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터키, 1,500년 된 ‘형제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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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터키, 1,500년 된 ‘형제의 나라’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12.07 14: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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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나라 침공에 대처해 고구려-돌궐 동맹 형성…6·25때 미·영 이어 최다 병력 파견

 

문재인 대통령이 6일 비날리 을드름 터키(Binali Yildirim) 총리를 청와대에서 접견한 자리에서 "한국 국민들은 터키를 형제의 나라로 반갑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려면서 청와대는 터키가 6.25전쟁 때 우리나라에 2만여 명 군사를 파견한 혈맹국이자, 고대 고구려와 동맹관계를 맺었던 오랜 인연이 있는 나라라고 소개했다.

 

▲ 6세기의 돌궐 영역 /위키피디아

 

그러면 터키와 고구려와의 관계는 역사에서 어떻게 나타난지를 알아보자. 우리민족과 터키족 사이에는 1,500년의 긴 세월을 건너뛰는 역사적 친연성을 갖고 있다. 터키와 대한민국은 아시아의 대륙의 양 끝에 위치해 있지만, 터키의 뿌리인 돌궐(突厥)족과 우리의 뿌리인 고구려가 이웃했던 민족이었다.

동양사에서 돌궐의 역사는 우리나라의 고구려사와 겹친다. 돌궐(투르크)은 흉노의 후예로 알려져 있다. 한국 성씨 가운데 20%를 차지하는 金씨의 선조가 흉노족이었다는 사실이 검증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돌궐족과 한민족의 조상은 고대에 중국 북방지역에 거주할 때 때론 싸우고, 때론 협력하던 관계였을 것이다.

투르크족은 서기 552년 부민(Bumin) 카간이란 걸출한 인물이 등장하면서 위구르, 오구즈, 오노크, 카를룩족등 여섯 부족을 통합해 오르혼 강가에서 건국했다. 고구려로 치면 광개토왕, 장수왕의 전성기를 거쳐 양원왕 때였다.

고구려와 돌궐은 초기에 사이가 좋지 않았다. 『삼국사기』 「고구려본기」에 양원왕 7년(551년) “돌궐이 고구려에 쳐들어와 신성을 포위했지만, 임금이 장군 고흘(高紇)에게 병사 1만을 주어 물리쳤다”는 기사가 나온다.

하지만 그후 수나라가 중국을 통일하자 돌궐과 고구려는 동맹관계를 형성한다. 『삼국사기』에 영양왕조 18년(607년) “수양제가 돌궐 계민 카간의 막사를 찾아갔을 때 고구려의 사신이 계민카간과 함께 있는 것을 발견했고, 계민이 고구려 사신을 감출수 없어 고구려 사산과 함께 수양제에 참배했다. 이에 영양왕은 수양제가 침범할 것을 걱정했다”는 기사가 나온다. 즉 수나라가 중원을 통일하자 고구려와 돌궐이 동맹관계를 맺고 대처한 음모가 수양제에 들켜 전운이 감돌았다는 내용이다.

 

전성기 돌궐은 유라시아 지역 동서와 남북에 걸쳐 대제국을 형성했고, 그 면적이 1,000만㎢에 이르렀다. 지금 중국 면적에 비근한 영토에 해당한다. 나중에 발굴된 돌궐 비문에는 “사방에 군대를 보내 모든 종족을 복속시키고, 머리를 가진 자는 머리를 숙이게 하고, 무릎을 가진 자는 무릎을 꿇게 하였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 중원이 수나라에 이어 당나라에 의해 통일된 이후 돌궐은 내부 분열이 생기면서 동돌궐과 서돌궐로 나눠졌다. 동돌궐은 630년, 서돌궐은 651년 당나라에 의해 멸망했다. 고구려 패망 직전에 당태종에게 나라를 빼앗긴 것이다.

서돌궐은 후에 셀주크 투르크, 오스만 투르크로 세계사 전면에 나타난다. 현재의 터키는 술탄이 지배하던 오스만 투르크가 공화정으로 전환되면서 생겨난 나라다.

 

동돌궐 지역은 나중에 몽골의 지배를 받으면서 역사에서 사라졌지만, 그 후손은 중국 신장지역 위구르족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위구르지역에선 ‘동돌궐 독립운동(ETIM)’등이 동돌궐 부활을 외치며 독립운동에 나서고 있다. 중국 신장의 위구르족이 동돌궐의 후손이라면, 터키는 서돌궐의 분파다.

 

터키 국민의 80%가 터키인(투르크족)이다. 하지만 아시아과 생김새가 다른 것은 수세기동안 유럽을 지배하면서 타민족과 결혼해 피가 섞인(혼혈) 탓이다.

터키는 6.25때 1만5,000명의 군대를 파병해 피를 흘렸다. 미국·영국에 이어 가장 많은 군대를 보낸 나라이며, 터키 참전비는 현재 경기도 용인에 있다.

터키인들도 한국을 ‘형제의 나라’라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터키인들 사이에는 한국 노래와 음반, 드라마등 한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터키와 한국이 3, 4위 결정전에서 만났을 때 우리 국민들은 양쪽 나라를 함께 응원하기도 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비날리 을드름 터키 총리가 6일 청와대에서 회담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문재인 대통령은 "양국은 지난 60년 동안 정치·경제·문화 등 다방면에서 협력 관계를 넓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했다"며 터키가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가교라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유라시아평화협정을 위해 추진 중인 신북방정책과 관련해 협력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을드름 총리는 양국의 전략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내년에 방한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한국과 터키의 양국민의 공통점에 대해 '은혜를 지키고 의리를 갚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의 눈부신 경제적 발전은 터키가 모범사례로 삼고 있다며 한국을 모델로 삼아 터키 역시 비약적인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을드름 총리는 청와대에 오기 전에 한국대사와 함께 '알리아'라는 영화를 참전용사들과 관람하기도 했다. '알리아'는 한국전에 참전한 터키군과 한국고아 소녀의 사랑에 기반한 영화로 이미 수백만 명 터키인들이 관람했고, 오스카영화제 수상 후보로도 올라 있다. 을드름 총리는 양국 국민의 형제애와 유대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이 영화가 한국에서도 상영되기를 바라며 향후 경제와 무역에서도 양국이 더 많이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올해로 한국과 터키는 수교 60주년을 맞는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에서는 60세가 환갑으로서 장수를 위한 새로운 인생의 출발을 의미한다”면서, 양국 관계가 수교 60주년을 계기로 더 새로운 관계로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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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ine 2020-03-17 22:05:31
본문내용에 있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한 한국- 터키 합작영화의 제목은 '아일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