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한 대출금리 다시 오를 듯…예금금리는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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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한 대출금리 다시 오를 듯…예금금리는 제자리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12.15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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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변동금리 4.94~7.36%…하단 4%까지 내려와
11월 코픽스 4.34%…전월 대비 0.36%p 상승
금융당국, 대출금리는 인하하고 예금금리는 인상자제 주문하는 '시장개입성 정책' 지속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은행권의 대출 금리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대출금리를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히면서 대출 금리 하단이 4%대까지 내려오기도 했다. 

그러나 은행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이날 4%대를 기록함에 따라 16일부터 다시 대출금리 상승이 전망된다. 상승하고 있는 대출금리에 비해 예금금리는 금융당국의 인상 자제령으로 5%대를 넘기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예상된다.

주담대 변동금리 하단 4%대로 내려와…추가 상승은 불가피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금리는 4.78~6.76%(고정형 기준)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 역시 4.94~7.36%로 하단이 4%대로 내려왔다. 

한 달 전 시중은행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8%대를 돌파했던 것을 고려하면 큰 폭으로 하락한 셈이다. 지난달 14일 하나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은행채 1년물 기준 6.764~8.064%로 금리 상단이 8%를 넘어선 바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은행 주담대 금리가 8%를 넘어선 것이다. 

그러나 한 달 만에 상단이 0.704%포인트 가까이 떨어지면서 은행 금리가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대출금리를 주시하겠다고 밝힌 것과, 금융채(무보증·AAA) 5년물 금리가 다소 하락한 데 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금융채 5년물 금리는 4.565%로, 지난 10월 21일 5.467%까지 치솟은 이후 1%포인트 가까이 내려왔다. 

다만 이날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11월 기준 코픽스가 4.34%로 전월 대비 0.36%포인트 상승하면서 대출금리의 추가 인상이 예고된 상황이다. 코픽스는 2010년 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발표되기 시작한 이래 12년 10개월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10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최고 기록이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코픽스가 떨어지면 그만큼 은행이 적은 이자를 주고 돈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고, 코픽스가 오르면 그 반대가 된다.

5%대 예금 금리 실종…금융당국 인상 자제 주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2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시장금리가 높아졌음에도 이날까지 대출금리와 예금 금리는 모두 크게 오르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금 금리의 경우에도 당국이 은행권으로의 자금 쏠림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하라고 주문한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올해 하반기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예금 금리를 인상하면서 많은 자금이 은행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10월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931조6000억원으로 9월보다 56조2000억원 늘면서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이 전날 기준 판매한 은행별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1년 만기 기준)는 연 4.75~4.92%로, 한 달 전(4.85~5.18%)에 비해 금리 상단이 0.26%포인트 떨어졌다.

은행으로 자금이 쏠리게 되면 보험, 카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유동성은 떨어지게 된다. 금융당국은 최근 레고랜드·흥국생명발 유동성 위기가 있었던 만큼 예금 인상 자제령이 필수적인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소비자들의 경우 대출 이자는 당장 16일부터 오르게 생겼는데, 은행에서 받을 예금 이자는 그만큼 오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불만이 나올 수 있다. 11월 기준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다음 날부터 대출금리에 즉각적으로 반영된다.

금융당국, 대출금리 인하·예금금리 인상 자제 양쪽으로 압박

금융당국은 코픽스에 예금 금리가 반영되기 때문에 인상폭이 줄면 대출금리 상승폭도 줄어들 것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개별 금융회사들의 대출 금리를 모니터링해 인하 또한 주문하고 있다. 

문제는 당국이 예금금리 인상 자제를 주문한다고 해도 은행의 조달비용이 하락할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애초에 기준금리가 3.25%까지 치솟은 데다가 다른 조달수단인 은행채 발행 역시 막혀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단기간 주춤했던 대출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최근 금리를 더 높이면서 한은도 압박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미 연준은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기존 3.75~4.0%에서 4.25~4.50%로 높아졌다. 연준은 최종금리 수준을 5.1%로 유지하며 내년까지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 연준과의 금리 차이를 좁히기 위해 새해에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으로 보이면서, 금리에 대한 금융당국의 계산식이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는데 금융당국이 지금과 같은 시장개입성 정책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주담대 금리 상단은 8%를 다시 돌파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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