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경] 도입부와 종결부③…일종무종(一終無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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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경] 도입부와 종결부③…일종무종(一終無終)
  • 주우(宙宇)
  • 승인 2017.12.0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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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자기 정체성인 일(一)이 끝나나(終) 그 끝이 없다(無終).

 

一始無始와 마찬가지로 一終無終도 이번 삶에서 정하는 ‘선택’이라는 아함(ahaṁ)의 단기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끝이라는 一終이지만, 여러 삶을 반복하는 ‘존재’라는 아따(atta)의 장기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끝이 없다는 無終이 됩니다. 이 ‘아따’가 실아(實我)인 영혼에 해당합니다.

이를테면 일련의 10가지 프로젝트를 완수하기로 했는데 지금 시작한 세 번째 프로젝트는 전체적 관점에서는 시작이 아니라 과정이며, 이번 프로젝트를 끝냈다고 해도 전체 프로젝트를 완전히 끝낸 것이 아닙니다. 설사 세 번째 프로젝트를 완수하지 못했을지라도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줄 또 다른 프로젝트가 시작될 것이므로 끝나지 않고 지속합니다.

이처럼 특정 과정을 마스터하지 못한다 해도 이를 보완하도록 돕는 과정이 시작될 것이며, 만일 이 과정을 마스터해서 성장한다면 다음 과정을 밟아나갈 기회가 제공될 것이므로 과정은 끝없이 지속합니다.

이 우주에 존재하기로 하는 한, (이 세상에 있음을 의식한다는 건 이미 이 세상에 있기로 했으므로) 각자의 삶은 성장하든지 아니면 퇴보하든지 간에 다양한 방식으로 끝없이 지속합니다.

그러므로 이번 삶이 시작했으나 전체적 관점에서는 시작 자체가 없는 셈이고, 비록 이번 삶이 끝났으나 전체적 관점에서는 끝 자체가 없는 셈입니다. 마찬가지로 이번 프로젝트가, 이번 도전이, 이번 기회가 시작했으나 전체적 관점에서는 시작 자체가 없는 셈입니다. 비록 이번 프로젝트가, 이번 도전이, 이번 기회가 끝났으나 전체적 관점에서는 끝 자체가 없는 셈입니다.

一終, 즉 이번 삶이{프로젝트가·도전이·기회가} 끝나나 無終, 즉 그 끝이 없으며 또 다른 존재상태인 一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一始-一終, 無始-無終이라는 대구를 살펴보겠습니다. 정로(正路)이든 오로(誤路)이든 간에 인생의 선택은 一始一終, 즉 시작과 끝이 있는 유한한 기회입니다. 반면에 성장하든 퇴보하든 간에 영혼의 존재상태는 無始無終, 즉 시작도 끝도 없는 무한한 기다림입니다.

전자는 기회가 유한하니 미루지 말고 지금 서두르라는 뜻이고, 후자는 기회가 무한하나 미루지 말고 지금 바꿔가라는 뜻입니다. 전자는 시간이 유한하므로 탐진치의 오로(誤路)를 선택해서 실수해도 좋으니 미루지 말고 용기를 내서 도전하라는 뜻인데, 후자는 시간이 무한하므로 존재상태가 후퇴하더라도 어차피 담마가 반복되어 고통이 영겁회귀하기 때문에 탐진치에서 벗어나 정로(正路)를 선택하라는 뜻입니다.

一始-一終, 즉 이번 인생이 끝인 듯이 보이나 無始-無終, 즉 삶은 영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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