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발 빼는 日...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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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발 빼는 日...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은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12.21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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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BOJ 통화정책 회의서 장기금리 목표치 허용범위 확대
긴축 첫걸음 평가 이어져
미-일 금리격차 줄어든다면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 가능성
지난 20일 일본은행(BOJ)이 통화정책의 변화를 시사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일 일본은행(BOJ)이 통화정책의 변화를 시사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지난 20일 일본은행(BOJ)이 통화정책의 변화를 시사했다.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의 긴축 흐름 속에서도 나홀로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해 온 일본이 통화정책의 완화를 축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일본은행의 '피봇'이 그간 일본의 낮은 금리를 이용하던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우려는 과도하다면서도 당분간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BOJ, 초완화적 통화정책의 점진적 변화 예고

지난 20일 일본은행은 이틀간의 통화정책 회의를 마치고 단기금리를 마이너스(-)0.1%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주목할 점은 장기 금리인 10년물 금리 목표치는 0% 부근으로 유지하기로 했으나 기존  ±0.25%에서 ±0.5%로 허용 범위를 확대해 YCC 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일본은행은 장기 금리를 0.25% 수준으로 억제하기 위해 국채를 무제한으로 매입해왔다. 이번 통화정책 회의에서 장기금리의 변동 허용 범위를 확대했다는 것은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 규모가 다소 축소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장기금리 변동 허용범위를 확대했지만, 국채 매입에 제한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이와 함께 연간 상장지수증권(ETF) 매입 한도도 기존 12조엔으로 유지하는 등 완화적 통화정책을 급격히 변동하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의 결정은 향후 통화정책 기조에 점진적인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는 이번 결정이 실질적으로는 금리인상에 가깝고, 시장 안정 및 물가 대응 측면과 더불어 향후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변화를 위한 포석 또는 시험의 의도가 내포됐다고 판단한다"며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의 임기가 내년 4월 끝내고, 새로운 총재가 부임하게 되면 일본은행의 정책 기조에 점진적인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설명했다. 

긴축 전환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낮은 금리의 일본 엔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높은 곳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본은행의 이번 결정이 향후 긴축 전환을 시사한 것이라면, 즉 일본과 여타 국가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면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또한 일본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저금리를 이용해 해외로 투자된 일본계 자금 규모는 상당하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순대외자산을 보유한 국가로, 2021년 기준 미국에만 253조엔(3조달러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규모 자금이 급격히 일본으로 복귀할 경우 엔화 강세를 더욱 부추길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일본 국채 매입 및 미 국채 매도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이 경우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미 증시, 특히 기술주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하이투자증권은 "향후 일본의 낮은 금리를 이용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유출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일본은행이 당분간 완화정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같은 우려는 현 상황에서는 과도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일본은행은 이번 통화정책 회의에서 여전히 국채 매입에 제한이 없음을 확인했고, 구로다 총재 또한 "장기금리 목표치 허용 범위 확대가 금리인상이 아니고, 완화적 통화정책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며 비둘기파적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책이 구체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자금 유출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는 현 시점에서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엔화 강세는 원·달러 하방압력 높일 듯 

증권가에서는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가 엔화 강세 및 달러화 약세를 이끌고 이것은 원·달러 환율의 하방 압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은 여전히 매파적 스탠스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 내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과 금리인상 속도 조절로 달러화 강세 기조는 상당히 누그러진 상황"이라면서 "게다가 유럽중앙은행(ECB)도 당초 예상보다 매파적 스탠스를 보이고 있고 이번 일본은행 회의 결과도 달러화 약세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원·달러 환율 하방 압력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내다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엔화 강세는 원화 가치에도 영향을 주면서 원·달러 환율의 하방 지지선 역할을 하던 1300원선을 예상보다 일찍 하회해 1200원대에 안착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과 중국 리스크 등으로 급격한 원·달러 환율 하락을 기대하기 쉽지 않지만 불확실성 완화시 원·달러 환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할 가능성은 커졌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엔화 강세를 염두에 둔 투자 전략을 조언하기도 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에도 엔·달러 환율 하락세는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미 달러 강세 압력이 약화되고 일본 엔화의 가치가 상승하는 시기에 주목할 수 있는 업체들을 선별하는 방식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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