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2023] ① 윤석열 정부, 新노사관계 로드맵...노조는 개혁의 대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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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2023] ① 윤석열 정부, 新노사관계 로드맵...노조는 개혁의 대상인가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12.29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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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노동개혁 강력 추진 피력
당정 미래노동시장硏 권고안 채택 방침
노동계 '노동 개악' 반발
재계 "기업 부담 증대…보완해야"
윤석열 정부가 새로운 노사관계를 추구하는 가운데 신노사관계 로드맵에 담길 내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7개월, 노사관계가 삐걱 거리고 있다. 지난 5월 기업 친화적 노동정책을 예고한 윤석열 정부 출범에 노동계는 '우려'를, 재계는 '기대'의 목소리를 냈다. 1953년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숨진 지 52년 만에 근로기분법은 개혁의 대상이 됐다. 2023년 새해에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가 될 노사관계 관련 쟁점들을 살펴봤다. 

윤석열 대통령은 내년 국정 과제로 노동개혁 추진을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尹 "노동개혁 도와달라"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청년들과 만나 "3대 개혁(노동, 교육, 연금) 중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건 노동개혁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4대 원칙을 소개했다. 

먼저 꼽은 건 ▲유연성이다. 윤 대통령은 "2차 산업혁명 이후 노동수요와 4차 산업혁명 이후 노동수요가 크게 다른 만큼 시대 변화에 맞춰 노동제도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공정성으로 "노사가 공정한 협상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세 번째는 ▲정서적 안정으로 "모든 노동자가 직장에서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안전한 가운데 일할 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법적 안정성을 꼽은 윤 대통령은 "노사 관계에 있어 노사 법치주의가 확립돼 불필요한 갈등과 쟁의가 반복돼선 안된다"며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한 대응 뿐 아니라 노동자들이 편안하고 행복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안정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기획재정부를 시작으로 내년 초까지 각 부처의 신년 업무보고를 받는다. 이 자리에서 3대 개혁과제 등의 구체적 이행 로드맵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중 노동개혁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를 바탕으로 이행 로드맵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정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노동개혁을 추구한다는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노동시장개혁 권고안에 담긴 내용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이하 연구회)가 내놓은 노동시장개혁 권고안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주 52시간 근무로 대표되는 ▲연장근로 기준 연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연장근로 기준을 현재 '주 52시간(기본 40+연장 12시간)' 단위에서 '월 이상'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월 이상'이 도입되면 하루 24시간 중 11시간 연속 휴식을 빼고 최대 13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하다.

일주일에 하루 이상 보장되는 법정 휴식을 빼면 6일을 일할 경우 '6X13=78시간'이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상 4시간 일하면 30분 휴게 시간이 주어지므로 78시간에서 9시간(1.5X6)을 뺀 '주 69시간' 노동이 최대 노동시간이 된다. 연구회는 '연장근로 총량관리안'에 따르면 월 단위 연장근로 시간은 52시간으로 지금(주 12시간)과 같으며 분기는 140시간, 반기는 250시간, 연 440시간으로 현행 '주 52시간'에 비해 총량은 오히려 10~30% 줄어든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노동계에선 특정 시기 집중근로에 따라 1주 12시간 이상 연장근로가 가능해져 노동자의 건강권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연구회는 ▲현행 연봉제를 직무와 성과급제로 바꿀 것을 권고했다. 또 ▲주휴수당 개편도 권했다. 주휴수당은 일주일 동안 정해진 근로일수를 채우면 주는 유급휴일 수당이다. 하루 3시간, 일주일 15시간 이상 일하면 휴일에 일하지 않아도 하루치 임금을 추가로 받는다. 하지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입장에선 최저임금 상승 속에 쉬는 날에도 임금을 줘야 해 부담스럽다는 목소리가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하루 2시간 등 '주 15시간 미만 쪼개기' 일자리가 빈번하다.   

그동안 금기시 돼 왔던 ▲파견 제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연구회는 "1998년 제정된 파견법은 근본적인 변화 없이 지속돼 노동시장을 규율하는 법률로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파견제도의 전면적 검토와 개선 모색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 파견법은 허용업종을 32개로 제한하고 기간도 최장 2년으로 묶어두고 있다. 반면 OECD 회원국 중 미국, 영국, 캐나다 등 14개국은 파견 업무와 기간에 제한이 없고 제한을 두더라도 업종과 기간 둘 중 하나에 국한한다. 

