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 '총수 일가' 고속승진…'안정 속 혁신' 방점
상태바
불확실성의 시대, '총수 일가' 고속승진…'안정 속 혁신' 방점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12.16 15: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 컨트롤타워 복원 안 해
SK, 검증된 리더십 유지
LG, 젊은 인재 전진 배치
현대차, 위기 속 역량 강화
롯데, 세대교체와 외부수혈 방점
주요 그룹의 연말 정기인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순.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롯데그룹을 마지막으로 삼성, SK, LG, 현대차그룹 등 주요 그룹의 연말 정기 인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재계는 경기 둔화 속도가 빨라지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을 감안해 임원 승진 폭을 줄이고 '위기 속 혁신'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총수 일가 승진 행렬은 올해도 이어졌다. 

컨트롤타워 복원하지 않은 삼성

삼성은 사업지원 TF를 책임지는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 경계현 DS(부문장) 사장 등 2명의 최고경영자(CEO) 체제를 유지하는 등 경영진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다만 EPC(설계, 조달, 시공) 경쟁력 강화와 금융경쟁력 제고를 위해 TF 수장을 교체했다. EPC 강화 TF는 강병일 삼성물산 신임 사장이 지휘한다. 금융경쟁력 제고 TF는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장이었던 이승호 부사장이 이끈다.

과거 미래전략실과 같은 그룹 컨트롤타워의 부활은 없었다. 이번 삼성전자 인사는 파격적인 인사보다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고려해 투톱 체제를 유지하는 '안정'에 방점을 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검증된 리더십 유지한 SK

SK도 '2인자'로 꼽히는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변화가 없었다. 조 의장은 2017년 선임 이후 2년 임기의 의장 자리를 3번째 맡으며 4연임을 확정했다. 다만 그룹 의사결정의 정점인 수펙스추구협의회 멤버에서 박 부회장이 빠졌다.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ICT위원회와 환경사업위원회 등 위원장이 부회장에서 사장급으로 교체된 게 이유다.

이형희 사회공헌(SV) 위원장이 커뮤니케이션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SV위원회 위원장은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이 맡는다. 환경사업위원회 위원장은 장용호 SK실트론 사장, ICT위원회 위원장은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인재육성위원회 위원장은 박상규 SK엔무브 사장이 각각 책임진다. 이외에도 장동현 SK㈜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유정준 SK E&S 부회장 등 주요 계열사를 이끄는 부회장단도 대부분 유임됐다. 

젊은 인재 전진 배치한 LG

LG그룹은 18년이나 대표이사를 지낸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물러난 걸 제외하면 권봉석 LG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등을 유임하며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동시에 젊은 인재를 전진 배치했다. 신규 임원 90% 이상을 만 39세 최연소 임원을 포함해 1970년 이후 출생자를 전면에 내세워 안정 속 변화를 모색했다. 또한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고객가치' 구현을 위해 관련 조직도 확대했다. LG전자는 CX(고객경험)센터, LG디스플레이는 중형CX그룹 및 대형 솔루션 CX그룹 등을 신설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로본 빌딩숲 모습. 사진=연합뉴스

위기 속 역량 강화 나선 현대차

현대차그룹은 올해 취임 3년차를 맞이한 정의선 회장의 경영철학을 반영한 인사를 단행했다. 위기 속 역량 강화를 목표로 조직 안정에 힘을 실었다.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와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등이 자리를 지키는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이 자리를 지켰다. 특히 미래모빌리티 사업의 사령탑 역할을 할 '글로벌전략조직'(GSO)을 신설해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신속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제네시스 브랜드 구축의 일등공신인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차 프로세스혁신사업부의 이규복 전무는 부사장으로 한 단계 올라서며 현대글로비스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정몽구 체제와 정의선 체제의 '가교' 역할을 해온 공영운 사장(전략기획담당), 지영조 사장(이노베이션담당), 김정훈 사장(현대글로비스 대표 이사) 등 3인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장급 인사는 유임됐다. 이목이 집중된 부회장 인사는 다음 주 중으로 예상된다. 

세대교체·외부수혈한 롯데

롯데그룹은 세대교체와 외부수혈에 초점을 맞춘 인사를 단행했다.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젊은 리더십의 전면 배치와 책임경영에 입각한 핵심역량의 전략적 재배치, 외부 전문가 영업에 주목했다. 신동빈 회장이 강조한 지속적 혁신과 미래 경쟁력 창출을 통한 턴어라운드 기반을 닦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CEO의 전체 연령이 젊어졌다. CEO 전체 평균 연령은 57세며 신임 임원 중 40대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35년 이상 롯데에 몸담았던 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과 김현수 롯데렌탈 대표,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는 용퇴했다. 외부 인재 영입도 이어갔다. 롯데제과 대표에 첫 외부 인사로 이창엽 전 LG생활건강 사업본부장을 부사장으로 내정했다. 롯데멤버스는 첫 외부 여성 대표로 신한은행 빅데이터 전문가 김혜주 전무를 선택했다. 

총수 일가 초고속 승진

올해도 총수 일가는 승진을 거듭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장남 김동관(39) 한화솔루션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동생 김동선(33) 한화호텔앤리조트 상무도 전무에 올랐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32) CJ제일제당 식품전략기획 담당 경영리더는 식품성장추진실장을 맡아 임원 승진 1년 만에 중책을 책임진다.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의 장남 이규호(39) 코오롱글로벌 부사장, LS그룹의 구본규(43) LS전선 부사장과 구동휘(40) E1 전무도 정기 인사에서 한 계단씩 올라섰다. 롯데그룹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보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상무로 승진하며 국내 등기임원이 됐다.

반면 임원 승진 규모는 전체적으로 줄었다. 삼성전자에선 부사장 이하 임원 승진자가 187명으로 지난해 198명에 비해 10명 넘게 줄었다. LG그룹 임원 승진자 역시 160명으로 지난해 170명보다 줄었다. SK그룹 신규 임원도 145명으로 전년 164명보다 줄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