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가 달라진다] ②"MZ에겐 무조건 '핫플'"…'체험형 공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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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가 달라진다] ②"MZ에겐 무조건 '핫플'"…'체험형 공간' 떴다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2.12.27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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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강점에 집중…체험요소 극대화
브랜드 정체성 전달·방문객 체류시간 증대에 용이
긍정적 경험이 브랜드 선호도로 이어져
더현대 서울에 마련된 실내 정원 '사운즈 포레스트'. 사진=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에 마련된 실내 정원 '사운즈 포레스트'. 사진=현대백화점
2022년은 복합적인 소비 형태가 관찰된 한 해였다. 엔데믹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도 잠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재료 수급난이 확산되고 3高(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충격이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가중시켰다. 소비재의 가격이 고공행진하며 각종 '-플레이션(flation)' 현상이 불어닥친 가운데 명품 시장은 보복심리를 업고 호황을 누렸다. 점점 세분화되는 동시에 빠른 주기로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되짚어 보고, 내년 전망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급격히 쪼그라들었던 오프라인 유통 채널들은 올해 리오프닝을 맞으며 활기를 되찾았다. 이와 함께 유통업계는 온라인과의 차별화를 위해 오프라인에서만 즐길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를 승부수로 내걸었다.

백화점은 이색적인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를 겨냥하기 위해 갤러리 등의 문화 공간 마련에 주력하기 시작했고, 대형마트는 매장 내 체험 요소를 강화하고 키즈카페, 축구장 등의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 핵심 시설)'로 고객 유인에 나섰다.

식품업계는 인스타그램 '핫플'이 밀집된 성수, 한남 등의 지역에 신제품 소개 팝업스토어를 잇따라 오픈했다. 이에 이커머스 업계도 브랜드의 정체성을 압축해 보여주는 오프라인 매장을 열며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체험형 공간'의 목적은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체험형 공간에서의 긍정적 경험이 브랜드 선호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체험형 공간은 유통업계가 소비자와 관계를 맺는 새로운 방식"이라고 말했다.

공간 혁신 '더현대 서울'의 성공…문화예술공간 키우는 백화점 

백화점 업계는 매장 비중을 줄이고 문화 예술 공간을 키우고 있다.

전체 면적의 절반을 조경이나 휴식 공간으로 채우고 체험 요소를 강조한 더현대 서울은 지난 2월 개점 1년 만에 매출 8000억원을 달성했다. 업계는 더현대 서울이 올해 매출 목표인 9200억원을 달성하고 내년 '1조 클럽' 가입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한다. 3대 명품인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없이 혁신적 공간 구성과 MD 차별화로 MZ세대를 집중 공략하면서 '미래형 백화점'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현대 서울은 카페 결합형 패션 매장이나 BGZT랩, 플레이인더박스 등 실험적 매장을 입점시켰고 다양한 팝업스토어를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복합문화공간 '알트원'과 햇볕이 내리쬐는 실내 정원 '사운즈 포레스트' 등도 MZ세대의 발길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현대백화점은 다른 점포에서도 '더현대 서울'의 전략을 심고 있다. 최근 리뉴얼 오픈한 '더현대 대구'의 문화·예술 관련 시설 면적은 리뉴얼 전 대비 4배 이상 늘렸다.

대전신세계 과학 전시 공간 '넥스페리움'. 사진=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의 새로운 효자로 등극한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이하 대전신세계)의 호실적에도 '체험형 공간'이 기여했다는 평가다. 대전신세계의 연면적에서 쇼핑 이외 체험 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달한다. 아쿠아리움과 과학관, 전망대, 옥상정원 등이 마련됐다. 지난해 8월 오픈한 대전신세계 역시 1년 만에 매출 8000억원을 달성했다. 

