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내는 금융사 수장 거취…대대적 인사 시즌 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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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드러내는 금융사 수장 거취…대대적 인사 시즌 막 올랐다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11.29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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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우리·NH농협금융 회장 임기 만료 다가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가처분 신청여부 주목
금융당국 '투명하고 공정한 CEO 선임' 강조…외압 논란
왼쪽 위부터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권준학 농협은행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사진=각 사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연말이 다가오면서 국내 금융지주와 계열사의 CEO 연임·교체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내달 말 임기가 종료되는 계열사 CEO만 37명에 달한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올해 말에 이어 내년 3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에 주목하고 있다. 먼저 손병환 NH금융지주 회장과 권준학 NH농협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12월에 임기가 끝나고, 이어 내년 1월과 3월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다수의 회장과 은행장이 임기 만료를 앞둔 가운데 금융당국이 투명하고 공정한 CEO 선임을 강조하면서 금융권에 '외풍'이 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만일 차기 수장들이 친정부 인사로 채워질 경우 '관치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신한금융, 차기 회장 후보군에 조용병·진옥동·임영진 확정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 회장추천위원회는 이날 차기 회장 압축 후보군으로 조용병 현 신한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회추위는 이달 세 번의 회의를 거쳐 후보군을 선정했다. 내달 8일 사외이사 전원이 참석하는 확대 회추위에서 회장 최종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다. 추천된 후보는 전체 이사회에서 확정되며, 내년 3월 신한금융 정기 주총의 승인을 거쳐 회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당초 허영택 신한금융 경영관리부문장(부사장)과 김병호 전 하나금융 부회장도 회추위 논의 과정에서 후보로 포함됐으나, 의사 타진 과정에서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조용병 회장의 3연임이 유력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올해 연간 실적이 KB금융그룹을 앞지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한금융은 3분기까지 누적된 당기순이익이 4조3154억원으로, KB금융(4조279억원)을 앞지르고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한 바 있다. 9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을 뛰어넘는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또 조 회장은 지난 6월 대법원 채용비리 관련 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되며 사법 리스크에서도 자유로워졌다. 지난 2017년 신한금융 회장에 오른 조 회장은 2019년 12월 연임에 성공했다. 

이처럼 조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주사 내 부회장직 신설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회장직을 두고 있는 KB금융이나 하나금융과 달리 신한금융은 부회장직이 없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글로벌 총괄, 퇴직연금 총괄, 자산관리(WM) 총괄 등 3개의 부회장직 신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번에 회장 후보군에 포함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나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이 부회장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만일 진 행장이 부회장직으로 이동할 경우 차기 신한은행장이 누가 될지도 업계의 관심사다. 당초 업계에서는 진 행장이 디지털과 경영 측면에서 성과를 보였기에 3연임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회장 후보군에 포함되면서 이후 행보가 불투명해졌다. 진 행장은 지난 2018년 12월 은행장에 오른 뒤 2020년 12월 연임에 성공했다.

'관치 논란' 피해갈 수 없는 NH농협·우리금융·기업은행

NH농협금융의 경우 손병환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해 1월 취임하고 2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다만 농협은 농협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 조직으로 관과의 관계가 깊어 이번에도 관료 출신이 임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권준학 농협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놓고도 의견이 갈린다. 이대훈 전 행장을 제외하고는 농협은행 전례상 연임에 성공한 수장이 없기 때문이다. 또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의견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농협은행은 농협금융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농협금융의 지분은 농협중앙회가 100%를 가지고 있어 은행장 선임에 중앙회 의중이 반영될 수 있다.

특히 금융권에서 주목하는 것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 여부다. 앞서 지난 1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은 손 회장에게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금융위원회에서 받은 중징계 결정에 취소 소송을 제기하지 말 것을 당부한 셈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의 외압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러나 이번에 내려진 중징계는 손 회장의 향후 행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됐다. 만일 손 회장이 라임 징계와 관련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법원이 이를 승인하면 금융위의 징계 효력이 일시 중지되며, 연임하게 되면 임기를 지속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손 회장은 지난 25일 정기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에게 한 달 가량 중징계 대응 방안과 거취 등을 결정하기 위해 시간을 달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에 따르면 사외이사 7인으로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는 다음달 말에서 내년 1월 회장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우리금융 정관상 임추위는 주주총회 소집통지일 최소 30일 이전에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해야 하며, 임추위에서 후보자를 선정해 이사회에 추천하면 이사회에서 후보를 확정하고 주주총회를 거쳐 정식 선임된다.

윤종원 기업은행장 후임 자리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임기 만료 자체는 내년 1월 2일이지만, 윤 행장이 일찌감치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윤 행장의 뒤를 이어 제27대 기업은행장으로 거론되는 외부 인물은 정은보 전 금감원장, 이찬우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 도규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있다. 

이에 기업은행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김형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모피아·금융위 출신들이 모여 신임 기업은행장으로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을 밀고 있다는 설이 있다"며 "출신과 뒷배가 아닌 자질과 전문성이 행장 선출 기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복현 금감원장 "투명하고 공정한 선임" 강조…낙하산 우려도

공기업에 이어 민간 금융사 인사에까지 정부가 손을 뻗는 현 상황에 대해 업계에서는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부 금융사 CEO로 정부가 '낙하산'을 앉힐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14일 8개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소집해 "CEO가 합리적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선임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장이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만난 것은 윤석헌 전 원장 때인 2019년 5월 이후 약 3년 6개월 만이다. 

실제로 라임 사태 제재 시점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금감원이 우리은행 펀드사태에 대한 제재를 법원의 판결이 나온 후 징계 수위를 결정하겠다며 심사를 1년 넘게 미루다 갑자기 제재를 한 것에 대한 말들이 무성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복현 금감원장의 행보와 말은 그것이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날리고 외압을 통해 낙하산 인사를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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