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테슬라 깎고 현대차 더 주고…'한국판 IRA' 도입이 불안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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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테슬라 깎고 현대차 더 주고…'한국판 IRA' 도입이 불안한 이유는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12.28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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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2023년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
직영센터·V2L 등 국내사 유리한 조항 신설
국내 업체 '환영' vs 수입차 업계 '반반'
FTA 위반 등 통상 문제 비화 우려도
전문가들 국내산 보조금 지급 역효과 우려
정부의 국내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확대 지급 방안을 두고 테슬라 등 국외 수입 브랜드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정부가 국내 직영 서비스센터가 없는 업체가 생산한 전기차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최대 250만원까지 깎고, 현대차그룹이 생산하는 전기차에만 적용된 기술에 보조금을 더 얹어 주는 내용의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추진한다.

미국과 중국 등 경쟁국이 자국 업체에 유리한 보조금 정책을 내놓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도 반격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국판 IRA'인 셈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자칫 미국 등 경쟁국의 보호주의 무역을 정당화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입 전기차 직영 AS센터 없으면 보조금 삭감

환경부는 지난 15일 자동차 산업 관련 협회 및 완성차 업체들에 2023년도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전달하고 설명회를 개최했다. 정부는 올해 1대당 최대 700만원까지 지급했던 전기차 보조금을 내년 최대 680만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내년부터 적용할 새 보조금 조건도 공개했다. 그 중 가장 이목을 끄는 건 전기차 수리가 가능한 직영 서비스센터 운영 여부에 따라 가산점을 주겠다는 부문이다. 직영 서비스센터가 없는 업체의 전기차는 전비·주행거리에 할당된 최대 500만원의 보조금을 절반 밖에 받지 못한다. 전비와 주행거리가 우수하더라도 최대 250만원의 보조금이 깎인다. 국내 AS센터가 없는 테슬라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수입사들은 직접 운영하지 않고 딜러사에 맡기고 있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 한국GM, 르노코리아, 쌍용차 등 국내 제조사들은 모두 직영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비히클 투 로드(Vehicle To Load)' 기술을 적용한 전기차에 신규 보조금 15만원도 지급하기로 했다. 비히클 투 로드는 배터리 전력을 외부로 빼내 가전제품 등에 적용하는 기술이다. 현재 국내 판매 전기차 중 아이오닉5와 EV6, GV70 등 현대차 전기차에만 해당 기술이 적용돼 있다. 현대차그룹에만 보조금 15만원을 더 주는 꼴이다. 또 정부는 지난 3년 간 급속충전기 100기 이상을 설치한 제조사가 생산한 전기차에도 15만원의 신규 보조금을 지급한다. 완속 충전기 10기를 급속충전기 1기 설치 실적으로 인정해주기로 했지만 이를 충족하는 업체는 현대차그룹과 벤츠, 테슬라 정도다. 

정부의 내년도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으로 현대차와 기아, 한국GM, 르노코리아 등 국내 제조업체의 이익이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개편안 엇갈린 반응

국내 제조업체는 정부의 개정안을 반기는 분위기다. 그동안 업계는 미국이나 중국 등과 달리 국내에선 수입 전기차에도 동일한 기준으로 보조금을 지급했다. 때문에 국민 세금으로 해외 업체 배만 불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지속돼 왔다. 특히 미국이 지난 8월 미국 및 북미지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보조금(10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을 내놓으면서 국내에서도 보조금 차등 지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에 이런 지적을 반영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정부가 올 상반기 수입 전기차 업체에 지급한 보조금은 822억5000만원으로 이 중 절반 이상인 447억7000만원이 미국산 전기차 업체에 지급됐다. 특히 테슬라가 441억9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보조금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수입차 업체는 새 개정안에 반발하고 있다. 수입차 업계는 비슷한 사양의 전기차를 내놔도 1대당 보조금이 최대 280만원까지 깎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소송까지 검토하겠다는 곳도 있다"면서 "수입차 브랜드들은 딜러사가 운영하는 공식 전기차 수리 센터를 이용하면 돼 실제 서비스 이용에는 큰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수입차 브랜드 딜러사들은 20~80곳의 공식 전기차 수리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환경부는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 뒤 조만간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WTO 정문. 사진=연합뉴스

통상문제 비화 가능성도

개정안이 현실화될 경우 통상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개정안이 국내 업체에 인센티브를 더 주는 반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미국이나 중국 업체가 생산한 전기차를 오히려 역차별할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수출이 주력인 한국의 경우 자국에 혜택을 주는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올 수 있다고 조언한다. 

국제통상전문가 송기호 변호사는 "개정안이 한미 또는 한중FTA 위반 소지가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 등에서 문제를 삼는다면 통상 논란이 불거질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의 IRA에 맞불을 놓기 위해 우리 역시 보호주의로 회귀한다식의 법 개정은 매우 비효율적인 일이며 기술혁신 등으로 파고를 넘어야 한다"면서 "보호주의를 채택해야 할 만큼 우리의 기술 수준이나 시장이 작지 않은 상황에서 보호주의로 회귀는 IRA 등 경쟁국의 보호주의를 인정하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 역시 "한국의 주력이 수출인 만큼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자국에 유리하게 하면 수출 길이 막힐 수도 있다"면서 "글로벌 국가들과 보조를 맞춰가는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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