연구회는 노사 자율성을 강조하면서도 양측 간 법과 제도의 개선을 권고했다. 대표적으로 ▲노조 파업 때 사업장 점거와 대체인력 투입에 관한 사안이다. 대체인력 투입의 경우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컸으며 사업장 점거의 경우 사용자의 영업과 조업 자유 및 시설 관리권 보장 차원에서 논란이 돼 왔다.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5개국은 노조 파업 시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노동계가 '공짜 노동'이라고 지적하는 ▲포괄임금제도 역시 개편 대상이다. 연구회는 "공짜 야근 근절을 위해 투명하고 정확한 근로시간 기록 및 관리 등을 토대로 포괄임금·사전 정액수당제(고정OT) 약정의 오남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종합대책 수립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안식월(한 달 휴가)' 도입 여부도 관건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 때 '1.5배 가산수당'을 주도록 규정돼 있지만 연구회는 가산수당 대신 '휴가'로 줄 것을 권고했다. 산술적으로 '주 69시간' 근로를 4번만 하면 '한 달 휴가'를 갈 수 있다. 주 40시간 기본근로에 29시간을 더할 경우 5.4일(29X1.5/8)의 휴가가 생긴다. 이를 4번 할 경우 21.6일의 휴가가 나온다. 주 69시간 근로가 아니더라도 조금씩 연장근로 시간을 모아 사용할 수 있다. 노동계는 연장근로를 먼저 한 후 휴가를 받는 방식의 특성을 감안할 때 회상 및 개인 사정에 따라 실제 안식월을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강변한다. 

▲정년 연장이 본격화될지 주요 사안이다. 연구회는 "고령 인구의 급속한 증가, 연금 수급 연령 상향, 경제 활력 유지 등을 고려할 때 정년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연구회의 정년연장 권고안이 현실화될 경우 현행 만 62세인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2023년 63세,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5년 마다 1살씩 늦춰진다. 

연구회는 노동부에 권고할 최종안을 마련해 활동이 종료되는 내년 1월13일 발표할 예정이다.  

노동계는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 방향에 대해 노동개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발하는 노동계

임금 및 근로시간 개편, 파견 제도 개선, 노사관계 등 연구회의 주요 권고 사안은 대부분 법 개정 사안이다. 정부는 연구회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빠른 시일 내 입법화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노동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민주노총은 "임금과 노동시간에 대한 결정권을 사용자에게 맡긴 개악 권고문"이라고 비판했으며 한국노총은 "정부가 미리 정해놓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체계를 학자들의 논리로 장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연구회 권고안에 대해 "1주에 120시간 노동도 가능해졌다"면서 "노동부 해석에 따르면 '24시간 근무↔11시간 휴식↔24시간 근무↔11시간 휴식'이 가능하고 근로일 개념이 24시간 상한조차 불분명해져 48시간, 72시간 일하고 11시간 휴식 후 다시 48시간 근로도 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노동자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장시간 노동이 충분히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해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임금격차의 문제는 호봉제를 받는 기업이 아니라 임금체계조차 없는 소규모 사업장, 저임금 하청노동자들"이라면서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찾아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권고안에 대해 "경영계가 요구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윤석열 정부 정책기조와 다르지 않다"면서 "연구회 논의가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간 개악의 근거가 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국내 주요 경제인 단체는 노동개혁 관련 권고안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진=연합뉴스

재계 "권고안 기업 부담 증가, 보완 필요"

재계는 연구회의 권고안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추광호 경제본부장 명의로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한 논의가 빠진 점과 노조의 직장점거 금지와 사용자의 대체근로 허용이 추가과제 제안에 그친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연장근로시간 관리를 반기·연간 단위로 설정할 경우 월 대비 90~70%로 감축하도록 한 점과 연장 근로시간의 경우 현행 가산수당보다 높은 수준을 적립하게 한 점 등은 기업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개혁과제가 실질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근로시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제 도입을 권고한 것은 '근로시간의 자율적 선택권 부여'라는 개혁 취지가 반감될까 우려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도 "다양한 근로시간 제도 개선 방안을 권고한 것은 바람직하다"면서 "근로자 건강권 보호 조치로 11시간 연속휴식시간제 도입,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도입 시 현재보다 가산수당 기준 상향조정 방안은 제도 활용을 제약해 제도개선의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입법 추진 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또 임금체계 개혁과제와 관련해서는 "제도개선만으로 산업현장의 임금체계 개편 확산을 유인하기에는 부족하다"며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 임금체계 개편은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안들이 모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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