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는 지금] 카타르 월드컵이 바꾼 세가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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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는 지금] 카타르 월드컵이 바꾼 세가지 모습
  • 부오나세바(카타르 통신원)
  • 승인 2022.12.18 20:45
  •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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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부오나세바(카타르 통신원)] 약 10년 전,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가는 길, 카타르 도하에서 스탑오버(Stopover)를 했었다.

날씨는 꽤 더웠지만, 카타르사람들의 반응이 무덤덤해서 그런지 도시 자체가 서늘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어차피 오일로 돈을 벌고 자신들이 하기 싫은 노동은 외국인들이 해주기에 나를 외국인노동자 정도로 본다고 느꼈고, 상점이나 식당을 가도 냉소적인 반응이 대다수였다.

그래서 내 생애 다시 갈 나라는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것이 ‘카타르’라는 나라에 대한 첫 이미지였다

시간이 흐른 후,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관람하기 위해 다시 방문한 도하, 분위기는 180도로 바뀌어 있었다. 그때 차가웠던 카타르사람들은 온데간데 없고, 그들은 활짝 웃으며 ‘환영한다’는 말을 반복했으며, 내가 쓴 카타르 전통두건인 구트라(Ghutra)를 고쳐 씌워주기도 하고, 때로는 먹을 것을 사주기도 했다.

카타르 도하, 글로벌 스포츠 허브로의 도약

그들은 왜 갑자기 그렇게 바뀌었을까? 나는 크게 세가지 이유를 들고 싶다.

먼저 그들은 오일머니의 한계를 느꼈고 그래서 그 돌파구를 찾아야 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카타르 도하를 ‘글로벌 스포츠의 허브’의 도시로 부상하는 것이고 그래서 그들은 수백조원을 투자해 도박과 같은 이번 월드컵을 유치했다.

카타르월드컵은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도약이자 절대적으로 성공해야하는 국가사업이기에 좋은 인상을 남겨야 했을 것이다. 그래서 월드컵때문에 찾아오는 전세계 손님들에게 유난히 친절하지 않았을까?

특히 그들의 단골 질문이 있었는데, 그것은 "여기에 사니? 아님 월드컵때문에 왔니?" 였다.

월드컵때문에 여기에 왔다고 대답을 했는데, 그러면 더욱더 얼굴에 화색을 띄며 더 친절하게 나를 대해줬다. 만약 여기에 산다고 대답했으면, 어쩌면 티는 안내려고 했겠지만 그 정도로 친절하게 대하진 않았을거라 짐작했다.

구트라를 착용하고 응원하는 모습. 사진=부오나세바
카타르 전통두건인 구트라(Ghutra)를 착용하고 응원하는 모습. 사진=부오나세바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한 노력

다음으로는 그들은 세계의 정세를 수용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남자는 토브(Thobe), 여자는 아바야(abaya)라는 전통복장을 입고 있다. 그들이 왜 이 의상을 굳이 입으려고 할까?

그 이유는 정체성을 정확히 보여주기 위함아닐까.

마치 그 의상을 입고 있어야 진짜 카타르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 같았다.

그들이 입고 입는 의상은 자세히보면 기성복이 아닌 재단사가 몸에 맞게 정확하게 치수를 재어 맞춤제작을 하고 최고급 원단에 빳빳하게 다려 줄을 내고 다녔다.

마치 여유있는 어르신들이 한복을 입고 다니는 느낌이었다. 그들은 우리처럼 구한말 급진적인 개화기를 겪지 않은 듯 보였다. 우리나라도 서서히 개화가 됐으면 그들과 비슷한 모습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단단한 정체성을 간직하는 이들이 한편으로는 부러워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의상들이 점점 간소화해지고, 허용되지 않는 부분들이 점점 허용되고 있었다. 종교는 신을 존재를 믿고 따르기 위해 존재하지만 사람들을 관념적이고 사회적으로 통제하는 역할도 한다.

허용되고 있다는 말은 곧 통제가 느슨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들은 세계의 흐름을 어느 정도는 따라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게 아닐까. 그래서 이방인인 우리에게 마음의 문이 좀 더 열린게 아닐까.

우리가 구한말에 단발령을 시행돼 억지로 상투가 잘리고, 70~80년대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것처럼 중동에서도 여성 히잡문제 등 격동기를 겪고 있는 것 같았다.

카타르 월드컵 경기가 열린 '스타디움 974(Stadium 974)' 경기장 모습. 사진=부오나세바
2022 카타르 월드컵 경기가 열린 '스타디움 974(Stadium 974)' 경기장 모습. 사진=부오나세바

브랜드 '코리아'의 높아진 위상 

마지막으로 한국의 위상이 올라갔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어느 부분은 세계화의 흐름에 그들이 양보해서 맞춰준 것도 있다면, 다른 부분은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가 결코 세계시장에서 꿇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세계행사에서 필자를 한국인이라고 소개했을때 남자들은 '손흥민', 여성들은 '정국'(BTS 멤버)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것이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어느 낯선 모임에 '나'라는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나의 배경을 내 입으로 말하는 것과 그들의 입에서 저절로 나오는건 하늘과 땅 차이다. 손흥민과 정국은 중동의 낯선 땅에서 한국인들의 배경을 그들이 말을 하게 해준 소중한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BTS의 나라, 손흥민의 나라에서 온 나에게 자연스럽게 마음의 문이 열리고 미소를 지으며 환영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중동이라는 공간은 미디어 속에 '테러'와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소개가 되고, 세계사를 공부할 때도 유럽의 기반을 둔 흐름만을 배웠기에 마치 이슬람 세계는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무관심해왔다.

그런데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그들과 처음으로 가까워진 것 같다. 영화 300에서 "나는 관대하다"라고 말하는 페르시아왕의 이질감이 아닌 알라딘의 지니를 만나는 것처럼 그들에게서 친근함을 느꼈다.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서 유럽을 상대로 대담함을 표현하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그것은 "Where is 메시(Messi)?", "Where is 레반도스키(Lewandowski)?"였다. 언제 아시아가 유럽에서 활동하는 축구 슈퍼스타들에게 그런 농담을 자신있게 던질 수 있었을까?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세계의 흐름을 대변하는 것같다. 축구의 수준은 점점 평준화 되고 있고, 세계는 유럽, 서구권중심에서 벗어나 아시아로 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는 우리나라가 '메시'나 '음바페'와 같은 세계적인 스타를 호주머니속에 넣어 지퍼를 잠궈버리는 농담을 하게 되는 다음 월드컵을 기대한다.

유튜버 '부오나세바(Buona Seba)'는 2012년에 이탈리아 베니스에 정착해 2022년 현재에도 베니스에서 공인 투어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 '부오나세바' 유튜브 채널을 시작해 현재 구독자 약 1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이태리 속의 한국인의 시각으로 여행, 축구, 문화 등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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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도YSY 2022-12-20 16:02:23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박순실 2022-12-20 11:58:49
월드컵 기간에도 세바님 영상보고 즐거웠어요~한국 응원단과함께 응원해주시고 한국을 홍보하기위해 고생하시는모습~정말 고맙고~ 고생하셨어요~응원합니다

성희 2022-12-20 10:29:25
세바님 소식 감사합니다

E.S.Jone 2022-12-20 03:27:53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카타르에서 고생많으셨어요~^^

shl 2022-12-19 23:48:31
멋진글 감사합니다.
정말 이해하기 쉽게 글 쓰셨군요~
다른 기사도 기대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