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은 왜 알짜 회사를 아들에게 물려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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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독은 왜 알짜 회사를 아들에게 물려주지 않았을까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12.1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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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폭스, 디즈니에 매각…현금 챙기고 아들을 디즈니 회장에 올리는 목적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 서방세계에서 미디어 제국의 황제로 불리는 사람이다.

1931년생. 현재 나이 86세다. 나이로 보면 그만둘 때도 되었다. 재산을 자식들에게 상속할 때다.

그는 네 번 결혼해 아들 둘, 딸 넷을 두었다. 이중 장녀 프루던스, 둘째딸 엘리자베스, 큰아들 래클란, 둘째 아들 제임스가 미디어 제국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막내 두딸은 아직 어리다.

머독은 그의 제국에서 가장 알짜배기라는 21세기 폭스의 영화와 TV 사업을 월트디즈니에게 매각했다. 가격은 660억 달러. 우리 돈으로 70조원 가까이 되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그런데 그는 왜 자신의 기업을 자녀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팔았을까. 그것도 잘 나가는 회사를 다른 회사에 매각한 것은 적어도 한국적 풍토에서 기업을 한 사람들에게는 상상할수 없는 일이다.

 

머독은 현실적으로 판단한 것 같다. 영화, TV 사업이 사양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원매자가 나타나 좋은 가격을 제시한 것을 받아들인 것이다. 미국의 영상산업은 최근 영상판매 채널인 넷플릭스가 등장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데다 애플등의 휴대폰이 확산되면서 가라앉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 사업을 아들 딸에게 물려주기보다는 팔아서 돈을 챙겨 성장가능한 새로운 사업에 집중하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이유는 머독이 자녀들에게 거저 회사를 물려줄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그의 첫아들 래클란은 18살 때 아버지 회사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았다. 그는 폭스TV 회장, 뉴욕포스트 발행인도 했지만, 33세가 되던 2005년에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났다. 정확한 설명은 없지만 아버지와 경영문제와 관련해 마찰이 있었다는 세간의 평가다.

그후 둘째 아들 제임스가 후계자가 될 것인 관측이 높았다. 제임스는 하버드대학을 중퇴하고 아버지 회사에 들어가 계열사인 페스티벌 레코드에서 회장 직함부터 달았다. 이후 승승장구, 2000년에는 28세의 나이에 뉴스코프 회장겸 최고경영자(CEO)를 맡았고, 2015년엔 21세기 폭스의 CEO, 영국 방송회사 SKY의 회장이 되었다. 그리고 머독 제국의 여러 계열사를 맡았다.

그런데 2011년에 발생한 영국 계열사인 타블로이드 ‘뉴스오브더월드’가 특종을 위해 2000년부터 6년간 정치인등 유명인 600여명의 전화를 해킹한 도청스캔들이 터졌다. 이사건은 치명적이었고, 영국 정치권을 뒤흔들며 머독의 명예에 치명상을 가했다. 보다 큰 문제는 제임스가 노스오브더월드의 CEO를 맡고 있었는데 전화해킹 사건을 알고도 우유부단하게 대처했다는 점이다. 영국 당국은 제임스에게 경고장을 던졌고, 아버지 머독은 제임스에게 큰 실망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후 2014년 아버지는 자신이 만든 제국을 떠나 투자회사를 운영하던 장남 래클란을 다시 들어오게 해 21세기 폭스와 뉴스코프의 이사회 의장을 맡겼다. 두 아들간에 경쟁을 붙인 것이다.

머독은 큰 딸과 둘째딸에게도 제국의 영토 일부를 떼주어 경영을 맡겼다. 머독의 미디어제국은 일종의 봉건왕조 방식으로 경영되어 왔다.

 

그러던 머독이 40~50대의 나이가 된 아들 딸들에게 21세기 폭스를 넘겨주지 않고 판 목적은 무엇일까.

우선 현금을 챙기자는 것이다. 기업이 잘 나갈 때 매각하는 것이 서양식 사고방식이다. 이번 M&A로 머독의 재산이 40억 달러(4조원 이상) 정도 불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머독의 자산은 138억 달러 정도로 세계 부호 92위에 들어간다고 한다.

둘째는 아들 제임스를 21세기 폭스를 인수한 디즈니의 CEO로 올리기로 합의한 것도 머독이 노린 목적으로 꼽힌다.

인수자측인 디지니의 밥 아이거(Bob Iger) 회장겸 CEO는 2021년에 물러난다. 그 뒤를 머독의 아들이 이어받기로 아버지는 협상테이블에서 제시한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전한다. 머독은 이번 거래에서 디즈니의 지분 4%를 취득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인수자측에서도 머독의 제의를 거부하지 못했을 것이다.

 

▲ 위는 루퍼트 머독, 아래는 왼쪽이 형 래클란, 오른쪽이 동생 제임스. /위키피디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머독에게 축하한다고 말했다고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트럼프는 왜 회사를 판 머독에게 축하를 했을까. 설명인즉 두 회사의 합병으로 일자리가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설득력이 없다. 또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머독은 21세기 폭스 매각에 앞서 트럼프를 만나 상의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한다. 머독은 트럼프가 늘 시청하는 폭스TV는 팔지 않기로 했다. 트럼프는 이 점을 고마워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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