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 사랑⑪] 악퇴(渥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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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사랑⑪] 악퇴(渥堆)
  • 김송현 기자
  • 승인 2017.12.23 1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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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보이차의 맛을 유지하며 보관할수 있을까.

보이차는 제다(製茶) 방법에 따라 생차(生茶)와 숙차(熟茶)로 나눠 진다. 그 기준은 차를 완성할 때 발효시키지 않은 찻잎으로 만들면 생차(生茶)기 되고, 이미 발효된 찻잎으로 만든 차가 숙차(熟茶)다.

생차는 제조 공정이 마친후 미생물과 발효효소 등에 의해 장시간의 후발효 과정을 거쳐 맛과 향이 완성된다. 장시간에 걸쳐 살아 있는 미생물에 의해 발효가 일어나는 만큼 그 보관에 있어서도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생산된 당시에는 동일한 차라고 하더라도 보관되는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맛과 향과 공능을 가진 차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보이차 보관에서 가장 신경 써야할 것은 크게 4가지다.

① 습도

보이차의 후 발효에 필요한 3요소는 온도, 습도, 산소다. 이 중에서도 개인이 보관할 경우 특별히 신경 써야 할 것이 습도다. 습도가 높을수록 차는 빨리 익지만 과하면 차품에 악영향을 미칠수 있다.

칩니다.

② 냄새

보이차는 강한 흡취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음식 냄새가 나는 부엌이나 냉장고 안, 화장대 부근 신발장, 혹은 향을 피우는 법당 안 등 냄새가 많은 곳은 절대 피해야 한다.

③ 직사광선

보이차는 미생물에 의한 발효를 통해 차품이 형성되기 때문에 직사광선 속 자외선에 의한 살균 작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차가 직사광선에 노출되면 차의 향이 아주 빠르게 사라져 차품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④ 통풍

충분한 산소의 공급을 위해 통풍이 잘 되어야 한다.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구석진 곳에 둘 경우 주위의 잡냄새를 흡수하여 차의 맛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통풍이 잘 되는 청결한 곳을 선택하여 차를 보관하는 것이 좋다.

 

▲ /남곡 김중경 제공

 

생차로 만들어진 보이차는 한두 해 정도로는 그 참맛을 느낄 수 없고, 장기간에 걸쳐 제대로 보관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보이차다운 보이차가 되지 않는다. 만들어진 직후의 생차는 맛이 떫을 뿐더러 향이나 약효 역시 오래 묵은 보이차와는 전혀 딴판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찾는 보이차는 오래 묵은 보이차일 수밖에 없다. 그런 보이차는 당연히 수량이 한정될 수밖에 없고, 비쌀 수밖에 없다. 이때 생산자들이 찾아낸 새로운 제다법이 숙차 제다법이다. 숙차 제조법은 악퇴(渥堆)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악퇴는 찻잎을 두텁게 쌓아 고온다습한 환경을 만들어 발효를 촉진시키는 과정으로, 이를 통해 갓 만든 차가 오래 묵은 보이차와 유사한 맛과 향을 지닌 숙차로 만들어 진다. 즉 전통적으로 최소한 몇 년 이상은 걸리던 후발효 과정을 40일 정도의 기간에 속성으로 완성시킨 차가 바로 숙차다.

악퇴는 찻잎에 고온다습한 환경을 만들어 발효를 촉진시키는 과정으로, 이를 통해 만들어진 차는 오래된 보이차와 비슷한 맛과 향을 내게 된다. 하지만 발효균이 인공적으로 투입되기 때문에 속성으로 만들다 보니 숙미나 숙향이 차(茶)에 남게 된다.

 

숙차를 좋아하시는 분들 중엔 이 숙미를 즐기시는 분들도 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거부감을 갖게 마련이다. 숙미는 악퇴 정도나 긴압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보통 5년 정도가 지나면 어느 정도 빠지면서 숙미에 가려져 있던 보이차의 자질이 드러나게 된다. 그러므로 잘 보관된 숙차는 부드러우면서도 깊이 있는 차품을 갖게 되므로 생차 노차 못지않은 훌륭한 차품을 즐길 수 있다.

따라서 숙차의 보관 시 주안점은 생차처럼 후발효를 위한 환경조성에 맞춰질 것이 아니라 찻속에 남아 있는 숙미 제거에 있다. 다시 말해서 온도, 습도, 산소 등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통풍이 잘 되면서 나쁜 냄새가 없는 깨끗한 환경조성이 가장 큰 관건이다.

숙차는 보관 여하에 따라 좋은 자질을 즐길 수 있는 차다. 그럼에도 유독 우리나라의 보이차를 즐기는 분들 사이에선 숙차가 생차에 비해 외면당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방법에 의해 제다한 생차가 보이차의 적자(嫡子)라는 인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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