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10개월만 대대적 손질…개정안, 여소야대 국회 통과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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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시행 10개월만 대대적 손질…개정안, 여소야대 국회 통과 가능할까
  • 유태영 기자
  • 승인 2022.11.30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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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성 평가'로 사전 예방체계 확립
중대재해법 형사 처벌 요건 명확화 추진
경제단체 "자기규율 예방체계 환영" VS 양대노총 "기업규제 완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유태영 기자] 올해 1월말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 10개월만에 사후 처벌에서 사전예방 위주로 전환된다. 

근로자가 일터에서 숨지거나 크게 다치는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정책 방향이 사후 규제·처벌 중심에서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통한 사전 예방 위주로 전환된다.

중대재해법은 공사현장이나 사업장에서 1명이상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기업 대표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이상 징역형을 부과한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처벌도 함께 받아야 한다. 올해 1월 27일부터 50억원 이상 건설현장과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우선 적용했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됐지만 산재사고 사망자수는 지난해보다 늘었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법 시행에도 산재사고 사망자수가 줄지 않고, 모호한 법 규정으로 인해 현장에서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에 사전 예방 중심으로 노선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위험성 평가'로 사전 예방체계 확립

산재사고 주요 통계. 그래픽=연합뉴스
산재사고 주요 통계. 그래픽=연합뉴스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30일 발표했다. 이번에 마련된 로드맵은 ▲위험성 평가를 핵심 수단으로 사전 예방체계 확립 ▲중소기업 등 중대재해 취약 분야 집중 지원·관리 ▲참여와 협력을 통해 안전의식과 문화 확산 ▲산업안전 거버넌스 재정비 등 4대 전략(14개 핵심과제)로 나뉜다. 

자기규율 예방체계의 핵심은 노사가 함께 위험 요인을 발굴·개선하는 '위험성 평가'가 중심에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산재예방 노력을 따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우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위험성 평가를 충실히 수행한 기업에 한해 근로자가 죽거나 크게 다친 경우에는 노력 사항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고려될 방침이다.

정부는 기존 산업안전보건 법령·기준을 정비해 기업이 핵심 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이 가능하도록 유지한다. 

중대재해법 형사 처벌 요건 명확화 추진

산업 현장 (CG). 사진=연합뉴스
산업 현장 (CG). 사진=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의 상습·반복, 다수 사망사고 등에 대한 형사 처벌 요건을 명확히 하도록 추진한다. 자율예방 체계에 맞춰 손질하는 등 개정을 추진한다. 법 개정을 위해서는 여소야대 상황속에서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50인 미만 소규모 기업에는 맞춤형 시설과 인력 지원을 통해 안전관리 역량 향상을 돕는다. 중대재해의 80%이상이 소규모 기업에서 발생된다. 주요 산업단지는 공동 안전보건 관리자를 선임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화학 안전보건 종합센터를 신설·운영한다. 중대재해의 72.6%가 발생하는 건설업과 제조업에는 인공지능(AI) 카메라와 추락 보호복 등 스마트 기술·장비를 중점 지원한다.

고용부는 이번 로드맵을 통해 지난해 OECD 38개국 중 34위(0.43)에 그친 사망사고 만인율을 2026년까지 OECD 평균(0.29)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사망사고 만인율은 근로자 1만 명당 산재 사망사고자 수를 의미한다. 

경제단체 "자기규율 예방체계 환영" VS 양대노총 "기업규제 완화" 반발

경제단체들은 이번 로드맵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입장문을 통해 "법령에 의한 규제․처벌 위주의 행정에서 벗어나 '자기규율 예방체계'로 전환하고, 현장 근로자의 책임과 참여를 강화하겠다는 정책방향은 적절"하다면서도 "현행 법체계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 없이 위험성 평가 의무화 등이 도입될 경우, 기업에 대한 옥상옥(屋上屋) 규제 강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번에 발표한 로드맵은 안전주체들의 책임에 기반한 ‘자기규율’과 ‘예방 역량’향상을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어 공감한다"면서도 "로드맵의 세부과제를 살펴보면 ‘자율’은 명목뿐이고, 오히려 처벌·감독 등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경영계는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구체적 개선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중처법에 대해서는 현장혼란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빠른 시간 안에 개정안을 마련하여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대 노총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 대해 "기업 규제 완화"라면서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현행 규제와 처벌의 한계를 인식하고 자기 규율 예방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로드맵을 내놨으나 규제와 처벌이 한계를 느낄 정도로 진행돼왔는지 먼저 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불확실성 해소를 빌미로 법 의무 축소를 로드맵에 담았다"라면서 "법 시행령에 경영책임자 안전보건 확보 의무 13개가 명시됐는데 위험성 평가와 재발방지대책 등 일부만 핵심사항으로 두는 것은 법 축소"라고 주장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현재 위험성평가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데 이걸 개선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점은 문제"라면서 "중대재해법의 형사 처벌 요건을 명확히 하는 점은 긍정적이나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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