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공장 6조 감세 승인…TSMC 쫓는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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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공장 6조 감세 승인…TSMC 쫓는 삼성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12.14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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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테일러공장 6조 감세 승인
2024년 3나노 2세대 공정 도입
삼성전자, TSMC와 격차 해소 총력
공급과잉 우려에 "인위적 감산 없다"
삼성전자가 신청한 테일러공장 등 9곳의 세금감면 신청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으면서 TSMC를 추격하는 삼성전자의 행보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글로벌 1위 TSMC와 미국에서 진검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땅에서 외국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TSMC에 이어 삼성전자도 '메이드 인 USA' 확대를 통한 추격의 고삐를 죄고 나섰다. 

TSMC 추격 나선 삼성전자

12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현지 매체는 텍사스주 테일러 독립교육구이사회가 삼성전자가 지난 5월 신청한 반도체 공장 9곳의 투자 계획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 신청서(챕터 313)를 승인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1676억 달러(약 218조원)를 투자해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한다. 텍사스주의 이번 결정으로 삼성전자는 48억 달러(약 6조3000억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게 됐다. 

테일러공장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신규 투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 7월 텍사스주에 향후 20년간 모두 1921억 달러(약270조원)를 투자해 11개 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제출한 바 있다. 이번에 승인 받은 곳은 11곳 중 9곳이며 나머지 2곳(투자규모 245억 달러)의 세금 감면 혜택 신청서는 오스틴시의 매너 교육구에 제출해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투자를 발판으로 삼성전자는 TSMC와 격차를 좁힌다는 계획이다. TSMC는 올해 3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시장점유율 격차를 40.6%포인트 벌렸다. TSMC의 점유율은 56.1%며 삼성전자는 15.5%다. TSMC는 미국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지난 6일 애리조나주에 모두 400억 달러(약 53조원)를 투자해 공장 두 개를 짓는다고 밝혔다. 애초 12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규모를 세 배 이상 늘렸다. 주요 고객사인 애플과 AMD의 수요를 맞추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착공식에 참석한 애플과 AMD 최고경영자는 한 목소리로 "TSMC가 애리조나에서 생산한 반도체 칩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부지. 사진제공=삼성전자

3나노 2세대 산지 될 테일러공장

TSMC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목표는 단연 TSMC의 최대 고객사인 퀄컴과 엔비디아 등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기업)의 칩 주문을 되찾아 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2024년 새로운 첨단 공정을 도입하는 동시에 테일러공장을 비롯한 신규 공장 가동으로 주요 고객사의 마음을 삼성전자로 돌린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24년 본격 가동될 테일러공장에서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2세대 공정을 도입하고 이를 안정화시킨다는 계획이다. 3나노 2세대 공정이 안정화되는 즉시 퀄컴과 엔비디아 등 고객사들과 협력을 시작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나노 양상을 시작하며 기존 '핀펫(FinFET)' 대신 'GAA' 신기술을 도입했다. GAA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을 4면으로 둘러싸 전류 흐름을 더욱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다. 반면 핀펫 공정은 가느다란 차단기로 전류를 막아 신호를 제어한다. 현재 TSMC는 핀펫 방식을 고수 중이어서 삼성전자가 기술적 측면에서 앞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2024년 3나노 공정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3나노 2세대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미국 현지에서 11개의 신규 공장을 건설해 기술과 물량에서 TSMC보다 우위에 서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청사진이다.

TSMC 역시 삼성전자의 이런 전략을 의식해 애리조나에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삼성전자가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정원철 상무, 구자흠 부사장, 강상범 상무(왼쪽부터)가 화성캠퍼스 3나노 양산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공급과잉 우려, 곧 치킨게임?

삼성과 TSMC, 미국의 인텔은 지난해 920억 달러의 신규 투자를 집행했다. 2019년보다 73%나 증가한 규모며 이들 3개 회사는 2023년까지 2100억 달러(약 27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암호화폐 채굴시장 활성화와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 등이 겹치면서 수요 증가에 따른 생산 규모 확대를 위한 조치였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2020~2021년 34개 반도체 공장이 신설됐고, 2022~2024년 58개 공장이 추가로 가동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전 세계 반도체 생산능력을 40% 향상시킬 수 있는 규모다. 

늘어난 공급 능력에 비해 수요는 줄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인플레이션으로 반도체 수요의 30%를 차지하는 개인용 컴퓨터(PC) 출하량이 8%가량 줄었다. 수요의 20%를 차지하는 스마트폰 출하량 역시 하락세다. 단적으로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올 상반기 기준 약 3분의 1가량 감소했다. 반도체 수요의 10%를 담당하는 자동차와 데이터센터 수요도 꺾일 가능성도 높다. 중국의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주문 감소와 그동안 자동차 업체는 반도체 공급 대란 속에 차량용 반도체 주문을 두 세배 늘려왔기에 신규 주문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이유로 반도체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는 국면에서 감산을 통한 수요 제한보다는 감산 없는 경쟁을 선택했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밝힌 마이크론, 키옥시아 등 경쟁 업체와 다른 행보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기본 전략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원가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 여기에 주목하고 있다"며 "고객사의 재고조정 폭이 커 수요 약세 상황이지만 내년 데이터센터 증설이 확대되고 신규 CPU를 위한 DDR5 채용도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요 회복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업황과 연계해 설비투자를 유연하게 운영한다는 기조는 동일하며 기존 계획대로 인프라 투자는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와 TSMC 등 어느 한쪽이 이길 때까지 피해를 감수하고 경쟁을 벌이는 '치킨게임' 우려를 불식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현재 반도체 시장은 소수 기업이 지배하고 있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더라도 충분히 통제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증권가 시각도 비슷하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사들이 수익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치킨게임에 나설 이유가 없다"며 "반도체 회사의 내년 수요 예측은 보수적이며 이에 맞춰 공급을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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