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기억을 되살리는 뮤지컬 「모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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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기억을 되살리는 뮤지컬 「모래시계」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12.13 12: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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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현실 많이 축약되었지만 역사 현실 깨닫게 하는 작품

 

1995년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던 SBS 드라마 「모래시계」의 파장이 2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미치고 있다. ‘모래시계 검사’로 불리웠던 정치인 홍준표는 연초 대선 후보로 뛰었고, 이어 자유한국당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또 뮤지컬로 만든 「모래시계」가 지난 5일부터 충무아트센터에서 성황리에 공연되고 있다.

 

24부작 드라마를 3시간 내에 춤과 노래로 표현하다보니 흐름의 단절이 많았고, 드라마에서의 연기가 뮤지컬에서 제대로 표현되지 않은 게 안타까웠다. 물론 그때와 지금의 시대상황이 다른 것도 느낌을 달리하게 했을 것이다. 드라마 방영 시기는 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때여서 앞서 정권을 잡은 전두환, 노태우의 군인들이 저지른 광주민주화운동 등이 처음으로 자유롭게 표현되었기 때문에 국민적 감정을 크게 자극한 점도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40년 전의 현대사가 역사가 된 시점에서 리메이크된 뮤지컬은 그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젊은 층에게 드라마와 같은 감동을 주지 못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 뮤지컬 '모래시계' 포스터 /네이버 공연

 

뮤지컬은 죄수복을 입은 박태수와 그의 형량을 구형하는 친구이자 검사인 강우석의 장면으로 시작된다. 우석은 태수의 죄목을 열거하면서 “왜 우리가 이렇게 되었을까”라고 자조한다. 그러면서 과거로 돌아가 태수와 우석의 어릴적 모습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우석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우등생이고, 태수는 싸움질을 일삼던 학생이다. 우석은 명문대 법과대학을 들어가지만, 태수는 아버지가 빨치산 출신이라는 이유로 육사 입학이 거부된다. 태수의 어머니는 요정을 하다가 사고로 죽는다.

뻔한 스토리다. 여기에 시대상황이 가미된다. 군부 쿠데타와 여공들의 투쟁, 학생시위가 전개되고, 조직폭력배와 사랑, 삼각관계, 재벌과 불법 도박장 개설 등이 가미된다. 1970~1980년대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굵직한 사건들을 모두 모아 극화했다. 이 시기에 발생한 광주민주화운동, YH 사건, 불법 슬롯머신과 조직폭력배 사건 등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해 리얼리티를 더했다.

물론 현실의 세계에서 이들 사건을 모두 관통하는 주인공은 없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작가 송지나는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일련의 사건을 연결시켜 드라마를 전개했다. 작가는 실제로 조직폭력배를 찾아가 취재하고, 외신이 보도한 광주민주화운동 모습을 그대로 묘사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등장인물을 통해 암울한 현대사의 모습을 재조명한 것이다.

 

▲ 드라마 '모래시계' /SBS 홈페이지 캡쳐

 

뮤지컬 「모래시계」는 드라마를 축약하는 과정에서 시대상황에 대한 내용은 가급적 줄이고 주인공 세사람의 스토리에 집중했다. 연출자 조광화는 언론인터뷰에서 “24부작 드라마를 2시간30분으로 압축하느라 힘들었다”고 소개하면서 “드라마 내용을 따라가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굵직한 에피소드는 압축해 반영했다”고 말했다.

SBS 드라마에서 조직폭력배에서 카지노 사업대부로 성장하는 태수역은 최민수가, 그의 친구인 검사역은 박상원이, 여주인공 윤혜린역은 고현정이 연기했다. 뮤지컬 배우들이 그들의 연기를 따라가느라 나름 고생한 것 같지만, 드라마의 기억이 남아있는 사람들에겐 뮤지컬 배우들의 연기에 서운한 감이 많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데 뮤지컬은 나름 역할을 했다. 1970~80년대의 역사적 현실, 1995년 드라마를 보았을 때의 감정을 되새겨보았다는데서 뮤지컬의 의미를 찾는다.

 

▲ 충무아트센터의 뮤지컬 '모래시계' 홍보용 그네. /김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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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민 2017-12-20 23:13:30
모래시계 태수를 만난 기분. 나 떨고 있냐? ㅎ 이젠 추억이로군요. 최민수도 박상원도 나도 늙었으니. 그래도 뮤지컬은 보고싶으네요...송지나 극본이 그리도 재미 났는데... 김수현 드라마 왕국에 송지나가 데뷰했거든요. 뮤지컬 보고 다시 소감 올려야 겠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