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식이 문제…방명록 글귀로 혼쭐나는 노영민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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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식이 문제…방명록 글귀로 혼쭐나는 노영민 대사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12.17 18: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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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천자에 충성 약속하는 의미의 ‘만절필동’(萬折必東) 글귀 논란

 

경기도 가평에 조종면 대보리에 조종암(朝宗岩)이라는 바위가 있다. 그 바위에는 조선시대에 모화사상을 가득 담은 문자가 조각되어 있다. 바위에 비석을 세우고 단을 만들어 제사를 지낸 곳이다. 경기도기념물 28호로 지정되어 있다.

누구를 위한 제사인가. 숭명배청(崇明排淸). 임진왜란 때 명나라가 베푼 은혜를 잊지말고, 병자호란때 청나라에게서 받은 수모를 되새기자는 뜻에서 상국(上國)인 중국에 제사지내는 곳이다.

청나라를 치는 북벌론을 명분으로 삼던 조선 숙종 10년(1684), 당시 가평군수를 지낸 이제두(李齊杜)와 명나라의 허격(許格)·백해명(白海明) 등이 큰 바위면에 글씨를 새겼다고 한다. 조종(朝宗)이란 제후가 천자를 알현한다는 뜻인데, 조선시대 후기에 명분론을 앞세운 숭명배청론자들에 의해 정신적 지주로 삼는 장소가 되었다고 한다.

글씨는 명나라의 마지막 임금 의종이 쓴 ‘思無邪’(생각에 사악함됨이 없다)라는 친필을 허격이 가져와 맨 왼쪽 높은 바위에 새겼다. 그 아래에는 선조(宣祖)의 친필 “일만 번 꺾여도 반드시 동녘으로 흐르거니 명나라 군대가 왜적을 물리치고 우리나라를 다시 찾아주었네” 하는 ‘萬折必東 再造蕃邦’(만절필동 재조번방), 효종이 송시열에게 내린 “해는 저물고 갈길은 먼데 지극한 아픔이 마음속에 있네”라는 뜻의 ‘日暮道遠 至痛在心’(일모도원 지통재심)을 송시열의 서체로 새겼으며, 선조의 친손인 낭선군 이우(郎善君 李俁)가 ‘(명나라) 황제를 뵙는 바위’라는 ‘朝宗巖’(조종암)을 새겼다.

긴 세월의 풍상을 겪고 바위면이 검은 이끼로 덮이긴 했지만 워낙 깊고 뚜렷이 각을 떴기 때문에 맨눈으로도 판독하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 가평군 대보리 선조의 글씨 ‘만절필동 제조번국’ (萬折必東 再造蕃邦)/블로그 캡쳐

 

여기서 선조가 썼다는 ‘만절필동‘(萬折必東)이란 글귀가 시비 대상에 올랐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건명원 원장)은 16일자 동아일보에 “독립을 생각한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선조의 글씨 ‘만절필동’에 대해 “황허강의 강물이 수없이 꺾여도 결국은 동쪽으로 흐르는 것을 묘사하며 충신의 절개를 뜻한다. 의미가 확대되어 천자를 향한 제후들의 충성을 말한다. 남(南)이나 서(西)로 흐르는 강물을 가진 민족이 동쪽으로 흐르려 했다.”고 해석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신임장을 제정하는 날 방명록에 ‘만절필동’이라는 글을 남겼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라고 질타했다.

 

노영민 주중국 대사는 지난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임장 제정식에서 자신의 신임장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달하고 방명록에 ‘만절필동 공창미래’(萬折必東 共創未來)라고 적었다고 한다. ‘공창미래’라는 말은 “함께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라는 뜻으로 좋은 말인데, 앞의 만절필동이 문제였다.

웬만큼 한자를 공부해도 ‘만절필동’의 뜻을 이해하기 힘들다. 그 의미를 최진석 교수가 찾아낸 것이다.

이에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이 이 글이 부적절하다며 노영민 대사의 경질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노 대사가 이 의미를 알고 썼다면 국가의 독립을 훼손한 역적이고, 모르고 썼다면 대한민국과 대통령 망신시켜 나라를 대표할 자격이 없다”며 “노 대사가 이런 썩어빠진 정신을 가졌기에 이번 대통령 방중이 대한민국 혼이 빠진 굴종외교가 되었다고 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노대사를 경질하여 흔들리는 독립국의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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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민 2017-12-17 21:46:27
만절필동 그런 뜻이 있었네요. 재조번국을 충무공이 다시 보신다면 너무 서운하시겠네요. 힘의 논리에 속수무책일 수 밖에 단순한 의전만 따질 문제가 아닌듯 합니다. 현재의 우리 자리가 거기쯤일지 모르지요.正으로 돌아 합력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