 히트하면서 성공의 기틀을 잡았다. 

르세라핌은 좋은 음원 성적과 활발한 활동에 힘입어 ‘멜론뮤직어워드’와 엠넷 ‘마마 어워즈’ 등에서 상을 받았다.

‘뉴진스’는 데뷔하기 전부터 화제를 끌었다. BTS 소속사 하이브의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에서 제작했는데 SM엔터테인먼트의 비주얼 디렉터였던 민희진이 대표로 있기 때문이다. 뉴진스는 ‘어텐션(Attention)’ 뮤직비디오를 데뷔 전 깜짝 공개하거나 명품 행사장에서 첫 공식 활동을 시작하는 등 감각적인 홍보로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뉴진스는 ‘자연스러운 십 대’의 모습을 강조하면서 차별화를 꾀했고, ‘어텐션’, ‘하이프 보이(Hype Boy)’, ‘쿠키'(Cookie)’ 등의 히트곡을 냈다. 뉴진스는 tvN <유퀴즈 온더 블록>에도 출연하는 등 올해의 최고 신인으로 평가받는다.

걸그룹 뉴진스

걸그룹 인기의 원천은 여성 팬덤

필자의 지인 중에 초등학생 딸을 둔 이가 있는데 ‘뉴진스’와 관련한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려주었다. 초등학생 딸이 뉴진스에 입덕하더니 패션과 화장 등 스타일을 따라 하는 것은 물론 춤을 배우러 학원까지 다닌다고 했다. 딸과 함께 간 ‘뉴진스 팝업 스토어’에 다양한 나이의 여성 팬들이 몰려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목격담도 전했다.

작은 사례일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걸그룹 인기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여성 팬덤의 확대가 걸그룹 인기를 견인하고 있었다.

남성 팬보다 여성 팬이 더 구매력이 높다는 것은 음반 산업계의 정설이다. 그래서 그동안은 남자 아이돌 그룹의 매출이 여자 아이돌 그룹의 매출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남자 아이돌의 팬덤은 주로 여성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주로 남성 팬덤 위주였던 지난 세대의 걸그룹은 매출과 인기의 확장성에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4세대 걸그룹이 등장하면서 걸그룹에 입덕하는 여성 팬들이 눈에 띄게 확장됐다. 덕분에 음반, 음원, 굿즈 등의 수익이 많이 늘어났다. 

아이브가 데뷔 1년 만에 단일 앨범 밀리언셀러를 달성하고, 르세라핌과 뉴진스가 데뷔 앨범 초동 30만을 돌파한 것은 달라진 걸그룹의 위상을 보여준다. 또 글로벌 음악 시장으로의 활동 반경을 확대한 결과 앨범, 음원 판매량 및 콘서트 티켓 파워 역시 급증했다. 그 중심에 여성 팬덤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아이돌 모두가 꽃길을 걷는 건 아니다

tvN <유퀴즈 온더 블록>은 화제의 인물을 초대한다. 그런 면에서 ‘뉴진스’의 출연은 올해 가요계에서 차지하는 그녀들의 입지를 보여준다. 이 방송에서 뉴진스를 제작한 민희진 대표는 놀라운 소식을 들려줬다. 뉴진스가 데뷔 두 달 만에 ‘정산’을 할 수 있었다고.

가요계에서 정산은 수입에서 초기 투자금 일체를 제외한 나머지를 분배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손익분기점이 넘은 것이다. 초기 투자금에는 연습생 시절부터 투입된 레슨비, 숙소비, 식대는 물론 앨범과 뮤직비디오 제작, 헤어와 메이크업, 의상 등 각종 부대 비용이 포함된다. 

뉴진스의 음악과 스타일을 보면 아마도 막대한 금액이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다 메우고도 수익이 나서 멤버들에게 정산할 정도였다면 그녀들이 벌어들인 수입 또한 어마어마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정산은, 인기가 매출로 연결되는 일부에만 허락된다. 지난해 역주행으로 화제를 모은 브레이브걸스가 데뷔 6년 만에 첫 정산을 받을 정도로 아이돌 그룹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 투입되는 투자금 규모는 더욱 커지는데 치열한 경쟁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어쩌면 정산은 커녕 해체를 두려워하는 아이돌 그룹이 있을지도 모른다. 비스트와 포미닛 등 인기 그룹을 여럿 제작했던 홍승성이 대표로 있는 S2엔터테인먼트가 걸그룹 ‘핫이슈’를 데뷔 1년 만에 해체하더니 새로운 걸그룹 런칭을 예고했다. 매출이 나올 때까지, 혹은 계약기간 만료까지 기다리던 기존 음반 산업계의 관행이 깨지는 듯한 모습이다. 

2023년에도 새로운 걸그룹이 데뷔할 것이다. 그들에게 이미 데뷔하고 활동하고 있는 걸그룹의 인기는 높은 장벽이 될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연습생 시절의 땀과 눈물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소망을 품을지도 모른다. 2023년이 그들의 소망이 실현되는 한 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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