현재 현대백화점그룹과 신세계백화점은 각각 광주 시내 '더현대 광주'와 '광주신세계 아트 앤 컬처파크' 구상안을 내놓고 추진 중이다. 양사 모두 갤러리, 문화 예술 공간, 옥상공원 등의 체험형 공간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주요 점포인 본점과 잠실점의 대대 리뉴얼을 진행하며 체험형 공간을 확대하고 있다. 본점 에비뉴엘 9층에 오픈한 대형 미디어 아트 전시관 ‘그라운드 시소 명동’은 MZ세대의 '핫플'로 자리매김했으며 이달 잠실점에는 새로운 오프라인 NFT 전시 공간 '넥스트 뮤지엄'을 오픈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다양한 메가숍 유치와 새로운 팝업스토어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MZ세대 고객들의 유통 메카로 떠오른 롯데월드몰에 NFT 전시 공간을 오픈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쇼핑 공간을 뛰어 넘어 유통업과 NFT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공간 콘텐츠를 구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체험 공간으로 체류 시간 늘리는 대형마트

홈플러스 동대문점 옥상 풋살장에서 열린 ‘H-CUP 2022 풋살대회’에서 여자 선수들이 풋살경기를 즐기는 모습. 사진제공=홈플러스
홈플러스 동대문점 옥상 풋살장에서 열린 ‘H-CUP 2022 풋살대회’에서 여자 선수들이 풋살경기를 즐기는 모습. 사진제공=홈플러스

대형마트 업계도 방문객을 모으기 위해 '점포 리뉴얼'에 집중하고 있다. 신선식품을 확대하고 체험 콘텐츠를 강화하면서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린다는 목표다.

특히 키즈카페 등 큰 규모의 '앵커 테넌트'를 이용해 젊은 가족 단위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키즈파크, 풋살파크, 수영장, 스마트팜 카페, 공유오피스 등 차별화된 체험형 공간을 적극적으로 유치 중이다.

지난 2020년 월계점 리뉴얼을 시작으로 36개의 점포를 리뉴얼한 이마트는 가족 단위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식음(F&B) 매장을 음식과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단순한 마트 푸드코트가 아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머무르고 싶은 체류 공간을 구현했다”며 “식음매장 리뉴얼을 통해 이마트 오프라인 경쟁력을 더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고 전했다.

오감으로 '브랜드 정체성' 전달하는 팝업스토어 인기

코카콜라 드림월드 팝업스토어. 사진제공=코카콜라

이커머스나 식품업계에서도 오감으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마케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색적인 공간을 마련해 MZ세대를 불러 모으고 인증샷 명소로 입소문을 타는 팝업스토어 또한 늘고 있다.

일례로 코카콜라는 최근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관 ‘아르떼뮤지엄’으로 알려진 디스트릭트와 손잡고 코카콜라 드림월드 팝업을 운영하고 있다. 코카콜라 크리에디션이 국내에서 세 번째로 선보인 한정판 ‘코카-콜라 제로 드림월드’ 출시를 기념해 만들어진 팝업에서 초현실적 미디어 아트를 경험할 수 있다. 신제품 '드림월드', 즉 꿈의 세계를 현실에 구현에 제품의 특성을 전달한다는 설명이다.

이 외에도 오뚜기는 오는 29일까지 서울 성수동에서 '타바스코' 팝업스토어를 열고 브랜드 역사와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체험형 공간을 선보인다. 동원F&B는 지난 11일까지 더현대 서울에서 ‘양반’ 팝업스토어를 열고 MZ세대가 새로운 시선으로 ‘양반’의 브랜드 가치와 철학을 경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마련했다. 

장보기 앱 마켓컬리는 서울 성수동 서울숲길에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는 첫 오프라인 공간인 ‘오프컬리’를 선보였다. 1층은 상품을 판매하며 콘셉트에 맞춘 굿즈와 인테리어도 마련됐다. 자유롭게 입장이 가능한 1층과 다르게 2, 3층은 미식, 인문학, 예술 등을 주제로 한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해 미식 문화를 소비자들에게 알린다. 

삼정KPMG는 최근 '빅블러 시대와 유통업계 Next Business’ 보고서를 발간하고 유통업계의 새로운 비즈니스 트렌드 중 하나로 공간 비즈니스를 꼽았다. 유통 기업이 오프라인 공간 화용 극대화를 위해 리포지셔닝, 브랜딩 공간 다변화 전략 검토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리포지셔닝 전략은 판매 기능에 집중되어 있던 오프라인 매장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의하고, 기존과 다른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 시키는 전략이다. 주요 유통업체들이 온라인과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 전달을 위해 주력하고, 일관된 브랜드 정체성 전달이 가능한 공간을 구축함으로써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시우 삼정KPMG 유통·소비재산업본부 상무는 "경계가 흐려지는 빅블러가 심화됨에 따라 상황에 맞는 혁신과 발빠른 추진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며 "기업들은 새롭게 나타나는 유통 트렌드를 예의주시하고, 경쟁우위와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을 단계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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