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 김재홍 사장 회고록 『큰 새가 먼 길을 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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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라 김재홍 사장 회고록 『큰 새가 먼 길을 가듯이』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12.23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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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새처럼 더 크게, 더 멀리 보라”…산업부·코트라 시절 경험담 소개

 

붕정만리(鵬程萬里). 붕새가 멀리 난다는 뜻이다.

붕(鵬)이라는 새는 상상의 새다. 『장자(莊子)』 「소요유편(逍遙遊篇)」에 붕새가 등장한다.

“북쪽 바다에 물고기가 있다. 물고기의 이름은 곤(鯤)이다. 곤의 크기는 얼마나 큰지 모른다. 이 물고기가 변해 새가 되었는데 그것이 붕(鵬)이다. 붕의 크기도 얼마나 큰지 모른다. 힘껏 날면 그 날개가 하늘을 덮은 구름과 같다. 붕이 남쪽 바다를 날 때 날개로 해면을 치면 3,000 리, 그로 인한 회오리바람이 9만리에 이르렀다.”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코트라(KOTRA) 김재홍 사장의 경영철학이 ‘붕정만리’다. 그는 스스로 붕새가 되었다. 2015년 1월 취임 이후 12월초까지 300여일을 해외 현장경영에 날아 다녔다. 방문한 곳만 49개국 80개 도시에 이르고 총 거리는 88만km로 지구 22바퀴를 돌았다. 그가 취임할 때만 해도 수출은 19개월 연속 마이너스였다. 다행히 지난해 11월부터 플러스로 돌아섰고, 올해 11월까지 수출은 13개월 연속 증가를 유지했다. 세계경기회복과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품목의 호조에 힙입은 것이긴 하지만, 한국수출의 사령탑이 붕새처럼 전세계를 멀리보고 뛰어다닌 덕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올해 무역 1조 달러를 회복한 것도 어쩌면 그의 붕정말리 경영의 덕분이라 할수 있다.

 

▲ 책표지/김재홍 페이스북

그는 퇴임을 목전에 두고 공무원과 공기업 활동 35년을 돌아보는 회고록을 정리해 출판했다. 저서명은 『큰 새가 먼 길을 가듯이』다. 붕정만리의 소신을 가지고 동분서주하는 행적을 정리한 글이다.

그는 저서를 낸후 페이스북이 이런 글을 올렸다.

“오랜 망설임 끝에 책을 펴내게 되었습니다. 책 속에는 저의 삶과 생각과 일이 버무려져 있습니다.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저는 인생을 붕정만리의 시각에서 '더 크게 더 멀리' 보고자 했습니다. 눈 앞의 작은 이익을 좇지 않고 긴 호흡으로 멀리 보면서 행동하려고 했습니다.

우리 수출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크게 더 말리' 보면서 중소•중견기업이 수출의 중심이 되고, 품목•시장•방식이 다변화될 수 있도록 수출구조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돌아보니 그동안 소중한 인연을 맺어온 많은 분들의 은혜에 힘입어 이 자리, 이 순간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김재홍 사장은 산업통산자원부 1차관에 이어 KOTRA 사장을 지냈다.

이 책에선 공직과 공기업에서 겪은 경험담과 인생관은 물론 우리 산업과 수출의 과제 및 미래에 대한 고민까지 담겨 있다. 따라서 사회진출을 앞둔 청년들에겐 인생설계의 지침서로, 우리 산업과 수출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미래 경영서로 읽히는 장점이 있다.

[1부 관료의 길]과 [2부 인생관]에서는 김 사장 특유의 인생관과 경영철학을 접할 수 있다. 행시 26회로 공직에 입문해 산업부에서 산업, 기술, 통상, 에너지 분야를 두루 거치면서 소신과 뚝심으로 일하고 남다른 성과를 거둔 승부사적인 기질이 곳곳의 경험담에 흥미롭게 담겨 있다. 1990년대 초반 다단계 판매의 등장으로 사회문제가 될 때, 시행령 제정 업무로 사행심과 한탕주의의 불씨를 끈 사연부터 산업기술재단(현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설립과정에서 겪은 상당한 갈등과 고충, 폐광지역 개발기금의 바람직한 활용 방안 제시, 2000년대 중반 17개 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전국 특화센터를 통합한 내용 등 굵직한 현안들을 처리하면서 보인 미래의 혜안과 강한 추진력이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에는 산업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있어서 바람직한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저자의 고민도 깊게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저자는 본문에서 “개별 기업들은 이익 추구가 목적이어서 국가의 로드맵이나 산업경쟁력 등은 별로 관심이 없다. 정부가 산업정책을 통해 전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각종 제도를 만들고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2011년 SK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2013년 삼성-LG의 특허분쟁 중재 등 자신이 성장동력실장 시절에 정부가 취했던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바람직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보게 한다.

[3부 KOTRA에서 3년]에서는 저자가 수출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 3년간 기울여온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우리 수출이 갈수록 경제성장 기여율이 줄어들고, 고용창출 효과도 둔화되고 있다고 하면서 이를 해결하려면 붕정만리의 시각으로 ‘더 크게 더 멀리’ 보면서 수출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 수출의 주체를 중소․중견기업으로 전환시키고, 품목․시장․방식의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지난 3년의 노력과 성과들을 들려주고 있다.

관피아 논란을 뚫고 KOTRA 사장으로 취임한 얘기부터 취임 직후 뒷걸음치던 수출을 회복시키기 위해 숨 가쁘게 뛰었던 숨은 얘기들도 담겨 있다. 특히 수출구조의 개선 방향을 전파하고, 내수 중소․중견기업을 수출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남몰래 기울여온 노력들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또 포괄적 협력관계로 발전한 쿠바와의 경협 방향, 아스타나 엑스포의 성공 배경과 향후 엑스포 준비를 위한 제언 등도 흥미를 끈다.

[4부 우리 수출의 미래]에서 저자는 신보호무역주의 시대의 수출 성장을 위해 ‘메이크 위드(Make with)’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상품수출에서 벗어나 상생과 호혜의 관점에서 해당국의 산업발전, 소득증대, 고용창출 등에 기여하는 미래지향적 무역성장 모델을 의미한다.

또한 저자는 “AI(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사회와 산업의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더 크게 더 멀리 보면서 인생을 설계하고, 우리 산업과 수출도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 책이 그런 시각을 제공하는데 작으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출간 소감을 밝혔다

 

▲ /김재홍 사장 페이스북 사진
▲ /김재홍 사장 페이스북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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