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금리 최고 '연 8.5%'…연말 대거 '머니무브'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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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금리 최고 '연 8.5%'…연말 대거 '머니무브' 예상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12.01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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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올투자증권·키움증권 퇴직연금 상품 금리 8%대 돌파
"은행 예금, 보험사 퇴직연금 상품 자금 이동에 가장 큰 영향"
금융당국 모니터링 강화…유동성 관리 대책 나선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연말 만기가 돌아오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금융사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고 연 8.5% 금리의 상품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전체 퇴직연금 상품의 평균 연간 수익률이 2%이고, 작년 말 가입했던 퇴직연금 정기예금 상품 금리가 2%였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금리가 대폭 뛴 셈이다. 이에 연말에 좀더 이득이 되는 쪽으로 갈아타고자 하는 수요가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올투자증권 연 8.5%·키움증권 연 8.25% 금리의 퇴직연금 상품 출시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은 이날 연 8.5% 금리를 주는 퇴직연금 상품(DB형, 1년 만기 기준)을 출시했다. 키움증권도 이날부터 퇴직연금 상품 금리를 연 8.25%로 올렸다. 

앞서 지난 28일 90개 금융사들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퇴직연금 상품 공시이율을 공개했다. 금융감독원은 일부 금융사가 타사의 공시이율을 본 후 이율을 더 올리는 '커닝 공시'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금융사들로부터 하루 먼저 공시이율을 사전에 통보받았다. 

금감원과 각 금융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달부터 적용될 각 사의 DB형·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 상품 제공 금리는 증권(5.20→6.49%), 저축은행(5.98→5.95%), 생명보험(4.77→5.67%), 손해보험(4.85→5.42%), 은행(4.84→5.06%)(평균금리 기준, 11월→12월)순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증권사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보험사들 역시 연 5~6%대의 금리를 제시했다. 은행권의 경우 금리는 연 5% 안팎이지만 보다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어 보험사들이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보험사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은행권과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증권사 사이에 끼어 이도저도 아닌 처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최근 금리가 많이 오른 은행 예금에 밀릴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보험사가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저축은행과 증권의 경우 금리 수준이 높아 금리 경쟁력 측면에서 가장 우수하나, DB형과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많이 취급하고 있는 보험사 고객의 투자 성향을 고려할 때 보험사 퇴직연금 상품의 자금 이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상품은 은행 예금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 실장은 "증권사 ELB상품이나 저축은행 예금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는 있지만 보험사처럼 특별계정으로 따로 분리해서 관리하는 것이 아닌 데다, DB형 상품의 경우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최근 부동산PF 등 이슈가 제기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직접적인 영향력은 은행 대비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머니무브 가속…금융당국, 퇴직연금 상품 운용 모니터링 강화

금융권에서는 거대 규모의 자금 이동을 예상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95조6000억원으로, 매년 10% 이상씩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올해는 이미 300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퇴직연금 상품의 경우 직원 개개인이 원하는 상품으로 갈아타기보다는 기업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기업들이 보통 1년 단위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약 80%가 올해 말 만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사들의 금리 경쟁이 유동성 위기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퇴직연금 상품은 통상 가장 높은 이율을 제공하는 곳으로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더 높은 금리를 찾아 기존 퇴직연금을 해지하면 금융사는 채권을 팔아 자금을 마련해야 해 채권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대규모 자금이동으로 인한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퇴직연금 상품 운용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퇴직연금 상품 만기와 운용 자금의 만기가 일치하는지를 모니터링하고, 유입된 자금으로 고위험자산에 과도하게 투자하는지 여부를 살필 예정이다. 또 퇴직연금 자금 운용에서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현장점검에도 나설 계획이다.

유동성 관리에도 나선다. 앞서 지난달 28일 정부는 퇴직연금(특별계정) 차입규제를 내년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한 바 있다. 퇴직연금 자금이탈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현재 10%로 제한된 퇴직연금 차입한도를 한시적으로 풀어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를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위 실장은 "금리 경쟁력 낮고, 캡티브 비중이 낮은 보험사에 대한 유동성 대응력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금리를 통한 과다한 자금이동 경쟁 자제 등 정책대응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또 "장기적으로 상품 운용능력과 개발능력을 통해 적절한 레버리지 관리가 필요하다"며 "(차입규제 완화 등) 보험사 유동성 관리와 관련된 적극적인 대책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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